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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 수술 보고서 ㅣ 시공 청소년 문학 56
송미경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광인수술보고서
내게 수술이란, 무섭고 두렵고 끔찍한 일이다.
누구나 다쳐서, 아파서 한번 씩 원하든 원치 안든 간에 겪게 되는 수술,
물론 살면서 병원에 가는 일이 없다면야, 그것만큼 또 행복한 일이 있을까?
표지부터도 살짝 의시시한 느낌의 이 책~
수술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오싹하게 만드는데~ 앞에 붙은 두 글자, 광인.......
미친 사람이란 뜻인가?
아님, 미친 사람을 수술하고 그 보고서 기록을 책으로 만든 이야기란 뜻일까?
제목부터 온갖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 뭘까?
어, 그런데 작가님이 많이 눈에 익숙한 작가님이다.
송미경 지음~~
송미경 작가님이라면, 제 54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어떤 아이가>를 만드신 작가님인데~?
마음 급하게 저자 소개부분을 넘겨 보았답니다.
맞았습니다. <어떤 아이가>를 만드신 작가님이시네요.
우와~~ 반가워라~
울아이의 표현에 의하면 마음을 들었다 놨다했던 이야기 <어떤 아이가>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광인수술보고서~
어떤 내용일까? 책속으로 빠져듭니다.

첫 장부터 김광호의 광인 수술 보고서 첫 페이지가 보이네요.
수술보고서를 작성한 김광호는 국내 최초로 광인 수술을 시도한 의사랍니다.
그리고 ‘광인 수술’을 받은 이연희가 우리의 주인공이지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정신 질환이 있다는 주변의 판단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에서만 지내는 우리의 주인공 이연희.
남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기억에 집착하는 이연희에게 담당의 김광호는 ‘광기 말기’라는 진단을 내리고 ‘광인 수술’을 권유합니다.

이연희는 누군가 무엇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편안해지고,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특히 중학생들이나 고등학생들을요. 그게 다 이유가 있었네요.
주인공 이연희에게 아픈 사연이 있답니다.
초등시절부터 유일한 친구였던 세린이,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간 뒤 다른 아이들과 같은 아이가 되어 연희를 괴롭히지요.
친구들은 심한 곱슬머리라는 이유 때문에 놀리고 괴롭히기 시작한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왕따, 학교 폭력 등
믿을 수 없는 현실들이 흔하게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송미경 선생님의 <광인수술보고서>라는 이야기를 통해~ 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됩니다.

광인수술보고서는 다른 이야기 형식과는 조금 다른 면을 보인답니다.
정말 대학시절 과제로 제출했던 보고서(레포트)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주인공 이연희가 직접 쓴 수술 후기에 집도의 김광호가 주석과 각주를 달아 설명하는 듯한 ‘광인 수술’ 보고서.
환자와 의사 두 사람이 사건 전말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듯합니다.

<광인 수술 보고서> 또한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읽어야 한답니다.
환자 이연희는 수술대가 아닌 책상 위에서 수술하기로 합니다.
광인수술은 수술을 위한 환경과 절차까지 모두 독창적이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광인뇌수술> 이연희는 입고 있던 더플코트가 해체되고, 아끼던 초록색 스웨터의 올이 풀리고
중학생 시절 세린이와 친할 때 함께 샀던 청바지, 지금과는 달리 행복했던 순간이 담긴 청바지가 잘리고
발의 표피가 벗겨지는 환각을 체험하고, 자신을 둘러싼 의료진이 끝없이 논쟁하고, 다투고
마침내 화해하는 가운데에서 이연희는 자기 머릿속에 잊혀진 기억을 재생하고, 숨어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연희에게는 수술의 과정이 치유의 순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가엾은 우리의 주인공 이연희, 그녀는 왜? 광인말기라는 진단을 받고 광인수술까지 받게 된 것일까?
단지 심한 곱슬머리라는 이유로 학급 친구들에게 심한 따돌림과 폭력을 당하고, 믿었던 어릴 적부터 단짝이었던 세린이 마저 학급 친구들의 편에 서서 연희를 괴롭히고, 이를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선생님과 고등학교 자퇴라는 선택만으로 해결하려 했던 가족, 어른들은 모든 것을 시간에 맡기고, 기억을 지우며 견디라고 쉽게 말하지요.
상처받은 청소년에게 기억은 숨어 있을 뿐, 요구한다고 지워지지 않지요. 어른들이 말하는 상처 극복 법은 최선의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광인수술보고서>에는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외로움, 공허함, 치료하지 않으면 내내 날 아프게 하고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결국은 상처가 되고, 병원 가서 치료까지 받게 만드는 암 덩어리 같은 존재를 내 맘속에서, 내 몸속에서 제거하는 수술을 하게 하네요~ 그리고 치유 하도록 도와줍니다.
책속에서 옛날의 나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며, 요즘의 청소년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송미경님의 <광인수술보고서> 만남으로
나도 오늘 마음속에 있는 상처 하나 제거하는 수술보고서를 작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