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학번 아래의 S와 왜 친해지게 되었는지는 애매한데, 나와 내친구들이 모일 때 S도 낀 지 오래되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말의 농도가 비슷한 게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만나는 내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놔서 숨이 막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상대에게 그 여백을 숨 가쁘게 채우게 하는데 말의 농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편하니까. 
그 농도가 비슷하지 않은 사람끼리 길게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S와도 대충 그런 이유로 친한것 같았지만, S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나ㅡ너는 왜 우리랑 계속 노는 거야?
Sㅡ보통 맛없는 맥줏집에서 매일 똑같은 이야기만 하는데 누나들이랑 놀면 제일 맛있는 디저트를 먹고 대화의 질도 높아서 좋아요. - P63

멀리, 뉴욕에서 반갑게 만난 우리는 같이 가고 싶은 곳은 같이 가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따로 다녔다. 신나게 메트로폴리탄과 자연사 박물관을 함께 갔고, S가 양키스 스타디움을 가는 날엔 내가 첼시의 갤러리를 가는 식이었다. 느슨한 동행이 있어 한층 즐거웠다. 우정은 차갑고 기분 좋은 아이스 와인의 느낌으로 지속되고 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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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밑으로 시선을 던지자, 시든 국화 울타리에 우무(寒天]처럼 서릿발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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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미술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었다. 그 바람은 2018년쯤부터 이루어져서 지금껏 시각예술 전시에 텍스트 작업으로 서너 번 참여하게 되었는데 겉으로는 프로페셔널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생산하는 짧은 소설들을 쓰며 소원이 생각보다 일찍 이루어진 것을 벅차했다. 생뚱맞은 소원인 줄알았는데 오래 품고 마음을 기울이고 있으면 가닿고 싶은 대상 쪽에도 신호가 가나 보다.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사랑한다. 책은 남의 책, 예술도 남의 예술이 최고…………. 생산자인 것도 좋지만 향유자일때 백배 행복하다. 향유라는 단어 자체가 입 안에서 향기롭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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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들은 임신후반기, 즉 우리가 자궁 안에서 발달하는 동안 이미 형성되는 것이지, 전통적인 희생양인 강압적인 어머니들의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해마다 강의 시간에 250명의 의학도들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여러분들 중에서 어머니가 강압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 이 물음에 아직까지 단 한 명의 학생도 손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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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 바오로 성당의 종소리가 들리는 새 거처로 돌아갔다. 그날 가구점에서 테이블 하나를 배달해 주었다. 그는 마리클로드와 그녀 친구들을 잊었다. 그리고 잠시 사비나조차도 잊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았다. 직접 책상을 골랐다는 사실이 흡족했다. 이십 년 동안 그는 자기가 고르지 않은 가구에 둘러싸여 살았다. 마리클로드가 모든 걸 알아서 처리했다. 난생 처음으로 그는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독립적 인간이 된 것이다. - P198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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