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클리셰와 다이어그램: 화가는 아무것도 없는 빈 화폭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베이컨은 이러한 작가적 사실을 고백한 바 있는데, 들뢰즈는 베이컨의 이 말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강조한다.
<화가가 흰 표면 앞에 있다고 믿는 것은 실수이다. 
화가는 머릿속에, 또는 그의 주위에, 
또는 작업실에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이미지의 자격으로,
그것이 현실적이든 잠재적이든, 화폭 위에 현존한다. 
그래서 화가는 흰 표면을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우고 치우고 청소해야만 할 것이다(FBLS: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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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전히 한국인이긴 할까? - P10

H마트 단지에 들어서면 식당가와 전자제품 매장과 약국이 보인다. 그리고 어김없이 화장품 코너가 있는데, 그곳에서는달팽이 점액질이나 캐비아 오일이 들어간 한국 화장품, 또는
‘태반‘(대체 누구의 태반이란 건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함유를넌지시 내세우는 페이스 마스크를 판다. 묽게 내린 커피와 버블티와 각양각색의 빵을 파는 유사 프랑스 빵집도 있다. 진열대 위에서 반들반들 자태를 뽐내는 그 빵들은 실제보다 훨씬더 맛있어 보인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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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애는 웃기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
비겁하다는 생각, 끝까지 좋은 사람인 척 구는 게 역겹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이런 말을 듣고서도 도저히 포기가 되지 않고,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지긋지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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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3분 뒤 살해당한 사람과 담요에 덮인 시체와 뚜껑 없는 관과 파헤쳐진 무덤을 내려다보는 눈은 달밖에 없었다. 다시 완전한 정적이찾아왔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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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영리하기는커녕 어리석었으며, 불면증과 편두통에 시달렸고, 살림은 못하면서도 편타고행자들의 행진을 꾸미는 일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고, 수척한 아름다움과 불굴의 의지의 소유자였으며, 몇 시간씩 몸을 흔들며 황홀한 경지에 빠지면서도 눈에 보이는 기적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으며, 어느 정도 시적 재능을 타고났으며, 잠자리에서는 게을렀지만 편타고행에는아주 뛰어났고, 걷는 것을 좋아해서 늘 돌아다녔으며, 떠돌이 참회자들이나 룸펜들과 어울릴 때에만 즐거워했으며, 터무니없는 것들을 원하면서도 현실적이었고, 독특하게 나름대로 고안하여 만든 사순절 요리의 요리사로서는 정말 타의추종을 불허했습니다. 그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아, 승아와 괭이밥으로 만든 요리! 아, 그녀가 만든 스카니아 청어 요리! 아, 펠루쉬켄이라고 부르던, 말린 완두콩 요리!
아, 메밀가루 빵 위에 얹어서 나오는 대구 알 요리! 아, 약초를 곁들인 굴룸제!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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