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 있을 때면 대담한 비상(飛翔)이 가능하다. 이런 비상이 없으면 날마다 필요한 세계의 크기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또한 그 비상에 뒤따라오는, 고독과 비현실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 P115
그것은 비현실적이었다. 비현실이란 상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21
방문객들이 집과 집의 위치에 대해 도시인답게, 돼먹지 못한 연민이나 조롱 섞인 의견을 말할 때마다 집에서 조금씩 활력을 낚아채 갔기 때문이었다. - P124
남자는 혼자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과 윤무를 추던 아이의 모습은 하나의 깨달음이 아니었던가? 하고. 아니다, 아이가 남자에게만 속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 아이에게는 보다 큰 모임이 필요했고 그런 모임에 자신을 맞출 능력이 있었으며, 또한 그러도록 태어난 것이었다. 그것이 아이의 길이었고 그 반대의 길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157
아이는 그해의 나머지 기간과 다음해를 그 기독교 학교에 다녔다(아무튼 소위 말하는 중학교로 진학할 때까지). 그학교는 최고의 학교는 아니었다. 전에는 그랬었지만 최고의 학교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포장이 안 돼 있었던 길 역시 그동안 포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악의가 없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좋았다. - P162
아이는 결코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았던 엄마 곁에 머물렀고 다시 고국에서, 출생한 도시에서 학교에 다녔다. 남자와 떨어져 있다는 건 아이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모국어를 쓴다는 것과(처음으로 같은 집에 살았던) 친구들이었다. 한때는 무언가 〈작업을 한답시고 일상 다반사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을 경멸해 왔던 남자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멀리했다. 육 년간 아이와 둘이서만 지낸 후에야 그는 한 번쯤 단호히 돌진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모든 것을 젖혀놓고, 빗나가지 않게 일에만 집중해야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게다가 아이에게도<영원한 타인>은 없는 게 좋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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