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술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었다. 그 바람은 2018년쯤부터 이루어져서 지금껏 시각예술 전시에 텍스트 작업으로 서너 번 참여하게 되었는데 겉으로는 프로페셔널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생산하는 짧은 소설들을 쓰며 소원이 생각보다 일찍 이루어진 것을 벅차했다. 생뚱맞은 소원인 줄알았는데 오래 품고 마음을 기울이고 있으면 가닿고 싶은 대상 쪽에도 신호가 가나 보다.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사랑한다. 책은 남의 책, 예술도 남의 예술이 최고…………. 생산자인 것도 좋지만 향유자일때 백배 행복하다. 향유라는 단어 자체가 입 안에서 향기롭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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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들은 임신후반기, 즉 우리가 자궁 안에서 발달하는 동안 이미 형성되는 것이지, 전통적인 희생양인 강압적인 어머니들의 행동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나는 해마다 강의 시간에 250명의 의학도들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여러분들 중에서 어머니가 강압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까?〉 이 물음에 아직까지 단 한 명의 학생도 손을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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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 바오로 성당의 종소리가 들리는 새 거처로 돌아갔다. 그날 가구점에서 테이블 하나를 배달해 주었다. 그는 마리클로드와 그녀 친구들을 잊었다. 그리고 잠시 사비나조차도 잊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았다. 직접 책상을 골랐다는 사실이 흡족했다. 이십 년 동안 그는 자기가 고르지 않은 가구에 둘러싸여 살았다. 마리클로드가 모든 걸 알아서 처리했다. 난생 처음으로 그는 어린아이에서 벗어나 독립적 인간이 된 것이다. - P198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람들은 우리 어깨에 짐이 얹혔다고 말한다. 이 짐을 지고 견디거나, 또는 견디지 못하고 이것과 더불어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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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혼자 있을 때면 대담한 비상(飛翔)이 가능하다. 
이런 비상이 없으면 날마다 필요한 세계의 크기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또한 그 비상에 뒤따라오는, 고독과 비현실 속으로 빠져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이다. - P115

그것은 비현실적이었다. 비현실이란 상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21

 방문객들이 집과 집의 위치에 대해 도시인답게, 돼먹지 못한 연민이나 조롱 섞인 의견을 말할 때마다 집에서 조금씩 활력을 낚아채 갔기 때문이었다.  - P124

남자는 혼자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과 윤무를 추던 아이의 모습은 하나의 깨달음이 아니었던가? 하고. 아니다, 아이가 남자에게만 속한 건 아니었다. 그렇다, 아이에게는 보다 큰 모임이 필요했고 그런 모임에 자신을 맞출 능력이 있었으며, 또한 그러도록 태어난 것이었다. 그것이 아이의 길이었고 그 반대의 길을 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157

아이는 그해의 나머지 기간과 다음해를 그 기독교 학교에 다녔다(아무튼 소위 말하는 중학교로 진학할 때까지). 그학교는 최고의 학교는 아니었다. 전에는 그랬었지만 최고의 학교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포장이 안 돼 있었던 길 역시 그동안 포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악의가 없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좋았다.  - P162

 아이는 결코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았던 엄마 곁에 머물렀고 다시 고국에서, 출생한 도시에서 학교에 다녔다.
남자와 떨어져 있다는 건 아이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모국어를 쓴다는 것과(처음으로 같은 집에 살았던) 친구들이었다. 한때는 무언가 〈작업을 한답시고 일상 다반사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을 경멸해 왔던 남자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멀리했다. 육 년간 아이와 둘이서만 지낸 후에야 그는 한 번쯤 단호히 돌진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모든 것을 젖혀놓고, 빗나가지 않게 일에만 집중해야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게다가 아이에게도<영원한 타인>은 없는 게 좋을 것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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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장르의 역사를 쓰려면 내용을 선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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