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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권리 ㅣ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평점 :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가난할 권리다.“
지독한 가난이라고는 솔직히 까놓고 그만큼은 경험하진 못한 것 같다. 단칸방에서 가족들이 올망졸망 모여 살던 어릴 때 기억이 있긴 하다. 셋방에 살던 몇몇 집이 공용 화장실을 썼던 기억. 일명 푸세식 화장실... 좀 산다는 친구는 나 살던 곳보다 지대 높은 곳의 아파트라는 데서 살았지만 그땐 그게 부자라는 것은 몰랐다. 초대 받아 들어가본 적도 없어서 그 친구가 부자인지는 몰랐다. 그렇지만 우리는 친구였으니까...
그냥 한 방에 모여 사는 것이 화장실에 모여 사는 것이 좀 불편했을 뿐... 울 엄마는 그렇게 살면서도 생활보호대상자가 되면 우리가 기죽을까봐 악착같이 버티고 버티며 살아냈고 그렇게 우리를 키워냈다. 그게 뭐라고... 그래도 좀 혜택도 받아보지... 그런데 또 돌이켜보면 그때 시절엔 개인정보보호같은건 없을때였으니 아마 생활보호대상자가 되면 받아야 할 불이익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가난이 뭔지도 모르고 해맑게 철부지처럼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고 자랐다. 그런데 나는 가난했었다.(지금도 부유하진 않지만...)
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나라의 복지 혜택으로 활로를 찾아가는 중이다. 에필로그에서도 밝혔듯이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권리를 지키는 일이기에 사회복지는 반드시 살아서 숨쉬어야 한다. 관계망이 존재하는 사람은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삶의 활로를 만들고 행복을 찾게 마련이다.
거리의 인문학자인 최준영선생님은 노숙인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것은 그들에게 곁이 되어 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곁이 되어 준다는 것은.. 온 우주를 주는 만큼 벅찬 일이다.
그렇게 최준영선생님은 노숙인, 미혼모, 재소자, 여성가장, 자활 참여자, 어르신 등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삶의 인문학을 열어가고 있다. 어쩌면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인문학일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에피소드로 눈물이 마르지 못해 책을 읽는 내내 눈물바람이었다.
p.98
인문학은 16년 만에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게 해 주는 학문이었다. 인문학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하고, 표현하지 않았던 말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었다. 생각의 힘을 키우고,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 주고, 다시 희망의 삶을 살도록 해 주는 것이 인문학이었다.
p.119~120
살다 보면 누구나 고난을 겪고 난관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산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인생의 모든 역경을 이겨낼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회복탄력성이며, 그것은 인간관계를 통해 축적된 힘이다.
오랜만에 사람 향기 풍기는 진국의 책을 만났다.
삶을 더욱 경건하고 감사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책고래>>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지극히 개인적인 서평(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