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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ㅣ 사계절 1318 문고 127
정명섭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로 변한다!
이런 황당한 설정에 일단 눈길이 끌린다.
전교1등을 놓치지 않았던 민석. 갑자기 시험을 망치고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 탁한 회색으로 변한 눈동자. 그리곤 갑자기 친구를 사정없이 물어뜯고 만다.
좀.비...!!!!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정부는 긴급히 사태를 파악해보려고 하지만 전국의 고등학생들만 갑자기 좀비로 변하는 상황이라는 것과 각성제인 코타놀을 복용했다는 것 외에 공통점을 찾지 못한다. 그리고 긴급히 내려진 대처는 바로 전국의 고등학생들을 학교에 격리 수용하고, 차차 산속 깊은 곳으로 보내는 것인데....
코타놀은 잠을 쫓고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해서 수험생들 사이에서 많이 복용되던 약품이었다. 물론 어른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것을 이미 복용하고 있었다.
격리기간 2주가 지나기도 전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학생들은 굳게 잠긴 교문을 넘어 탈출을 시도하는데, 그들을 맞이한 건 이미 좀비로 변해버린 어른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도시를 벗어나 인근 야산에 자리잡은 천문대로 피신한 학생들은 좀비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무엇보다도 좀비에게 물리지 않아도 19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로 변하여 무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내부 규칙도 정했는데, 생일날 새벽이 되면 스스로 무리에게서 멀리 떠나주어야 한다는 거였다. 슬픈 현실이지만, 서로를 위해 아이들은 끝까지 협력하다가 스스로 떠나간다.
소설은 사건의 현재와 10년 후 여전히 좀비로부터 피신하여 힘겹게 살아가는 미래 아이들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놀라운 건 그들을 감시하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거였다.
하루 하루 천문대 안에서 자급자족하며 목숨을 부지해나가던 아이들이 식량과 필요한 물품을 가지러 도시로 탐험을 다녀오던 중 한 좀비의 목걸이에 담긴 '인간이 쓴' 쪽지를 발견한다.
과연 그들은 그 쪽지에 담긴 사실을 확인하고, 좀비로 변하는 일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책을 읽는 내내 '부산행' 영화가 떠올랐다. 이 작품.. 영화로 만든다면 정말 작품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공부와 일에 찌든 학생과 어른들이 각성제에 의지해서 하루를 살아가게 만드는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 헉!하고 놀랐던 건 바로 그런 잔인한, 인간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각성제를 인구조절을 위해 일부러 만들 어놨다는 설정이다. 전세계 소수만이 안전한 벙커에서 대기하며 전 인류가 좀비로 사라지길 기다리는 그들이 있다는 것이 소름끼쳤다.
사실 19세만 되면 좀비로 변한다는 설정이 황당하긴 했으나, 학업이 찌들어 살아가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그 논점에서 살짝 벗어나는 '인구조절을 위한 의도적인 좀비약 배포'라는 설정은 이 작품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것 외에는 전반적으로 스토리 흡입력과 구성 모두 별점 5개 만점!!)
힘든 하루였지?
그래도 살아남았잖아.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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