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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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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이효석문학상#사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2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대상 수상작으로는 박솔뫼 작가의 사과가 당선되었고,

우수 작품상 수상작으로 성혜령 작가의 하악, 임솔아 작가의 나의 빈 묘에, 장희원 작가의 영주, 정기현 작가의 그거 점 된다, 황시운 작가의 일일업무 보고서가 실려 있다.


박솔뫼의 사과는 카페 직원인 애리와 손님 선호가 만나고 멀어지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공간을 나누고 시간을 할애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가까워진다. 보통의 관계에서는 서로를 연인으로 칭하며 더 가까워지기를 갈망하지만, ‘애리선호는 적당한 때에 멀어지고 다시 카페 직원과 손님의 사이로 돌아간다. 구소현의 환호성리뷰를 쓸 땐 기어코 끝을 보고야 마는 집요함 같은 게 느껴진다고 썼는데 사과는 그 반대 같다. 구태여 무언가를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 초연함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 지금껏 봐온 문학상 수상작들은 강렬한 색채를 자랑하는 작품들이 많았기에, 투명하고 아련한 인상을 주는 이 소설은 더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심사평에서는 소설 속 관계를 두고 찰나의 우리가 어딘지 특별히 반짝이는 것은,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붙잡을 수 없는 방식으로만 실재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그제서야 우리라는 단어의 유동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십 년간 변함없이 우리라는 단어를 지켜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때는 우리였지만 이제는 우리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들도 있다. 마음만은 친밀하지만 우리라고 부르기엔 왠지 낯간지러운 사람도 있고, ‘우리라고 칭하고 싶지만 끝내 한 번도 우리라고 불러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나에겐 얼마나 많은 우리가 존재했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우리가 남아있을까.

우수 작품상 중에는 그거 점 된다가 제일 흥미로웠다. ‘허물을 벗는다는 설정 자체가 기이하고 독특해서이기도 하고, ‘희정’, ‘문혜’, ‘대연과 비밀을 함께 공유한 것 같은 유쾌하고 위태로운 감각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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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성
구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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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성_서평단

단연 올해 읽은 책 중(아직 올해가 좀 남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탁월한 작품을 소개할 때는 구성이 새롭다던가 문체가 마음을 울린다던가 그런 이유와 기준을 댈 수 있겠지만, 좋아하는 작품을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좀 어렵다. 나는 원래 이런 작품들을 좋아한다. 어딘가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구석이 있는

소설들이 꼭 터뜨려야만 끝나는 피냐타 같다고 생각했다.(작품에서 피냐타를 언급하기도 하지만) 둥둥 울리는 일상을 유지할 때 차라리 터져버렸으면 하는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상을 능동적으로 유지한다고 믿지만 사실 파괴되지 않는 상태를 견디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마침내 균열 사이로 무언가 왈칵 쏟아져 내릴 때, 끝이 보일 때. 어떤 부사를 붙일 수 있을까. 결국, 마침내, 드디어, 기어코? 그 끝을 응시할 때 흩날리는 컨페티와 그 사이로 언뜻 비치는 하늘 중 어느 것이 삶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까. 터뜨려본 사람만 답할 수 있는 질문들. 구소현은 기어코 끝을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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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부부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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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도서협찬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경직된 사고로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웃'의 개념을 되살리고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


-줄거리

책 속 주인공 '오경직'은 직장에서도 은퇴하고, 두 자식도 독립시켜 떠나보낸 70대 노인이다. 그러던 중 뉴스에서 '극초저출생'이라는 키워드를 마주하고 나라의 소멸을 막기 위해 자신만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바로 젊은 부부에게 아이를 낳을 것을 설득하는 것. 하지만 젊은 세대도 아이를 낳지 않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지라 자신의 딸, 아들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하고 이번엔 윗집 부부에게 다가서려 한다.


17p. "나는 검은색의 공감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는 궁금하지 않아. 내가 궁금한 건 검은색이 정말 노란색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고 있느냐야. 검은색은 자신의 삶만 나아지길 바라지 않을까? 아니면 자기 삶이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만 다른 색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지 않을까?"


'경직'은 개인도 국가를 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들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번식'보다 '생존'이 우선인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위기보다는 개인의 생존이 더 우선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젊은층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으라는 '경직'의 주장은 '애국'이라는 개인적 소망을 대신 실현해달라는 요구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물며 반대는 어떠한가, 젊은 세대들도 노년세대가 출산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들의 시간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섞이지 않는 색처럼 각자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만을 고수하고, 자신의 영역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교류하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트로트 덕질'을 매개로 대학생 친구를 사귀는 '경록'의 아내 '화정'이나 소멸해가는 도시로 이사 와 살갑게 인사를 건네는 윗집 부부 '봄'과 '가을'이 그 예이다. 과연 이들은 타인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갈등을 넘어 연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저출생', '세대 갈등'과 같은 예민한 사회 문제를 화두로 던지면서도, 각 인물의 시선을 통해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담아낸다. 그런 면에서 작가의 전작인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삶의 목소리를 독자가 차분히 듣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서 만났던 고집스러운 어르신들과 비슷한 '경직'의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진다. 나와 교류할 기회가 없어 이해할 수 없었던 윗세대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가 바라는 것도 이런 경험이 아닐까.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그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려는 마음 말이다. 이 소설은 그렇게 서로 다른 색들이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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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감각 - 디자인은 어떻게 도시를 움직이는가
김지원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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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 한 줄 평: 도시의 곳곳의 디자인 요소를 분석하여, 도시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책으로, 도시를 세밀하게 바라보는 법 뿐만 아니라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곳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는 법을 배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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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p. 도시는 어디에나 있지만,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도시’는 어디에나 있지 않다.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 애써가며 스스로 찾아야 한다. (…) 기술을 연마하듯 각자의 방식대로 쌓아가는 일상의 작은 실천들이 공간과의 상호 관계를 만들어 내며 도시 속에서 온전한 ’나’로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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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곳이든 도시는 넘쳐난다. 도시는 필요에 의해 건축된 산업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보다 낭만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시대와 취향의 기억이 층층이 퇴적된(185p.)'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구 상에 도시는 넘쳐나지만 같은 모습을 한 도시는 없다. 어떤 사람들이 살았느냐에 따라 축척된 문화의 모습도 다르고, 그들의 취향과 삶에 따라 도시의 모습이 꾸준히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도시 중에 나에게 맞는 도시는 어디일까. 도시와 사람은 끝없이 상호작용하기 마련이고, 도시의 환경이 나의 삶에 끊임없이 스며든다. 그렇기에 어느 도시에 살 것인가 하는 주제는 삶의 가장 중대한 문제를 결정짓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꼭 맞는 유토피아 같은 도시는 없을 뿐더러, 내가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는 법. 그렇다면 내가 어느 곳에 가든 그 도시와 불화하지 않는 태도를, 더 나아가 도시를 사랑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이 책은 '런던'을 배경으로 도시의 디자인을 분석하는 심미안을 통해 도시인들의 취향과 삶을 발견하고 도시에 애착을 형성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책을 보며 좋았던 점은, 유적지나 미술관 같은 도시의 랜드마크의 미학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우체통이나 시장, 골동품이나 펭귄북스의 책 디자인, 심지어는 우산이나 곰인형 등 도시의 작은 소품들까지 미학적인 요소로 분석한다는 것이었다. 한 눈에 띄는 것들에 감탄하고 스쳐가는 여행자의 눈길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것에 애정을 붙이는 도시인으로서의 시각이 드러나서 좋았다.

다양한 사례들이 제시되는 만큼 하나의 강한 결론이나 문제의식이 강조되기보다는 도시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소개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다. 덕분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선명한 메시지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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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와 프랑켄슈타인
코코 멜러스 지음, 심연희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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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잘 만든 시트콤처럼 인물들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결핍을 경쾌한 유머 속에 녹여낸 작품



책을 펴고 처음 만난 장면이 클레오와 프랭크의 첫 만남이었던지라,  밝고 통통튀는 로맨스 장르의 책일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중반부에 접어들며 클레오와 프랭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분위기가 한층 무거워진다. 이 과정에서 각 인물들의 결핍과 욕망이 서서히 조망되는데, 어딘가 조금씩 불안하고 결핍된 모습이 있는 인물들을 보며 결코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겠구나 생각했다. 


책의 배경이 뉴욕인 점도 주목할만한 하다. 미국, 특히 뉴욕과 같은 대도시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이다. 동시에 이 도시에 발을 붙인 사람들은 도시와 어울리기 위해 모두 조금씩은 자신의 모습을 묻어두고 살게 된다. 

이 책은 외국인, 예술가, 성소수자, 마약 중독자 등등 내가 겪어보지 못한 타인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변주하며 보여준다. 여러 인물들의 불안과 소외를 마주하다보면, ‘나는 얼마나 이들을 이해하고 있는가?’를 반문하게 되고, 결국엔 ‘나는 얼마나 이해받을 수 있을까?’ 하는 내 안의 숨은 욕망을 살며시 드러내게 한다. 대도시의 소란함과 익명성 아래 외로움과 위안을 느껴본 사람, 사랑을 통해 구원받길 꿈꿔봤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 와닿을 것 같다.




가제본으로 중반까지 읽은 뒤,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꼽아보았다.


| 너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 나의 가장 어두운 부분과 만나면 빛이 만들어진다.

| “위에 서 있는 사람이 그 구덩이에서 나오라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가르치거나 설교한다고 해서 끌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 사람과 함께 구덩이 안에 들어가야 해.



우리가 서로의 어둠을 끌어 안으면 빛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랑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어디까지 유효할까?



도파민 넘치는 페이지터너가 필요했던 독자, 평소 미드나 영드를 즐겨보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도서제공

클레이하우스 출판사 서포터즈 ‘클하네 독서하숙’ 활동을 통해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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