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17가지 미신 - 당신의 투자를 망치는
켄 피셔 & 라라 호프만스 지음, 이건 옮김 / 부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주식시장의 17가지 미신

The Little Book of Market Myths in 2013

- 지은이: 켄 피셔 & 라라 호프만스 Ken Fisher & Lara Hoffmans

- 옮긴이: 이건

- 출판사: 부키 / 2013-08-09 / \14,800

 

저자인 켄 피셔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피셔의 아들이면서 Fobers 선정 500대 부자에 들어가는 성공한 투자자입니다. 번역자인 이건님의 말씀처럼 실력을 입증한 투자자가 쓴 투자에 관한 책인 만큼 일단 인정하고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라라 호프만스와 함께 이미 [투자의 재구성]이란 책을 통해 검증해야 할 50개 주제/미신에 대해 다뤘었는데, 이 책은 그 중 엑기스를 뽑아서 집중 설명했다고 표현하면 저자에 대한 실례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에 널리 알려졌고 그래서 상식으로 통하는 대표적인 17가지 미신/통설을 주제로, 의미/정체를 밝히고 이러한 미신에 속지 말 것을 당부하고 때로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읽고 한 번 더 빠르게 읽고 나서 저자의 서론을 다시 읽었습니다. 서론은 책 내용을 가장 잘 요약한 글, 즉 가장 잘 쓴 독후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굳이 독후감을 쓸 필요 없이 저자의 서론을 옮기는 것으로 충분하겠지만, 책을 통해 저 나름 배운 점과 반박하고 싶은 것들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제가 쓴 독후감 공개를 통해 여러 현인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갖게 됩니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17가지 미신에 대해 막연히 믿고 있을 거라 단정하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는데, 저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그가 옆에 있다면, “,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는 책을 읽을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고 감히 단정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다룬 몇 가지 미신은 저의 장기(은퇴 후) 계획을 수정/보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배당주와 소형가치주를 다룬 8, 9장 등인데요. 또한 1, 채권과 주식에 대해 다룬 부분과 2, 자산 배분에 대한 부분은, 투자만이 아니라 경제활동에 있어 정말 중요한 내용인데, 저 자신 그 동안 많이 오해하고 있었음을 알고서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의 평균 변동성이 주식보다 훨씬 작다. 이를 두고 안전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투자의 목적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려 목표를 달성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면 단기적으로 작은 변동성은 안전의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

1,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하다>에 나오는 표현인데, 저자는 장기적(5년 이상)으로 봤을 때, 채권보다는 주식 투자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성 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것을 많은 통계 자료를 통해 보여줍니다.

 

2, <자산배분은 나이에 맞춰서 하라>에선 막연히 생각했지만 간과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저자의 지적에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필요 생활비를 표로 보여준 내용이 압권인데, 소비자물가지수를 매년 3%씩 상승한다고 했을 때, 현재 생활비로 $50,000이 필요하다면, 10년 후엔 $67,000 -> 20년 후엔 $90,000 -> 30년 후엔 $120,000로 증가한다는 겁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주식투자에서 기대되는 연 평균 10% 수익률이라면 커버하고도 남겠지만^^ 계산해보면 쉽게 나오는 내용을 숫자로 접한 저로서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나중에 배당주 투자와 관련된 저자의 지적과 함께 미래 계획을 더 단단히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8, <고배당주로 확실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에서 저자는 <영원한 주도주는 없다>는 식으로 단순히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타당한 말씀이지만, 가치주가 항상 더 나은 카테고리는 아니다. 성장주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기도 한다. 주식에서는 어떤 카테고리도 항상 시장을 주도하지는 못한다.이런 저자의 주장은 가치투자자를 모욕하는 말로 들립니다. 이는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결국 보상 받더라는 그레이엄의 조언을 믿는 저로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배당주를 가치주와 함께 일반화한 카테고리 범주에서 다루는 그의 이런 주장은 심지어 주가가 폭락했을 때 배당수익률이 상승하였지만, 결국 그 회사는 파산하더라는 식으로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투자자가 기업 내용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오로지 고배당주에만 투자한다는 단순 논리로 독자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까지 받게 됩니다.

 

저자는 보유 주식을 처분해서 현금 흐름을 빼내는 방법을 설명한 <자가 배당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사람이든 은퇴가 임박한 사람이든 40대 장년이든 투자자는 배당수익률보다 총수익률(자본이득 + 배당)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 그래야 배당수익률 대신 시간 전망과 목표를 바탕으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배당수익률에만 매달리면 배당주가 소외되거나 배당이 삭감되어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고배당주 투자는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다. 그렇군요. 배당주 투자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다만 자본이득보다는 좀 더 배당수익에 중점을 두는 것이죠^^

 

결정적으로 삐치게 만든 것은 9, <소형 가치주가 항상 우월하다>에서 1992년도부터 2011년까지 시장의 주도주(시장의 수익률 최고 카테고리) 변화율을 표로 보여준 부분입니다. 저자는 매년 시장의 최고 수익률 카테고리가 변하는 만큼 고배당주나 가장 수익률이 높다고 알려진 소형 가치주에만 투자하는 방법을 고집하지 말라고 합니다.

 

투자를 할 때 뚜렷한 근거 없이 인기 범주에 투자하고 있다면 십중팔구 유행을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 방법이 우연히 먹힐 때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전략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실패하는 전략이 되기 쉽다. 투자자는 한 카테고리와 영원한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된다. 사랑은 현실을 못 보게 하는 일종의 편견이기 때문이다.

-> 이는 저자의 의도에 관계없이 모순입니다. 앞서 그레이엄의 말씀을 언급했듯이, 최선의 투자방법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서 배당을 받으면서 시장에서 제 가치에 걸맞은 가격을 부여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는 제 주관을 더욱 확신할 정돕니다. 다만 사랑에 눈이 멀어 고집을 피우고 그래서 따라오는 실수/실패를 경계하는 말씀에서 저자의 배려심은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GDP와 주가의 관계>를 다룬 장에서는 둘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GDP가 만들어지는 주체와 기업의 성장과 전혀 다른 이유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주식에서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을 얻는다>는 미신을 다룬 장에서는 장기간과 일정 기간의 차이로 맹신해서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기도 합니다.

 

<실업률이 상승하면 주가가 하락한다>는 장에서는 실업률이 주가 움직임과 전혀 무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증권방송에서 미 증시를 언급하면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가 미 실업률과 실업수당 청구건수이고 실제 미국 월가에서도 전망 자료로 양적완화와 함께 맞물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로 알고 있는데 말씀이죠. 저자는 예측 자료로서 전혀 신빙성이 없음을 통계자료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예상과 정 반대 현상을 볼 수 있지만 이는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지표로 활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덧붙여 실업률과 관련해서는 <CEO의 관점에서 생각하라>는 소주제를 실제 기업에서 고용/해고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보너스입니다.

 

일종의 금융 사기를 다룬 마지막 미신, <좋은 투자 기회는 꽉 잡아라>에서는 현재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이 투자를 권하는 판촉 광고 역시 저자가 예시한 사기 행위와 흡사한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재미 있지만 금융기관을 맹신하는 우리 이웃을 만난듯한 답답한 현실이 연상되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좋은 책이 그렇듯이 옮겨두고 싶은 좋은 말이 많습니다. 그 중 몇 개, 옮깁니다.

 

확실성은 자본시장에서 가장 값비싼 요소 중 하나다. 강세장에서든 약세장에서든 아니면 수없이 등장하는 반등장에서든 확실성의 대가는 비싸다. 그리고 직관을 거스르는 말 같지만 위험성이 가장 작은 시점은 공포감이 절정에 이르고 투자 심리가 가장 암울한 때 바로 약세장이 바닥에 도달할 무렵이다. 확실성은 거의 예외 없이 착각이며 그것도 매우 값비싼 착각이다.

 

나는 주식시장을 모욕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이 달인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최대한 장기간 모욕을 줘서 최대한의 손실을 입히는 것이다. 모욕의 달인이 즐겨 쓰는 속임수는 강세장 정점을 이어감으로써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갑자기 요란하게 시장이 폭락하면 사람들이 약세장을 너무 쉽게 파악하고 달아나므로 모욕할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풍부한데도 이런 미신이 만연하는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일이 실제로 옳은지 확인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을 의심하는 것과 같아서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미신으로 밝혀지면 바보가 된 기분일 텐데,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책 읽는 내내 주식의 장기 투자수익률은 연 평균 10%이며 주식시장 거래일 중 72%의 비율로 상승기간이 더 많으므로 주식시장에 머물러 있으라고 합니다. 이는 번스타인인가요? 많은 분이 언급했듯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7% 기간에 평균수익률 대부분을 얻지만 이 7%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은 거의 수익이 없더라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또한 최고의 수익률을 올린 피터 린치의 마젤란펀드에서 고객의 절반 이상이 손해를 봤더라는 사실, 즉 펀드 수익률이 좋을 때 돈을 넣었다 수익률이 나빠졌을 때 돈을 빼내기 때문이었다는 사례와도 상통합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합니다. 사람들이 아무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생각일수록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그의 책 대부분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 투자자가 늘 잊지 말아야 할 경구라고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정말 싫지만,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자가 배당 전략>에 대해서는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은퇴 후 투자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총 투자주식에서 일부(3% 혹은 5%)를 매각해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안과 비교한 적이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장기적으로 10%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지만/믿고 싶지만 역시 미래의 막연한 불안감이 그렇게 결정하게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처음 계획을 만든 때로부터 10년쯤 지났나 봅니다. 우리나라도 변했고 우리 기업들도 변했고 그리고 세금정책도 (몹시 불리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제 경험 역시 제가 먹은 나이 만큼이나 늘었습니다. 임박한 은퇴 후 계획도 어떤 식으로든 수정이 필요했는데, 저는 일단 주식 편향에서 일정 현금(채권 등) 비중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느낌은 제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감을 많이 잃었구나.. 였습니다. 아니면 애매한 보유 재산이 이유일 수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인 이유가 더해져 큰 도움이 된 책입니다. 투자에 있어 가치 투자를 지향하는 관점에서라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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