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
영주 닐슨 지음 / 어드북스(한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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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 in 2012

- 지은이: 영주 닐슨 Youngju Nielson

- 출판사: 어드북스 / 2012-11-25 / 287 / \15,000

 

금융자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월스트리트란 말에 묘한 두근거림(?)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본주의의 중심지인 뉴욕, 그 중에서도 심장이라고 할 월스트리트니까요. 제가 그 이름의 매력에 이끌려 혹은 우연히 읽게 된 책으로 언뜻 생각나는 것만해도 피터 번스타인의 [월스트리트로 간 경제학자], [월스트리트 거장의 투자기법] 그리고 존 보글의 [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지침서] 등입니다. 투자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서울에서 월스트리트로], 빨간 색 표지에 월스트리트의 한국인 여성 트레이더가 밝히는 월가의 법칙이라는 책 표지 상단의 소 제목도 특이한 책을 발견했습니다. 저자는 1994년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대학원 공부를 한 다음 미국의 투자은행에 취직하는 과정과 경험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월스트리트에서의 경험을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느꼈습니다.

 

미국에서 MBA 과정 중에 만나 친분이 있던 한국인 중 한 명이 월가에 취직했고 이후 그와의 만남에서 자신 역시 월가에서 일을 할 계기가 되었음을 밝히는데, 과정을 통해 겪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결국 트레이더로써 성공적이고 그래서 만족한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도전하라고 하는군요. 나이와 학력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위주라지만, 책을 읽는 저로서는 늦어도 많이 늦었고, 피상적이나마 월가란 곳의 대략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는 있었습니다.

 

시작은 2008 3월 당시 약혼자와 브라질에서 휴가를 즐기던 토요일 아침에 그녀가 채권 트레이더로 근무하고 있던 베어스턴스의 파산 뉴스를 접하면서 입니다. [월가의 영웅] 시작 부분에서 피터 린치가 아일랜드 여행 중에 접하는 1987년 증시 대폭락으로 일컬어지는 Black Monday 장면을 연상하게 되는데요. 피터 린치는 이후 자신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증시에서는 나쁜 상황이 발생한다고 푸념하고 있는데, 그녀는 이 사건 이후 다른 악연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진행된 상황은 JP 모건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면서 오히려 그녀는 중용되는 결과로 이어졌으니, 그녀에겐 행운이라고까지 할 수 있어 보입니다. 2008 9LA에서 결혼식을 올리고서 바쁜 회사일로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서울에서 온 가족까지 신랑에게 맡겨두고) 회사로 돌아온 다 다음날 리먼 브러더스 파산 소식이 있지만 이는 그녀의 휴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래서 흥미진진한 시작과는 달리 이후 별다른 사건 없이 그녀가 들려주는 그녀와 그녀 주변 월가 사람들의 일상사를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궁금했던, 월가 투자은행의 분위기는 생소한 저에겐 재미 있습니다. 게네들의 조직과 일상 생활도 충분히 흥미가 있습니다. 저자의 말씀처럼 영화에서 봤던 것과는 많이 다른 실 생활이라 짐작되는 실력/성과 제일주의와 그에 못지 않은 정치의 필요성을 보게 됩니다.

 

Wall Street Job에서는 주로 투자은행을 지칭하는 Sell Side와 이들의 고객이 되는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의 Buy Side로 나눈다는 것과 내부 업무에 있어 직접 고객을 대하는 가장 연봉이 높은 Front Office 주로 IT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Middle Office 후방 지원을 맡은 Back Office 잡일을 돕는 Assistant 등이 있다는 것, Front Office의 경우 Analyst Associate Vice President Director Managing Director로 단계를 밟게 된다는 등의 상세한 조직 설명은 눈에 선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투자, 특히 저평가 자산에 투자해서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가치투자자를 지향하는 저로선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던 것은 저자가 자부하는 그녀의 직업입니다. 자신을 Professional Trader라고 하는데, 프로그램에 따라 단기적인 채권매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Profit taking Stop loss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저자는 부하 직원의 실수로 10억불을 날릴뻔한 사건이나 10일 연속 손실로 실직 위험에 처했던 상황에서 뜻밖의 정부지원으로 극적인 이익을 얻어 위기를 넘겼다는 사건은 그녀는 흥미 있고(물론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고 있지만) 최고의 수입을 얻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저를 포함한 일반인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분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일부와 별로 다를 것 같지 않은 게네들의 직장에서의 정치 부분의 묘사가 재미있습니다. 영어에서는 보스에게 아부하는 것을 Kissing ass라고 한다는군요. 그런데 더 심한 것이 Brown nose라고 하는데요. 젊잖은 체면에 글로 옮기기가 싫지만, 저자가 설명했기 때문에 추가 설명한다면, 보스의 엉덩이에 키스를 워낙 열심히 하다 보니 코를 엉덩이에 워낙 깊숙이 박아서 코에 X이 묻었다는^^

 

12개로 구분한 마지막 장, 이제 뭘 할 것인가? 편에서 저자는 미국 생활 17년과 월스트리트 직업인으로서의 생활 10 여 년에서 습득했을,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서술합니다.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들려주는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책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1. 지적인 자극 2. 경제적인 여유로움 3. 정신 없는 하루 4. 긴장감

가장 좋아하지 않는 것은, 1. 아침에 잠을 못 자는 것 2. 진정한 휴가를 보내지 못하는 것 3.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점심을 먹는 것 4. 정장을 입는 것

그리고 가장 싫어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직장 내 정치라고 하는군요. 저자는 싫어하고 때로는 그런 자들 때문에 직장을 옮기기도 하지만 자신 역시 직장 내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비치고 있습니다.

 

저자의 아마도 솔직한 호불호 몇 가지에 대해선 저자의 설명까지 덧붙여야 충분한 이해가 되겠지만 저로선 크게 공감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직업에 대한 관점부터 남녀 차이, 한국인이라지만 미국 생활에 익숙한 저자와의 거리감까지.. 다만 저자의 생각을 통해 나는? 같은 관점에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맺음말에서 저자는 10여 년간 월스트리트의 커리어와 삶을 통해 배운 세 가지를 들려주는데요. 이 역시 같은 관점에서 저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였습니다.

 

1. 지금까지 한참 이야기한 꿈을 꿔야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

2. 위험과 불확실성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꿈을 이룰 수 없다는 것

3. 인생을 커리어만 보고 살 수는 없다는 것

 

워렌 버핏은 월가를 멀리하라고 했습니다. 채권 전문 트레이더로써 성공한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이 일반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교훈을 담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의 치열한 삶과 그에서 얻은 그녀의 자신감만큼은 충분히 본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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