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관들 - 국가는 어떻게 출판을 통제해왔는가 현대의 지성 175
로버트 단턴 지음, 박영록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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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 시대별 검열의 모습을 마치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알려준다. 사실 단턴의 책들 자체가 미시사적 특성 때문에 한 편의 소설 읽듯 편히 독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검열관의 모습은 뭔가 독선적이며, 차갑고, 기계적인 느낌을 줄 것이다. 마치 1984의 빅브라더처럼. 그러나 이 책의 등장하는 검열관의 모습은 생각처럼 그렇게 냉정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한 위치에 자리 잡은 관료로서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자들이었다.



물론, 책은 검열 자체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삶을 통해 검열의 문제나 모순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자유의 태동기에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출판은 허용되지만 왕권과 귀족 사회의 권위는 어떻게든 지키려고 했던 계몽기 검열관



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출판의 자유가 꽃을 피우고 있었지만, 정작 식민지에서는 본국에서의 자유를 허용해야 할지 치열하게 갈등하는 식민주의 시대의 검열 문제



그리고 나름의 정의관에 빠져 자신들의 길이 곧 올곧은 문화육성을 하는 것이라 굳건히 믿고 있던 공산주의의 검열관들



각 시대에는 검열에 대한 고찰과 범위가 달랐으며, 검열관은 나름 문화에 대한 빠삭한 전문가들이자 비평가들이었으며, 동시에 그 위치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인간관계를 만들어가야하는가에 대해 하루하루 고민하던 인물들이었다.



이 책은 검열관을 통해 각 시대별 검열의 기준과 그 뒷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돋보기로 그 생활상을 속속들이 파헤치면서 검열이 가지고 있는 모순점을 자연스럽게 들어낸다.



단턴의 연구들이 대부분 이런 방식이긴 하지만, 덕분에 누가 읽더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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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 개정판
이사야 벌린 지음, 헨리 하디 엮음, 박동천 옮김 / 아카넷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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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 이후 자유론의 개념. 특히 개인적 자유(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확장시킨 기념비적인 자유주의 서적이다.

이 책은 벌린의 평생 연구를 종합한 서적에 가까운데, 특히 주목할 점은 수많은 전근대 학자들이 숙명처럼 빠져들었던 결정론에 대한 비판(역사적 불가피성), 그 결정론이 만들어놓은 폐쇄적인 정치공학과 철학을 비판한다.

벌린은 설령 그것이 윤리적으로나 정치적 이상으로나 옳은 방향이라고 할 지라도,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고한 목적을 지닌 자유(적극적 자유)를 또다른 형태의 강제로 보고 경계한다.

이 불확실성이란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데, 벌린은 이를 통해 오히려 개인에게 선택할 자유, 그리고 그렇게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장가능성을 예찬하는 계기가 된다. 바로 개인이 스스로 선택함으로 얻을 수 있는 자아의 성숙, 성장 가능성. 이것이 벌린에게는 진정한 자유의 길이었다.

물론, 벌린이 주장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 '이기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등장하게 된 일련 과정을 서술한 맨 처음 부분은 코믹하기까지 한데, 거기서 나타나는 벌린의 모습은 신중하다 못해 답답할 정도의 태도를 보인다. 이런 면모를 보다시피, 벌린은 본문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런 접근을 많이 보여주며, 단어 선택에서도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맑시즘에 대한 그의 단어 선택은, 그가 생각보다 맑시즘을 미워하지 않았음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함에도 자신의 주장 속에서 마치 인간의 이기주의를 찬양하고, 독선적인 면모가 있다는 비판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오해이며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름을 서문에서 매우 정밀하게 반박하고 해명한다.

벌린에게 '자유'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이상향을 목표로 그 결과가 설령 전체적인 자유의 확장을 가져올 지라도, 모든 상황은 결정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에게 선택할 권리(다원성)를 주어야 하며, 그 결과가 가져올 긍정적 가능성에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그것이 핵심이다. (책임 없는 자유가 가져오는 끔찍함에 대해서는 벌린은 서문에서 여러 번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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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재장전 - 자본주의와 코뮤니즘에 관한 대담
제이슨 바커 엮음, 은혜.정남영 옮김 / 난장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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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고하면서, 다시 얼굴을 들기 시작한 맑시즘이 다양한 학자와 그 시각으로 인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아주 쉽게 보여주는 책.


제목 그대로, 맑스주의의 방향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보여주는데, 단순히 맑스주의에 대한 장미빛 전망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존 그레이나 슬로터다이크처럼 시니컬한 비판적 전망도 볼 수 있다.

헤겔좌파와 헤겔우파가 존재하듯
이 책은 맑스 좌파와 맑스 우파의 현대적 흐름과 구성도를 파악하기 좋은 책이다.

인터뷰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잘 읽히지만, 해당 내용을 깊이 파고들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만약 이 책에 등장하는 내용을 좀 더 자세히 파고 싶다면

최근, 그린비 출판사에서 나온 《공산주의라는 이념》이란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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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의 상실 - 개정판 문예 인문클래식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음, 이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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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공론장에서 도덕과 윤리에 대한 논쟁은 지리멸렬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에 대한 개인적 정의관에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도덕과 윤리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결론도 지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현대 사회는 '덕'이란 개념 자체를 논할 수 없는 상태, 즉 덕 자체가 상실된 사회가 도래했다.

저자는 왜 현대 사회에서 덕을 말할 수 있는 담론이 지리멸렬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원인을 찬찬히 짚어나간다.
계몽주의 시대에 개인주의적 도덕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짚고 비판한다.
그리고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전통적 덕의 가치관을 다시 부른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보수주의적이라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를 자처하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의 논리가 아니라, 그보다 더 원론적인 의미에서 전통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의 주장에 가깝다. (그렇다고 저자가 보수주의자란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를 꺼내들면서, 지금처럼 사분오열되어 기준을 잡기 힘든 도덕적 정의관을 고치고, 공론장에서 덕을 논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점을 잡기 원한다.

그래서 덕에 관한 고전적 관념들.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개인의 역할, 자신이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잊혀졌지만 핵심적인 조건들을 꺼내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본과 독일의 후손에게 전범이란 이유로 도덕적 처벌을 짊어지게 할 수 있는가? 만약 개인주의적 관점에선 이는 너무한 처사이다. 그러나 그들 후손이 그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득, 인프라, 그래서 다른 사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수혜나 가능성을 받았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그 후손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들 조상이 범했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여러모로 도덕에 대해 아무것도 결론 지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 대해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다만, 저자의 핵심 주장이 굉장히 뒤늦게 등장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나아가는데 깊은 호흡을 요구한다. 덕분에 독자는 핵심 논지를 파악하기 전에 질리거나 난해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즉,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점에서, 초반부에 출판사에서 이 책의 논지를 좀 더 쉽게 파악하도록 해제를 달아놓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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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조용한 침공 - 대학부터 정치, 기업까지 한 국가를 송두리째 흔들다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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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는 자유를 존중해주는 그 기본 태도로 인해서 무너진다. 우리는 자유나 인권을 외치는 자들의 본면을 보아야 한다. 과연 그들 집단은 그만큼 자유를 보장해주는 곳인가? 정작 자유와 민주에 인색하고 그것을 혐오하는 집단이라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말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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