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 일본 원자력 발전의 수상한 역사와 후쿠시마 대재앙
앤드류 레더바로우 지음, 안혜림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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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해두자면, 이 책은 어떤 환경주의자가 '탈핵'을 외치는 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저자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전문가이고, 체르노빌 사건에 대해 깊게 연구하면서 원자력 사고의 경위 조사에 있어서는 유명한 권위자에 속한다.

그래서 책의 홍보 문구에 있다시피, 유명한 HBO 다큐 드라마인 《체르노빌》의 감수를 맡기도 할만큼,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권위자임에 분명하다.


이 책은 담담하다.

감정적인 부분이 하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조사 보고서 그 자체를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후쿠시마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도 않는다.

먼저 일본 원자력 발전의 역사를 쭉 훑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기초적인 발전 과정을 훑으면서 왜 후쿠시마라는 커다란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경위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특히 도쿄전력과 같은 민간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일본의 조직과 행정, 이권 관계가 어떻게 이뤄져 왔는지를 전반부에 핵심적으로 서술한다.

처음 이 책을 든 독자는 곧바로 '후쿠시마' 이야기를 하지 않고, 복잡한 역사와 행정, 그리고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위해 어떤 전략을 써왔는가를 자세히 서술하는 내용에 당황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전반부 서술은 매우 핵심적이다.

여기에 후쿠시마가 사고가 터질 수 밖에 없는 그 '당위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는 일본에서 이미 일어났던 몇 차례의 원자력 사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특히 후쿠시마 이전에 일본 내에서 가장 유명했던 원자력 누출 사고인 '도카이 촌 방사능 누출사고'의 사건 경위는 인상 깊게 다가온다.

이미 일본은 후쿠시마 이전에 높은 수준의 방사능 오염을 겪었음에도 이에 대한 재발 대책에 대해서는 허술했음을 각인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 그 자체에 대한 허술함도 보여준다.

저자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이미 후쿠시마 원전 자체의 결함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많았음을 수많은 자료를 통해 검토한다.

1. 원전의 건조기 자체에 큰 균열이 존재했다.

2. 이미 10년 전에 대형 쓰나미가 덮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존재했다.

3. 감사원들의 내부 안전 조치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무시해왔다.

4. 무엇보다 가장 원자력 발전에 대해 잘 알아야할 현장 인력이  하청업체 직원으로 대체되었고 심지어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구성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면모를 보다보면

정말이지 일본 전력 발전사는 그야말로 무사안일, 직무유기, 이권다툼의 현장 그 자체였고

그 허둥지둥한 행태는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정작 쓰나미가 덮쳤던 후쿠시마 사고 당시의 현장 직무자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이미 그전에 쌓아온 모래성과 같은 허술한 조직 행정과 이권을 위해 위험을 지속적으로 은폐, 무시해온 도쿄 전력 및 이와 관련한 행정 부처의 문제는 원자력 사고를 필연적인 결과로 만들어버린 셈이었다.

즉,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 그 동안 쌓여온 부실한 행정이 부른 '인재人災'인 것이다.


아마 이 책을 보면

그 간의 도쿄전력과 일본 행정 부처들의 행동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신뢰할 수 없는지를 곧바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고 있는 지금

과연 그들이 철썩같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 갈 수 밖에 없다.

그간의 행적들이 그들 내부 보고서가 얼마나 허술했고, 틈만 나면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거나 은폐해 왔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왜 원자력 발전이 위험한가?

원자력 발전이 100%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과학적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인간의 문제, 조직행정의 문제 때문이다. 즉, 기술은 완벽히 작동할 수 있어도 이를 관리하는 인간과 조직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사실 모든 이론과 사상, 과학은 그럴 듯하게 다가온다. 마치 완벽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제나 인간의 욕심, 실수, 무능한 판단은 그 모든 이론과 사상, 과학을 무위로 돌리곤 한다.

원자력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을 둘러싼 인간과 조직은 100% 관리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이 탈핵을 외치지 않고, 원자력의 위험성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왜 우리가 원자력과 방사능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누출되고 있는 지금.

이 책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읽혀야 하고 주목 받아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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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0-01 0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자력이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이 가장 큰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