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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벌린의 자유론 - 개정판
이사야 벌린 지음, 헨리 하디 엮음, 박동천 옮김 / 아카넷 / 2014년 7월
평점 :
존 스튜어트 밀 이후 자유론의 개념. 특히 개인적 자유(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확장시킨 기념비적인 자유주의 서적이다.
이 책은 벌린의 평생 연구를 종합한 서적에 가까운데, 특히 주목할 점은 수많은 전근대 학자들이 숙명처럼 빠져들었던 결정론에 대한 비판(역사적 불가피성), 그 결정론이 만들어놓은 폐쇄적인 정치공학과 철학을 비판한다.
벌린은 설령 그것이 윤리적으로나 정치적 이상으로나 옳은 방향이라고 할 지라도, 인간은 언제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확고한 목적을 지닌 자유(적극적 자유)를 또다른 형태의 강제로 보고 경계한다.
이 불확실성이란 부정적인 단어가 아닌데, 벌린은 이를 통해 오히려 개인에게 선택할 자유, 그리고 그렇게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성장가능성을 예찬하는 계기가 된다. 바로 개인이 스스로 선택함으로 얻을 수 있는 자아의 성숙, 성장 가능성. 이것이 벌린에게는 진정한 자유의 길이었다.
물론, 벌린이 주장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 '이기주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등장하게 된 일련 과정을 서술한 맨 처음 부분은 코믹하기까지 한데, 거기서 나타나는 벌린의 모습은 신중하다 못해 답답할 정도의 태도를 보인다. 이런 면모를 보다시피, 벌린은 본문에서도 상당히 조심스런 접근을 많이 보여주며, 단어 선택에서도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맑시즘에 대한 그의 단어 선택은, 그가 생각보다 맑시즘을 미워하지 않았음이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함에도 자신의 주장 속에서 마치 인간의 이기주의를 찬양하고, 독선적인 면모가 있다는 비판들에 대해서는 그것이 오해이며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름을 서문에서 매우 정밀하게 반박하고 해명한다.
벌린에게 '자유'의 진정한 의미는 어떤 이상향을 목표로 그 결과가 설령 전체적인 자유의 확장을 가져올 지라도, 모든 상황은 결정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에게 선택할 권리(다원성)를 주어야 하며, 그 결과가 가져올 긍정적 가능성에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그것이 핵심이다. (책임 없는 자유가 가져오는 끔찍함에 대해서는 벌린은 서문에서 여러 번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