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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티베트 - 차마고도에서 시짱자치구까지 역사문화 인문여행
이영철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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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준 교수님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그동안 나는 여행을 단순히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라 여겼다. 현장에서만 감각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영철 작가님의 『티베, 티베트』를 접하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얕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같은 장소라도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의 시선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겉으로는 여행기지만, 실제로는 티벳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깊이 있는 인문서에 가깝다. 책에는 꾸밈없는 사진과 함께 지역별 이야기, 지명의 기원, 그리고 티벳인들의 고단하고도 끈질긴 역사가 담겨 있다.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고원에서, 외지인이라면 고산병에 시달릴 만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어져 내려오는 그들의 삶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숭고함을 보여준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티벳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주권을 잃고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마저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겹쳐지며 묘한 공감과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족은 그 땅에서 여전히 문화를 잇고 있었다. 온몸을 땅에 엎드려 한 걸음씩 나아가는 오체투지의 장면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경이롭고 숙연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신비로운 풍습이 아니라, 삶의 간절한 소망과 믿음이 응축된 행위라는 사실이 마음 깊이 다가온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달라이라마, 오체투지, 영화의 배경’ 정도로만 알고 있던 티벳에 대해 조금은 선명한 그림을 가지게 되었다. 작가의 꼼꼼한 여정 덕분에 막연한 이미지가 구체적인 역사와 문화로 다가온 것이다. 이제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티벳, 정확히 말하면 시짱자치구가 들어섰다.



『티베, 티베트』는 단순히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 민족의 삶과 고난, 그리고 꿋꿋한 정신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이 책과 함께라면 티벳을 향한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삶을 깊이 체험하는 충만한 여정이 될 것이다.


"본 리뷰는 미다스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정성껏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해발4천미터 고원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티배트인들의 소망은 간절해 보인다. 이전 생은 이리 척박하지만 다음 생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안온한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생에서 쌓은 죄업들을 죽기 전에 하나씩 소먈시켜 둬야 한다. 그래야 다음 생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 P311

현지인 아이들의 머리를 땋아주거나 체조를 하거나 주변을 걷거나 일기를 쓰거나, 영화 속 이춘숙 할머니는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인생에 남은 시간들을 순간순간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고 계실지를 느낄 수 있었다. 소멸해 가는 시간을 앞에 둔 건 나 역시 마찬가지임을 새삼 깨닫는다. 일상이 시들해지거나 삶에 활기를 잃어가는 느낌이 들 때 나는 영화 <카일라스 가는 길>에서 이춘숙 할머니를 만나곤 한다. - P327

나의 적도 무로 돌아갈 것이고, 나의 벗도 무로 돌아갈 것이며 나 역시 무로 돌아갈 것이다. 만사가 무상하고 그저 덧없다. 기뻤던 일 모두 다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한번 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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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2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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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무블출판사의 도서 지원과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고 쓴 리뷰입니다.


『미추홀-제물포-인천 2』는 단순한 지역사에 머물지 않고,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거시적인 시각에서 풀어낸 책입니다. 한일합병조약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겪어온 굵직한 사건들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며, 역사를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이 책의 큰 강점 중 하나는, 대역사의 물결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제물포떡집을 운영하는 길례 가족의 이야기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역사 뒤편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낸 이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책을 읽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무거운 것인지 다시금 느꼈습니다. 외세의 침탈과 전쟁, 주권 상실의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전통과 문화를 지켜낸 민족의 힘은 결국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근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민족적 끈기와 저력을 다시 떠올리게 하며, 한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줍니다.


또한 『미추홀-제물포-인천 2』는 인천이라는 지역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특수성도 흥미롭게 조명합니다. 서울과 연결된 한강의 길목에 자리한 인천은 외세의 영향이 가장 먼저 닿은 지역이었으며, 다양한 문화와 사조가 스며들며 인천만의 고유한 지역성을 형성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를 넘어, 지역과 사람,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기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왕이 외국군의 포로가 되고 나라가 점점 외국의 속국으로 되어가는 상황을 그냥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스스로 ‘산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나라를 이루어 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다른 나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일단 그런 구차한 운명을 단호히 거부하고 맨주먹으로라도 일어서는 것이 ‘산 사람들’의 선택이 아니겠는가?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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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1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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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1』은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중심 무대가 되어온 인천의 역사를 방대한 스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단순한 지역사가 아닌,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 속에서 인천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조망하며, 우리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 1권에서는 인류 문명의 탄생부터 을미사변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지 않고, ‘월례’라는 인물을 통해 개인의 삶과 역사를 교차시킨다는 점이다. 월례는 단순한 허구의 인물이 아니다. 그녀의 삶을 통해 조선 말기라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백성의 고통과 선택, 그리고 저항을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제국주의가 몰아닥치던 시대, 왕과 신하, 백성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만들어낸 역사적 장면들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이 거대한 역사 안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삶의 결들이 드러난다.



동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이 흥하고 망하는 과정 속에서, 특히 지도자와 지배층의 탐욕과 무능이 나라 전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책은 날카롭게 보여준다. 부정부패, 외세 의존, 그리고 내부 분열. 결국 이런 요소들이 나라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역사 속 사례로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닐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사회를 돌아보기 위해 말이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도 떠올랐다. 여전히 우리는 과거의 교훈 속에서 배우고 있는가? 권력자들은, 지식인들은, 시민들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자문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책을 통해 되짚어보니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건강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거울’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


 『미추홀, 제물포, 인천 1』은 마치 우리나라 역사 연표를 소설처럼 읽는 느낌을 준다. 흐름이 뚜렷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유려하게 엮여 있어, 역사적 사실이 어렵거나 딱딱하게 느껴졌던 이들에게도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역사를 단지 과거로 남겨두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지혜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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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보이즈 창비청소년문학 138
정보훈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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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청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작가님의 스토리텔링은 드라마를 쓰듯 생동감 있고 감정이 진하게 묻어나, 단순한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장면 한 장면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처럼 느껴집니다.

소설 『시티 보이즈』는 한국 육상 역사상 최초로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400m 계주 금메달을 따낸 이야기와 함께 더욱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육상은 흔히 개인 종목으로 인식되지만, 계주 경기는 각기 다른 주종목을 가진 주자들이 완벽한 팀워크로 ‘원팀’을 만들어내는 종목입니다. 수천 번의 연습 끝에 단 몇 초의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바통터치의 순간이 이제는 쉽게 지나쳐지지 않습니다.

무진고 육상부라는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해체 위기의 팀, 무기력한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 희재가 중심이 되어 팀을 재건하고, 효진, 진우, 정민, 진주, 도철 코치까지 각기 다른 상처와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의 팀으로 성장해 갑니다. 특히 전국 1위 여자 육상부 진주의 성장기와 도철 코치의 따뜻한 시선은 이 소설의 또 다른 감동 포인트입니다.

이야기는 단순히 육상 시합에서의 승패를 넘어, 청소년들이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상처, 치유, 연대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할 불안한 시기에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합니다.

『시티 보이즈』는 청소년기 건강한 성장의 모범서이자, 우리 모두의 지나온 청춘에 대한 찬가입니다. 요즘 같이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에, 이 소설은 다시금 우리가 함께일 때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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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아
김필산 지음 / 허블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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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허블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흥미롭게 보셨다면, 김필산 작가의 『엔트로피아』도 주목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시간여행이 대중화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죽음에서 시작해 엄마의 뱃속으로 되돌아가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시간여행을 넘어, '시간의 방향성'과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SF 소설입니다.


이야기는 총 세 개의 시공간으로 구성됩니다. 거란 제국, 고대 로마, 그리고 미래의 서울이 그 무대이며,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도 흥미롭지만, 전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책을 덮고 나면 퍼즐을 맞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두 서울 전쟁' 파트는 현재 우리의 사회와 맞닿아 있는 설정 덕분에 더욱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시간 순행자와 역행자가 한 공간에 존재하며 벌어지는 혼란, 존재론적 충돌 등은 단순한 SF를 넘어서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냅니다. 동시에 이런 철학적 테마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 서사 구성도 탄탄합니다.


다만, 이야기의 전환이 빠르고 시공간이 계속 바뀌는 구조라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복잡한 구성을 따라가기 어려운 독자에겐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시간과 정체성, 존재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SF를 찾는 분들, 그리고 무한한 상상력을 즐기는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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