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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 제물포, 인천 1
복거일 지음 / 무블출판사 / 2025년 6월
평점 :
『미추홀, 제물포, 인천 1』은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중심 무대가 되어온 인천의 역사를 방대한 스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단순한 지역사가 아닌,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 속에서 인천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조망하며, 우리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 1권에서는 인류 문명의 탄생부터 을미사변까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의 가장 인상 깊은 점은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하지 않고, ‘월례’라는 인물을 통해 개인의 삶과 역사를 교차시킨다는 점이다. 월례는 단순한 허구의 인물이 아니다. 그녀의 삶을 통해 조선 말기라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백성의 고통과 선택, 그리고 저항을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제국주의가 몰아닥치던 시대, 왕과 신하, 백성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만들어낸 역사적 장면들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이 거대한 역사 안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삶의 결들이 드러난다.
동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이 흥하고 망하는 과정 속에서, 특히 지도자와 지배층의 탐욕과 무능이 나라 전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를 책은 날카롭게 보여준다. 부정부패, 외세 의존, 그리고 내부 분열. 결국 이런 요소들이 나라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역사 속 사례로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닐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금의 사회를 돌아보기 위해 말이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도 떠올랐다. 여전히 우리는 과거의 교훈 속에서 배우고 있는가? 권력자들은, 지식인들은, 시민들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자문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책을 통해 되짚어보니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건강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거울’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
『미추홀, 제물포, 인천 1』은 마치 우리나라 역사 연표를 소설처럼 읽는 느낌을 준다. 흐름이 뚜렷하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유려하게 엮여 있어, 역사적 사실이 어렵거나 딱딱하게 느껴졌던 이들에게도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역사를 단지 과거로 남겨두지 않고, 지금을 살아가는 지혜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더욱더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