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백가, 인생 불변의 지혜 - 공자·맹자·순자·묵자·노자·장자·한비자
옥현주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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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의 철학은 춘추전국 시대라는 극도의 혼란기 속에서 탄생한 사상들의 집합이다. 이 책은 공자 · 맹자 · 순자 · 묵자 · 노자 · 장자 · 한비자 등 제자백가 핵심 사상가 7인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익히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들어본 인물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제자백가의 사상을 통해 일상적인 경험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철학적 통찰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당장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방법론이나 처세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진리를 통해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다양한 문제를 여러 사상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여 균형 잡힌 사고를 키우고 인생을 꿰뚫는 통찰력을 길러주고 있다.

삶은 다채로운 것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래서 잘 가는가 싶은데 아프고, 괴롭다. 내가 잘 살아도 다른 이들이 우리 인생 주위에서 어렵게 한다. 누가 인생살이를 쉽다고 하는가? 아마도 그는 인생을 모르고 살아가는 철부지나 온실 속의 화초일 것이다. 또한 잠시 잠깐 행복한 세상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삶은 갑자기 인생의 고비를 안겨준다. 이때에 넉다운 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삶의 철학을 읽고 내면을 단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제자백가서는 고전이다. 현대인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가르침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말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읽다가 수긍을 넘어 무릎을 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인생을 알 나이에 이 책은 깊은 사고를 하게 하고 큰 깨달음을 준다. 따라서 사람의 생사 문제에서부터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람의 도리, 정치, 사람 간의 사랑,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 배움과 수양의 문제, 운명론 등이 망라되어 있는 가르침을 통해 삶의 진수를 배워보자. 이천오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제자백가의 철학은 우리에게 분명한 삶의 지혜와 통찰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일단 첫 장을 열면 너무나 익숙한 인물인 공자의 가르침이 나온다. 유가학파의 개조(開祖)로서 춘추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교육자이다. 그를 통해서는 공자의 천인관계, 학문의 자세, 사명과 운명, 살신성인, 제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읽는 부분마다 너무 좋은 가르침이 많아서 무엇을 적어야 하고, 인용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일단 《논어》 부분을 보니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다룬다.

"내가 들은 바로는 죽고 사는 것은 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공자가 말한 것이었다. 명심보감에도 보면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근면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사람의 노력이 개입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이 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본다. 공자는 제자인 백우가 중한 병에 걸린 모습을 보면서, 또한 아끼는 제자 안회가 단명했을 때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하며 크게 울며 더욱 '명'에 대해서 받아들였다. 특히 안회가 죽고 일년 뒤에 제자 자로가 죽게 되는데 이때 공자는 "아! 하늘이 나를 끊으려 하는구나!"라며 애통해 했다. 즉 공자는 사람의 수명을 하늘의 소관으로 보았다.

공자 위정편에 나오는 글이다. '나이 오십에 천명을 안다'는 지천명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흔히 나이 오십이 되면 하늘의 명령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로 아는데 중국에서는 지천명이 다른 의미로 이해된다고 한다. 즉 "사람의 나이가 오십이 되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을 보면 아무리 원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인생사라는 것이 꼭 그렇게 된다고 하고 포기하기에는 운명이란 장난이 심한 경우가 있다고 본다. 그러니 최근에 본 강지영 아나운서의 "버티면 분명 기회가 올 거야."라는 말을 되새기며 열심히 가보자. 그러다가 막히면 그때 가서야 포기하는 것이고 말이다.

제사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보게 되었다. 이 부분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어 더 이상 제사 문제로 집안 다툼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논어 '팔일'편에 보면 "예는 사치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하고, 상喪은 형식적으로 잘 다스려지기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

이 말은 효를 생각할 때 너무 제사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공자는 효에 대해 "어김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즉 예에 어김이 없으며,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과장하지 말고 분수에 맞는 효를 하라는 것이다. 형편에 맞지 않는 무리한 봉양을 효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형식보다는 진심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상례의 본질은 부모를 잃은 자식의 애통함과 서글픔에 있다. 슬픔이 없는 형식적인 상례와 제례는 본질을 잃은 문화인 것이다. 그러므로 형식적이고 사치스러운 제례보다는 조상을 향한 그리움과 슬픈 마음을 바탕으로 한, 분수에 맞고 정성스런 제례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공자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진정 살아있을 때 잘하는 것이다. 죽어서 잘한들 조상들이 알아준다는 사상은 이제 변할 때가 된 것이다. 조상에게 잘해야 복 받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잘해야 복을 받는 것이다.

2장은 맹자에 대해서 나온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서 발전시킨 유학자이자 정치가이며,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맹자를 통해서는 맹자의 왕도정치, 사생취의, 성선설, 수양론, 우환의식을 이야기한다.

3장은 순자에 관해서이다. 전국시대 후기의 유학자로서 공자의 사상을 계승했으며, 맹자보다 현실적인 사상가이다. 순자를 통해서는 성악설, 화성기위, 비판적 사고, 예론, 상례와 제례를 이야기 한다. 4장은 묵자에 관해서인데 하층계급의 입장을 대변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이다. 그를 통해서는 겸애교리, 명정론 비판, 삼표볍, 후장구상 비판, 묵가의 실천력을 이야기 한다. 5장은 노자에 관해서이다. 도가학파의 개조로서 춘추시대 초나라의 철학자이다. 노자를 통해서는 무위자연, 도와 덕, 유약과 견강, 섭생의 원칙, 양생법을 다룬다. 6장에서는 장자에 관해서인데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사상가로서 전국시대에 활동했다. 여기서는 가치판단, 무용지용, 상대주의, 기화 사상, 물화 사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지막 7자은 한비자에 관해서인데 순자의 제자이며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사상가이다. 한비자에 대한 책을 따로 읽어본 적이 있는데 가히 뛰어난 철학자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가장 주목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비자》를 쓴 적국 '한비韓非'이다. 한비자의 저술을 읽고는 "이 사람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대단한 가르침과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논어》, 《장자》, 《도덕경》, 《한비자》와 같은 제자백가의 고전에는 당대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사상가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은 분주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감정에 휘말리며 살아간다. 그때 예상치 못한 혼돈과 위험이 닥칠 때, 무기력에 빠질 때 ‘내 삶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토록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의 답을 우리는 찾아 나서야 한다. 그냥 이 하루를 넘기고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채 반복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때 인생 나침반이 필요한데 인생 선배들의 귀한 충고와 통찰이 담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특히 인류정신사의 혁명적 전환의 시기인 칼 야스퍼가 말한 '축의 시대'에 살았던 핵심 사상가들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이 시기는 인류 지성사에 획기적인 지적 유산이 발흥한 시기이다. 이 축의 시대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인데, 이 시기를 위대한 시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구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핵심적인 사상가들이 태어나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 인물들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들의 삶과 가르침은 책상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 치열한 삶의 전투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충분히 현대인들에게도 공감가는 가르침이 수두룩 할 것이다. 고전을 통해 깊은 삶의 진수를 만나고자 한다면 단연 이 책을 손에 들고 읽으면 된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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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흐름을 꿰뚫는 우리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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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역사 대중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역사 저술가이자 밀리언셀러 실록 작가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이후 고대사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아홉 권의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펴내 누적 판매 300만 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 신박한 작가이다. 책 제목에서 독자는 물만난 고기처럼 그동안 고대했던 책이 등장했구나 하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가 쉽게, 명료하게 한국사를 정리해 줄 분이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게으른 역사적 호기심자들에게 박영규 저자는 큰 선물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면서 한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딱히 관심도 가지 않기도 하고, 필요한 대로 역사를 이해하며 습득하였다. 무엇보다 기존 학교의 역사책은 방대한 역사를 간략하게 압축하다 보니 사건 위주로만 구성되어 감흥 없이 읽게 된다. 한 마디로 역사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저자의 『한국사』 책은 읽으면서 그 흐름이 보였고, 공감적 역사가 나열 되었고, 일목요연하게 집필되었다. 교과서라고 할 때 이젠 이러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역사를 이해한다면 역사 의식과 함께 한국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 가고 있는 지를 이해하는 역사관이 생기리라 본다.

본 책은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단군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약 5,000년 우리 역사를 《신박하게 한 권으로 압축하여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역사에 관해서 30년간 다져온 내공으로 한국사의 핵심만 명쾌하게 담아 이 책을 완성하였다. 그러니 평소 역사 공부에 소홀히 한 분들에게 한국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왕조마다 왕위 계승도를 삽입함으로 시대의 흐름을 연결해주며, 간략한 사건과 몇몇 주요 인물에만 집중한 역사를 다양한 면에서 즉 입체적으로 살피도록 도와주고 있다. 정말 읽기만 해도 저절로 내 것이 되는 한국사 수업이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으로 ‘상식을 깨야 역사를 올바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 한국 사서는 물론이고 《사기》 《한서》 등 중국 사서까지 수많은 사료를 섭렵해 지금까지 배운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하여 기존 역사 상식을 되짚어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어 신선하고도 새로운 통찰에 대한 기대를 걸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신선한 발견을 보여주며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특히 『들어가며』 부분 안에서 당쟁에 대해 다루는 글을 보면서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즉 조선은 정말 당쟁 때문에 망했을까?

요즘 현시대 정치를 보면 여야가 국민을 위해서 일하기 위해서 뽑혔는지 아니면 자기 당은 물론 당대표를 지키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었는지 헷갈린다. 그만큼 지금 정치인들의 형태는 꼴보기 싫은 정치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歲費)가 그렇게 아깝다. 자료를 살펴보니 올해 1억5천700만원으로 책정돼 지난해보다 1.7% 인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 법안의 통과는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급여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모습에 국회 개혁을 위해서라도 세비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정도로 낮추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는데 국민둘이 이 부분에 민감하여 세비를 낮추며 진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세우면 좋겠다. 무엇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세우고, 그들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세비를 주어 국고를 낭비하는가? 특권에 쩔어 있는 자들이며, 국민을 위한 것에는 이용할 줄만 알지 실제 체감적으로 와닿는 정치인이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억지 싸움에 화가나고, 비상식적인 언어들과 지저분한 행동을 보면 그들에게 우리가 왜 미래를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정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그런 가운데 당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다. 많은 우리 국민이 당쟁이 조선을 망하게 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개 당쟁은 선조 이후 붕당정치 시기부터 나타났다고 여긴다. 하지만 당쟁은 조선 초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당쟁에 대한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살펴보자. 조선초엔 훈척 세력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훈척 세력이란 공훈 세력과 왕실의 인척 세략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건국이나 반정에 공을 세운 이들을 공훈 세력, 왕실과 친인척 관계를 형성한 이들을 인척 세력이라고 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유는 인척 세력의 대다수가 공훈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훈척 세력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세력을 키운 왕은 세종이다. 세종은 집현전을 세워 신진 세력을 형성하고 그들이 훈척 세력에 대항하도록 했다. 이것이 조선 최초의 당쟁이다. 비록 어떤 당파를 형성하지만 않았지마 양대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며 나아갔다. 그렇다면 세종은 왜 집현전 신진 세력을 키웠을까? 왕은 신하들이 양립하여 대립할 때 그 힘을 강하할 수 있다. 신하들의 권력을 조절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이 키운 양대 세력의 균형은 세조 이후 깨진다. 세조의 반정을 도운 훈척 세력이 다시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세조는 반정을 도모한 측극들만 신뢰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훈척 세력의 힘을 강화시키고 왕권은 약화시켰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바로 성종의 사림士林(조선 중기에 사회와 정치를 주도한 세력을 가리키는 말) 중용 정책이었다. 사림을 끌어들여 훈척 세력과 대립하게 한 성종은 이를 통해 양 세력의 팽팽한 균형을 꾀하고 자연스럽게 왕권을 확립하게 된다. 하지만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의 반정으로 다시 한번 권력은 훈척이 독점했고, 이로 인한 4대 사화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사림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사림의 권력 독점은 훈척의 권력 독점과 마찬가지로 왕권을 약화시켰다. 선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붕당정치를 합법화하고 동인과 서인이라는 양대 붕당을 중심으로 정치를 이끌어가면서 왕권을 세웠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죽고 죽이는 당쟁을 치열하게 전개해 나갔는데, 그것이 치열할수록 나라는 되레 평온한 것이다. 즉 격렬한 당쟁으로 정치인들은 희생되었지만 그 희생 덕분에 백성들은 평온한 시대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에 당쟁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숙종, 영조, 정조 때였다. 이 시기엔 치열한 당쟁으로 수많은 정치인이 죽거나 유배되었지만, 나라는 태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순조 이후 외척 독재가 이뤄지자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백성은 고통받았다. 조선사는 이렇듯 치열한 당쟁 속에서 권력이 균형을 이룰 때 태평성대를 누렸고, 외척 등 일부 세력이 권력을 독점할 때 혼란을 겪었다. 즉, 당쟁이 나라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독재가 나라를 망친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민주 세력과 수구 세력의 팽팽한 대립 속에 여야는 연일 대립 관계 구도로 나아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저 인간들 만날 싸우기만 하고 일은 언제하나?'하고 욕을 하는데 그런데 저자 말로는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하여 싸우는 사람들이며 그것이 대의정치라 한다. 즉 그들이 싸우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싸우게 되며, 그들이 싸우는 덕에 국민이 직접 싸우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당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그 대립의 강도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되었다는 의미라 보면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정당의 힘이 균형을 이루어야 그들을 심판하는 국민의 힘이 강화되고, 국민의 힘이 강화되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싸운다고 비난하지 말고 되레 싸우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난해야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역사적 사고를 이 책을 통해 일단 먼저 배우게 된다. 그래... 이런식으로 보니까 역사 공부는 새로운 재미와 이해를 준다. 또 다시 눈에 들어온 대목은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넘길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태종은 1418년 5월에 장남인 세자 양념을 폐위하고 삼남 충년을 세자로 삼은 뒤, 불과 2개월 뒤 전격적으로 용상에서 물러났다. 왕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왕위를 내놓는 것은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왕위를 물려주게 되면 조정朝廷의 안정도 나라도 불안하다. 그런데 왜 태종은 세종에게 왕위를 일찍 물려주었나이다. 그건 바로 태종이 가지고 있던 종기라는 병 때문이다. 1418년 7월 당시, 태종은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종기라는 병은 지금과는 다르게 다루기 힘든 악병 중 하나다. 종기 때문에 병상에 누워 제대로 정사를 돌보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만큼 심각한 병이다. 그런데 왕위를 넘긴 지 겨우 9개월 때에 목위에 난 그 종기가 목욕을 하면서 중풍으로 이어졌다. 중풍은 지금도 사람 구실을 못하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결국 그 중풍으로 제대로 거동하지 못했고, 더 악하되어서 1422년에 그는 영영히 잠들고 말았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명언과 같은 말이 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은 것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

태종 이방원이라는 드라마가 2021년도에 방영되었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그가 왕이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숙청했다. 그러나 그의 평가는 500년 조선조 국가 운영의 밑그림을 완성한 군왕으로 위대한 성군처럼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런 거국적 왕이 종기라는 병 하나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우리의 삶과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역사 상식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사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물의 생애와 업적 또한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민주주의가 세워지는 그 역사적 과정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 읽기만 해도 한국사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망설일 필요가 없이 역사적 이해가 적고, 나같이 게으른 한국인들은 이 책 한 권을 통해 한국에 관한 모든 역사를 살피는 계기를 맞게 될 거라고 본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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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안창호와 함께 독립의 길을 걷다 - 독립운동가들의 숨겨진 이야기
이만근 지음 / 스타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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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우리가 도산 안창호에 대해서 너무 피상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너무나 소홀히 대하고, 역사책에서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귀중한 책이며, 감히 교과서로 지정되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읽으면서 자책하고 보았다. 이토록 훌륭한 인물들을 우리는 왜 꽁꽁히 숨겨두고 지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8.15 광복절이 매년마다 오지만 젊은 세대는 감동 없이 이 날을 휴일로만 기억하지 주권을 찾고 나라를 찾은 날로 기억하지 않고 있다. 학교 수업에서도 시험을 위한 일부 정보를 배우고 있지, 이토록 나라를 위한 피끓는 심정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지 못하고 있다.

자유대한민국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닌데 우리는 당연시하며, 독립투사들의 수고와 피, 업적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 이 책이 주는 장점은 내 나라를 위한 독립운동가들의 가슴과 얼을 여기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함이 솟아났고, 그들처럼 독립투사의 열정과 의지가 내 몸 속에 피를 끓게 하였다. 이것으로 이 책이 주는 소감은 다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렇다. 이 책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업적뿐만 아니라 그의 동지들의 업적은 물론 알려지지 않은 그의 가족들까지도 조명해주고 있어 대한이라는 나라를 거시적이면서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안창호 선생과 그의 동지와 가족들을 기리는 성격도 띠고 있어, 다양한 시선으로 그 당시 나라의 모습을 보게 해준다. 독립의 길은 결코 혼자가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 곁에는 수많은 동지가 있었고, 함께 힘을 보탰던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그들의 노력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중요한 축을 이뤘고 동지들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과 눈물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프랑스 올림픽에서 한국은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입국하였다. 금메달의 영광은 더욱더 선수들을 빛나게 했다. 그러나 그늘진 곳에서 선수들을 빛나게 한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오히려 그들로 인해 선수는 앞만 보고 달리면 되었다. 마찬가지로 숨은 조력자인 애국지사들을 독립의 길로 이끈 도산이 있었다면 그런 도산을 온전히 신뢰하고 동행하며 희생한 그들이 있었기에, 비록 죽음도 딛고 가야 하는 험난한 길이었지만 도산과 그들의 노력으로 끝내 독립의 길을 열어 자유대한민국을 만들어 내었다.

이 책은 그들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과 도산의 새로운 면모를 알리려고 쓴 책이다. 도산이 걸어간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도산과 그들과의 인연과 활동, 생애와 업적 등을 사실에 충실히 하면서 소개해 주고 있다. 관련 사진도 많아 한층 더 피부처럼 와닿는다.

첫 장을 열면서 이미 감동과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도산은 일본인들에게 신문을 당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수감 중인 안창호 선생, 수인번호 1724!

“독립운동을 계속할 생각인가?”

“나는 밥을 먹어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 잠을 자도 대한의 독립을 위해서 해 왔다. 이것은 내 목숨이 없어질 때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대는 조선의 독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대한의 독립은 반드시 된다고 믿는다.”

“무엇으로 그것을 믿는가?”

“대한 민족 전체가 대한의 독립을 믿으니 대한이 독립될 것이요, 세계의 공의(公義)가 대한의 독립을 원하니 대한이 독립될 것이요, 하늘이 대한의 독립을 명하니 대한은 반드시 독립될 것이다.”

이 대화만해도 가슴 벅찬데 그 다음 이어지는 대화를 보면서 대단히 지적이며 논리적이며 상대 나라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도산의 인품을 보게 된다.

“그대는 일본의 실력을 모르는가?”

“나는 일본의 실력을 잘 안다.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가진 나라다. 나는 일본이 무력만한 도덕력을 겸하여 가지기를 동양인의 명예를 위하여서 원한다. 나는 진정으로 일본이 망하기를 원치 않고 좋은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이웃인 대한 나라를 유린하는 것은 결코 일본의 이익이 아니 될 것이다. 원한 품은 2천만을 억지로 국민 중에 포함하는 것보다 우정 있는 이웃 국민으로 두는 것이 일본의 복일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의 독립을 주장하는 것은 동양의 평화와 일본의 복리까지도 위하는 것이다.”

신문하던 일본 검사의 말문이 그만 여기서 턱 막혀버렸다고 하니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하고 대범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 ‘밥을 먹어도 독립, 잠을 자도 독립’ 중에서 P. 17-18

배움의 열정

그리고 도산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다. 필대은이라는 세 살 위 서당 선배를 통해 국제정세와 서양의 각종 문물에 대한 소개를 받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안목이 크게 넓혀지면서, 조선의 지배권을 놓고 벌어진 외국 군대에 의한 전쟁, 약탈, 방화 등으로 우리 백성이 고통 당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한 도산은 우리 민족의 비참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동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구 학문을 배우고 문물을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거기서 언더우드 학당에 들어가 안창호는 서구 문화와 신학문을 배우며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접장(接長 규모가 큰 서당에서의 학생의 장)으로 있던 송순명의 전도로 학교 규칙에 따라 밀러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고 기독교에 입교하는데 이것이 도산에게는 새로운 가치관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 선배 필대은을 데려와 세례를 받게 하고 기독교적 세계관 공부를 하도록 했는데 필대은이 이런 말을 하며 기독교인이 어떤 자여야 하는 지를 알려 준다. “우리가 머리를 깎고 예수를 믿는데, 머리를 깎은 바에는 모든 것을 좀 깨끗이 해야지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면 다른 사람한테서 예수 믿는 사람이 더럽다고 욕을 먹을 것입니다.” p.30

1919년 3․1운동의 불꽃을 점화시킨 민족대표 33인 중에 기독교인이 16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나라를 위한 일은 물론 신앙적으로도 모본이 되는 존재였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를 살펴보아야겠다.

공부보다 동포가 먼저다

도산 안창호는 독립운동 외에도 교육과 계몽 활동에 많은 힘을 쏟았으며 또한 청년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실력 양성 운동을 펼쳤다. 이런 신념은 교육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와 동지들은 그 신념을 바탕으로 흥사단, 대성학교, 신민회 등의 활동을 하며 조직을 구성해 나갔다. 그래서 도산은 유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고자 하였다. 처음 그는 동포를 도우기 위해 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약해 수술을 집도할 자신이 없어 교사가 장래 희망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렇게 도산은 유학의 부푼 꿈을 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날라 갔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차이타타운에서 셋방을 얻어 생활 했는데 당시 샌프란시스코에는 20여 가구의 한국인이 살았다. 그런데 그들의 생활이 미국 사회에 문제를 일으켰다. 서로 이질적인 여건과 환경 때문에 감정적 다툼이 잦았고,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한 거친 행동과 말투, 불결한 거처와 생활 태도 등은 미국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고 멸시당하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런 동포의 현실을 보고는 계획 했던 공부를 미루고 동포의 노동 주선과 생활 태도를 고쳐 스스로 문명 국민이요 독립할 국민임을 주변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을 하였다. 개인의 공부보다는 동포의 생활 개선과 단합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의 영달을 위하지 않고 동포를 위해 기꺼이 꿈을 접는 모습은 가히 독립운동가들이 가진 고매한 인격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산은 오렌지농장에서 일하면서 한인 노동자에게 이런 말로 민족의 자긍심을 키워냈다. 즉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정성껏 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것이다"고 강조하였다. 그 이유는 이렇게 하면 농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어 돈을 벌 수 있고, 독립운동을 도울 수 있는 자금도 마련할 수 있으므로 애국의 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동포의 마음에 스며들었는지 한인 노동자는 근면하고 성실한 일꾼으로 변해 갔고 농장 주인에게 칭찬과 신임을 얻게 되었다.

자신의 미래 보다 나라의 미래, 동포의 앞날을 생각하는 그 모습에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다.

평생 동지이며 후원자 이강

책에는 도산을 도운 훌륭한 동역자인 독립운동가가 많이 거론된다. 그 중에 '이강'이라는 자를 보며 도산의 인품이 어떻기에 이강은 가족이 전 삶을 헌신하며 도왔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강은 평양지역 개화 운동을 선도한 임기반의 집에서 인연이 되었다. 도산을 만난 후 늘 행보를 함께 하면서 지극정성으로 도왔다. 재러 한인을 둘러보며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대한인국민회 지방회 조직의 확산과 기지 개척에 전념했다. 또한 시베리아 치타에서 민족운동 기관지 『정교보』를 창간하기도 하였다. 이후 소년 공산당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상해로 탈출하였는데 이곳에서도 도산을 도와 임시정부 활동에 주력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도산이 상해 윤봉길 의가 배후 혐의를 받고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4년 징역을 선고받아 서울 서대문형무소 옥중에 있을 때, 감옥 근처에 거처를 잡고 살면서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지어 사식으로 넣어주었다고 한다. 1년도 힘든데 무려 4년이나 도산을 섬겼으니 그 섬김은 과히 눈물나는 정도이다. 이강은 물론 그 아내에게 온 국민이 머리를 숙여 감사함을 전하는 바이다.

이강의 사역은 그 외에도 계속 이어져 안중근을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며 도왔고, 일본 경찰에 납치되어 3년의 시간동안 옥고도 치루었으며, 광복 후에도 많은 활동을 하며 무장 독립군 단체인 신민단의 부단장과 한중협회 간부를 거쳐 남산고등학교 교장까지하며 나라를 세우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 외에도 많으나 그러나 그가 섬긴 것에 비해서는 일반에 너무 알려지지 않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였다.

이렇게 이 책은 도산의 업적은 물론 그의 이름 아래 가려지고 묻혀버린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업적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결코 대한민국은 한 두 사람의 영웅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인해 세워진 나라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한 숨겨진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읽고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며, 그들의 뜻을 이어받아 더욱 대한의 나라를 위해 우리 또한 한 알의 밀알이 되고 희생이 되면 좋겠다 생각된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도산의 가족의 모습을 비춰준다. 마지막 12장 또한 중요한 자료로서 꼭 읽으면 좋겠다. 특히 도산의 조카 딸 안성결이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에서 독립운동가의 아내와 자녀들이 겪은 삶의 고충과 한(恨) 뭉클하게 다가온다.

도산과 이혜련은 어려운 여건, 힘든 환경과 형편 속에서 필립, 필선, 수산, 수라, 필영 5남매를 낳았다. 도산은 1927년 7월 1일, 아내 이혜련에게 보낸 편지에서 "남들은 나더러 아들 3형제 와 딸 2형제, 5남매를 두었으니 참 복이 많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한끝으로는 부끄럽고 한끝으로는 괴로울 뿐입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또 도산의 조카딸 안성결이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에서 이렇게 전한다.

필영이는 유복자인 양 아버지 얼굴조차 뵙지 못했다. 장남 필립도 "우리는 왜 아버지가 없어요. 엄마, 대답해 주세요."하고 철없이 묻고 했는데, 그럴 때면 그 어머니는 부엌에서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하시더라. 손님이 오시면 누구든지 "너희 아버지는 이천만의 아버지야" 하셨고, 필립은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고 어린 나이엔 듣기도 싫었던지라, "우리 아버지는 왜 없는 거예요. 엄마, 대답해 주세요."하고 계속 떼를 쓰기 일쑤였다.

-2천만의 아버지 p.365

강남구신사동에는 도산공원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곳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기념관과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부인 이혜련과 합장한 묘가 있다. 책을 읽고는 이곳에 안 갈 수가 없다. 그리고 내 후손들에게는 이 장소를 성지처럼 여기며 다녀 오라고 유언처럼 권면하고 싶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산을 도운 숨겨진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라도

적는 것이 이 서평의 도리인거 같다.

독립운동의 기틀을 마련하고 민족의식을 일깨운 필대은, 외국인 독립운동가로서 한국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준 밀러, 도산 안창호 선생보다 10년 연상으로 이웃 동네에서 일찍부터 함께 독립운동을 도운 임기반, 독립군 주치의로서 신민회를 함께 조직한 김필순, 안창호를 한국에 보낸 흥사단의 일원 이강, 안창호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공립협회를 창립한 정재관, 민족 교육과 독립운동을 이끈 유길준, 장돌뱅이 출신으로 안창호의 강연을 듣고 매료되어 술과 담배를 끊고 단발을 결행한 후 신민회에 가입한 이승훈, 의열단에 폭탄 제조 기술자를 소개한 이태준, 무관 출신의 풍운아 이갑, 그늘진 곳에서 독립 자금을 지원하며 평생 흥사단을 위해 헌신한 송종익, 비행기를 두 대 직접 사들여 전투 비행 조종사를 양성하려고 했던 쌀의 대왕 김종림, 도산의 주치의이자 동서인 김창세, 연해주 독립운동을 이끈 안태국, 제2의 도산으로 불리는 장리욱, 미주 독립운동의 최측근 곽림대, 27인의 결사대 이탁, 임시정부의 파수꾼 차리석, 도산의 의남매 조신성, 애국심을 고취시킨 목사 한승곤,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쓰지 않은 한흑구, 상해 임시정부에서 안창호의 비서로 일한 유상규 도산의 유택을 제공한 조카사위 김봉성, 애국자 만드는 공장주 조카 안맥결, 북한의 누이동생 안신호, 그리고 도산의 아내인 이혜련 등이 있다. 이외에도 아예 이름도 거론되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대한민국이 고마움을 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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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원의 생명 공부 -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
송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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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게놈과 바이오 혁명의 시대,

생명 과학의 핵심을 꿰뚫는 17가지 질문들!

17가지 질문으로 푸는 생명 과학 입문서

 

금 시대는 인간이 건강을 결정하는 시대이다. 즉 기술이 질병을 통제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세상엔 수만가지 치료법과 신약이 떠도는데 이것은 결국 인간이 생명이라는 신비를 정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인류의 문제는 무언가를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을 누리지 못하고 후대의 세계에 물려주는 것인데 그러나 지금 세대는 그런 물려줌조차 허비라 생각하고, 생명의 영원성을 꿈꾸며 인류 안에서 지금 영원히 살고자 한다. 20112월에 시사 주간지인 타임지에 놀라운 기사 제목이 떴다. "2045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되는 해" 즉 현재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의 한계인 노화와 죽음을 과학 기술로 극복한 죽지 않는 로봇과 인간의 복합 형태인 호모 에볼루티스(Homo Evolutis)라는 새로운 인류가 탄생할 거라는 예측이다. 정말??

 

정말?? 이러한 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나지만 그러나 생명 과학에 대한 연구나 발전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10년간 생명 과학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생명 과학이 아주 빠른 속도로 정보 과학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다양한 인간 지도책 프로젝트를 통해 현실화 되고 있다. 즉 이는 생명체로서 인간을 구성하는 세포나 단백질 등 인간의 생물학적 구성 성분 모두에 대한 지도책과 인간의 다양한 암세포 전체에 대한 지도책을 만드는 것이다. 이미 2003428일 과학계는 물론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표가 전 세계에 전해졌지 않은가. 그건 바로 인간게놈지도 완성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생명체의 기본 단위이자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구조만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 세포 내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떠한 모습인지 알지 못했다. 또한 한 가닥 실타래 같이 생긴 DNA 위에 쓰여 있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네 가지 염기로 구성된 암호문을 해독할 방법조차 없었다. 그러던 차에 당시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영국의 생거연구소, 그리고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 등 세 곳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주도한 휴먼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 HGP)가 결실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인간은 생명 너머의 영원성을 꿈꾸는 시대가 되었고, 자신감에 차있다. 이미 2012년에 미국의 라이프 테크놀로지(Life Science Technology) 연구 기관에서는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유전 정보인 DNA룰 매우 빨리 읽어 낼 수 있는 염기 서열 해독기를 출시했다. 작은 복사기 크기의 이 기기를 이용해 인간의 전체 유전 정보 DNA인 유전체 30억 염기쌍의 서열을 단돈 1,000달러로 하루에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최근에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수십 조의 세포 중 단 하나의 세포마다 각각 다르게 발현하는 모든 mRNA의 염기 서열과 발현 정도를 정량적으로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100달러면 읽을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전체 유전 정보와 그 발현 정도를 읽어 내 그 정보에 따라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가능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의료의 시대를 살고 있고, 더 가속화 중이다. 그러니 병에 걸리더라도 마치 마트에 가서 원하는 품목을 사듯이 내가 필요한 장기나, 질병을 원 시스템으로 해결함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직은 꿈이지만, 생명 과학 연구는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사실 '포스트 게놈이니 바이오 혁명'이니 하는 용어는 익숙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쉽게 말하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우리 인류가 넘볼 수 없었던 생명이란 존재에게 인간이 과학을 불어 넣어 신의 영역에 이르는 길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즉 인류 문명이 생명의 정보를 읽어 내는 게놈 시대를 넘어 생명체를 편집하고 재창조하는 포스트 게놈 시대로 이미 넘어왔고, 복제를 넘어 맞춤 아기, 장기 이식 등 많은 생명 과학 기술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때에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통해 우리가 하고 있는 생명 과학에 대한 시선이다. 즉 이 책은 현대 생물학의 최전선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생명에 대한 근본을 되돌아본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생명체는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생명체의 교정과 편집에 경계가 있는가? 생명은 어떻게 나와 타자를 정의하는가?” 등등 생명에 대한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윤리적, 철학적 질문까지 17가지의 질문을 통해 생명에 대한 진정한 본질을 보자는 것이다.

 

그렇다. 과연 인간이 원하는 죽음을 정복한 생명에 이르게 되면 그것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가? 내 맘대로 맞춤 아기를 만들어 나가면서 혹시나 모든 제품에는 불량품이 나오듯 그때 문제가 생긴 아이를 물건처럼 여겨 폐기처분처럼 자녀를 생각해 버린다면 그 문제는 과연 옳은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윤리적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연히 그런식의 사고라면 절대악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금지된 과학으로 법률화 하겠지만 시대가 흐른뒤에 안락사처럼 죽음을 개인적 취향이며 권리로 여기듯, 내가 원하는 아이가 만들어지지 않아 나는 버리겠다고 한다면 그 아이를 누가 키울 것이며, 공장처럼 만들어진 아이이기에 누군가 폐기한들 과연 정죄를 할 수 있는가 이다. 이런 문제만 아니라 인간이 지금 생명 과학으로 얻어내는 이득 가운데 많은 단점이나 오점들이 생길 것인데 그런 문제를 단순하게 처리해 버린다면 생명이란 존엄성이 과연 인간에게 부여가 될 것인지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므로 저자가 말하듯 마지막 17장 부분에서 "생명 과학은 어떤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가?"에 대한 심도있는 질문과 해답이 필요하다. 사실 생명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이용되는 것에 모든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예방과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이고 어디부터가 단순히 생명체의 능력을 증가시키는 강화인지 그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명 과학에 대한 진보나 발전은, 또한 공부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하며, 무엇이 생명체로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의 질문이다. 병에 걸리지 않고 무병장수하며 모두 아름다운 외모를 갖는다면 우리는 더 인간답게 되는가? 인간은 결국 결핍된 불완전한 존재기에 인간이 아닌가? 가슴 아프지만 어떤 형태로든 생래적으로 부가되는 결핍을 극복하고자 애쓰는 과정에 진정한 인간다움이 존재하지 않는가이다. 그리고 인간을 생로병사를 갖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받아들이고 생태계에서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공유할 수 있음이 인간다움이 아닐까 하는 저자의 결론적 희망이 우리를 다시 생명 과학에 대한 시선을 다시금 멈추게 한다. 따라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욕망과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제어할 수 없이 움직여 나갈 때 우리 인간이 물어야 되고, 고민해봐야 하는 사회적 논의가 요구가 된다.

 

이 책은 현재 생명 과학 지식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귀한 책이면서 생명 윤리에 대한 질문을 환기해 주는 철학적인 책으로 쓰여졌다. 책의 마지막은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일곱 가지 두려운 죄중 하나인 "인간애가 없는 과학"이 생명 과학에서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책을 마친다. 좋은 얘기며, 새겨야 할 글이라 생각하여 독자 또한 적어 본다.

 

노동이 없는 부

양심의 가책이 없는 쾌락

인간애가 없는 과학

성격이 없는 지식

원칙이 없는 정치

도덕성이 없는 상거래

희생이 없는 예배

 

송기원의 생명 공부를 통해 생명과학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인간다움을 가진 과학이 무엇이어야 하는 지에 대해 다시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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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근대 국가를 규정할 새로운 군주의 탄생 클래식 아고라 6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종법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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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꼭 한 번쯤 정독하며 읽고 싶은 책이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깊이 있게 정독하지 못하여 기회가 되면 읽고자 했는데 이번 기회가 그 시기인가 보다. 이미 많이 번역이 되어 나온 책인데 또 다시 이 책은 버젓이 '원본에 가장 충실한 번역본'이라는 소개로 독자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물론 독자는 그 전에 나온 책 보다 더 훌륭한 번역본이라고 믿고 본다. 인생에는 신뢰어린 마음이 무엇보다 귀하다. 번역자에 대한 신뢰는 문장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들어가 번역자의 시선에서 보게 한다.

 

 

서문에서는 저자가 이 책에 대해 번역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고백한다. 마키아벨리가 직접 쓴 군주론은 라틴어로 된 것이며, 이 군주론을 대중들이 많이 읽게 된 계기는 토스카나어(피렌체어)로 쓰인 판본 이후부터였다. 현재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읽히는 군주론은 원서가 아니라 번역서를 다시 번역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번역자는 라틴어 판본을 참조하면서 토스카나어로 된 군주론을 기저로 번역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문맥과 마키아벨리의 생각이 한국적인 사고에 더욱 적합할 수 있는 윤문(글을 다듬다) 번역을 진행하였다. 즉 현대적으로 해석 또는 연계하여 독자들에게 더욱 다가오게 하였다. 따라서 출판사 아르테의 새로운 고전 시리즈인 클래식 아고라시리즈로 나온 군주론은 원본에 가장 충실한 번역본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마키아벨리는 이 책에서 군주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말했다.

 

마키아벨리는 이 책을 통해 군주가 권력을 얻고 유지하려면 때로는 권모술수를 써야 하며, 사악한 행위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용어를 낳은 이 사상은, 종교와 윤리를 중시하던 유럽 사회에 큰 충격으로 다가 왔다. 당연히 논란이 일어났고 교황청은 군주론을 금서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많은 지도자가 앞에서는 비난하면서도 뒤로는 몰래 이 책을 탐독했다고 하니 실로 이 비밀스러운 내용이 궁금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군주론은 단지 잔혹한 통치를 옹호하려고 쓴 책이 아니었다. 당시 이탈리아는 크고 작은 나라들로 분열되어 서로 싸웠고, 강대국의 침략에 번번이 시달렸다. 그러기에 군주론에서는 강력한 군주가 등장해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외세의 지배에서 해방하기를 바라는 마키아벨리의 열망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금기를 깨고 현실정치의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근대 정치학의 토대를 다진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당시 유럽의 정세와 사회상을 세밀히 파악할 수 있고, 군주(리더)가 갖추어야 할 살아 있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우리가 얻어야 하는 지혜나 지식은 사변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전용 지식으로 날것의 지식이 사실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이끄는 위치에 선 리더에게는 나만 알고 싶은 책으로 읽혀졌다. 사실 독자 또한 다른 사람을 다스리는 위치에서 어떤 요긴한 지식을 몰래 배우기 위해서 이 책을 들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번역되어져서 탄로가 다 난 것은 아닌지? 그러나 독자 또한 그렇지만 완독해서 본 사람은 내 주변에서는 드물다. 역자 말대로 번역의 난삽함 때문이다.

 

 

사실 어떤 부분은 어렵게 읽혀진다. 그래서일까? 이 책 말미에는 '해설'을 넣어서 보충 설명을 해주고 있다. 물론 이 부분도 여러 번 읽어야만 머리에 그림이 그려진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군주나 리더의 입장에서 읽으면 무척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고 혜안(慧眼)을 주고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어떤 분이 말하듯 개인의 입장에서 읽으면 처세술이 되고 자기계발서가 될 수 있도록 풀어 설명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큰 지도력을 발휘하거나 그런 능력이 필요할 때만 참고할 내용이 아니라 개인, 가정뿐 아니라 작은 규모의 모임이나 단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리더들도 얼마든지 인용 가능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많은 인사이트를 얻게 된다.

 

 

군주론에서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으면 군주가 되라'고 한다. 그것은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단순히 좋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때론 필요에 따라 선하지 않는 법을 배워 그 나라의 안녕과 번영을 만들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상황의 필요에 따라서 선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 즉 군주는 언제나 선을 행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자기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다섯 가지 성품들인 '신의, 자비심, 인간적임, 정직성, 신앙심'으로 가득찬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경건한 신앙심이 깊은 군주처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 그러나 이 모든 성품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지 않으며, 인간이 가진 상황이란 그러한 성품들을 전적으로 발휘하는 미덕의 삶을 영위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신중한 군주라면 권력 기반을 파괴할 정도의 악덕으로 인해 오명을 뒤집어쓰는 상황을 피해야 하며, 정치적으로도 파멸의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악덕일지라도 가급적 피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악덕을 피할 수 없다면, 후자의 악덕 정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군주의 업무를 지속해야 합니다. 즉 악덕 없이 국가권력 보존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 악덕으로 인해 오명을 뒤집어쓰는 일조차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할 때, 일견 '비르투'(virtu, 행운, 운명, )로 보이는 일을 행하는 것이 자기 파멸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일견 악덕으로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자기 안전을 확보하고 번영을 가져오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 p.122-123]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런 필요악에 대한 부분을 많이 언급한다. 즉 되도록 올바른 행동과 태도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하겠지만, 필요하다면 나쁜 행동과 태도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마키아벨리가 보는 관점이다. p.139

 

 

조직의 리더를 해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존재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아 조직이 와해되고, 지도자에 대해 음모를 통해 반감정을 드러나도록 하는 경우를 본다. 그때 리더는 이런 자를 향해 때론 유연한 것처럼 하면서 그런 자를 내쫒아내며, 궁지에 몰리도록 하여 스스로가 자멸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한니발이 그 하나의 예이다. 한니발에게는 무자비한 잔인함과 지도력이 있었다. 하지만 군주가 자신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거나 대군에게 명령을 내릴때 잔인하다는 평판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 군사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무자비하지 않으면 단합하여 행동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니발에 대한 것 중 주목할 만한 일은 그가 여러 나라 출신의 군인들로 구성된 대군을 통솔하면서 멀리 낯선 땅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지만, 전황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자기들끼리의 불화(분란)나 지도자에 대한 어떤 분란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p.132-133

 

 

이것은 그의 무자비한 잔혹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무자비한 잔혹함은 그의 훌륭한 여러 자질과 함께 한니발을 자신의 군대로부터 항상 존경받는, 대단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 만약 한니발이 이처럼 잔인하지 않았다면 그의 다른 자질은 그를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모자라는 작가들은 그의 이런 성취를 찬양하면서도 그 주된 이유를 비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따라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칭송받을 만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필요할 때는 신의를 저버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때론 악인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맞는 힘에 의한 짐승들의 방법이 유효하다. 따라서 군주는 지극이 인간적이며 법에 의하여 다스려야 하지만 때론 힘에 의지한 짐승의 방법을 가져오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 현실적인 상황이라는 거다.

 

 

이 책을 통해 독자가 배웠고,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이론과 현실이 사실 많이 다르며, 제대로 된 기강이 잡힌 나라가 되고, 외세의 침략에 굳건히 서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악덕이라고 부르는 술수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정당화 할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하면 비정의로 보이지만 조선 제3대 왕인 태종(太宗)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때론 정몽주도 제거해야 했고, 후에 정도전도 결국 목을 베어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피의 숙청을 단행하는 가운데 태종 이방원은 500년 조선조 국가 운영의 밑그림을 완성한 군왕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힘의 논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국민이 우둔함으로 악을 칭송하며 따르기 때문이다. 민중은 때론 군중심리로 우둔함 속에 머문다. 그리고 그 지도자의 사악함을 모르고 보여지는 행동과 감추인 악의 포장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은 그를 추종한다. 이때 군주가 취해야 할 행동은 빨리 그 존재를 제거하는 것이다. 방법이 비록 합당하지 못한 방법이라도 정말 비열한 존재를 제거해 나갈 때 국민은 이후 배가 부르고, 나라가 안정되면 오히려 그 군주를 신뢰하고 따를 것이다. p.140

 

 

그래서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이든지, 지식인의 손에도 들려지지 말아야 할 책이다. 군주론을 읽은 후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리더로서 손자병법을 통달했다는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는 정직과 올바름과 온유와 경건심과 인간적인 것이 더 중요한 삶의 길일 것이다. 참고는 하되 상대를 이용하여 내 목적을 이루는 것에는 쓰지 말자!

 

 

그럼에도 이 책은 묘한 매력이 있어 세상을 살아가는데 매우 유용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실로 군주론은 인간 본성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의 원전이라고 알려진 이 책은 실제 현실 정치에서도 일어나고 있음을 부인치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종교나 도덕의 세계로부터 독립한 정치의 세계를 발견한 것이 마키아벨리가 근대정치학의 기초를 정립했다고 말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 거의 모든 피렌체인이 싫어했던 보르자를 마키아벨리가 그토록 숭상하고 찬양했던 동기는 단순하다. 보르자가 모세나, 로물루스 또는 고대에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이거나 특별히 군사적 지략이나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군주로서 필요하고 갖추어야 할 실제적인 덕목을 갖춘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보르자는 위엄이나 술수 또는 비도덕적 행위로 반대 세력과 적을 제압하는 능력과 기술이 뛰어났으며, 그것은 곧 비르투의 덕목이라고 마키아벨리는 생각했다. 또한 보르자가 용병이나 외국군에 의지하지 않고 국민군을 조성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근대 시민들의 충성과 민주적 자질을 토대로 근대국가의 주요 기반이었던 국민군 제도를 창출한 보르자에게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신군주의 전형을 마키아벨리는 보았다. 특히 보르자의 아버지는 교황이었기에, 아버지를 충분히 활용해 자신에게 최대하게 유리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보르자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다. 결국 자신이 소유한 모든 여건과 재능 및 수단을 적절하게 이용해 세속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에 마키아벨리는 주목했다.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보르자로부터 비르투를 최대한 적용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포르투나(운명)를 극복한 전형적인 새로운 군주의 모습을 찾아내었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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