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과 질서, 기준은 사회를 구성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규칙 아래에서는 위대한 혁명이나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세상의 잣대에 맞추느니 차라리 거룩한 이단이 되는게 낫다. 누군가 나를 규제하고 막아도 말이다. 잔다르크는 그런 모습으로 시농 성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 앞에는 쉽지 않는 테스트가 먼저 기다렸다. 당대 최고의 신학자들이 모여 그녀를 검증했고, 까다로운 신학적 질문들이 쏟아졌다. 까막눈이었음에도 그걸 감추지 않고 자신이 가진 확신으로 대응해 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시농 성에서 도착한 잔다르크는 1429년 3월, 마지막 테스트를 마주하게 된다. 왕세자 샤를은 잔다르크를 시험하기 위해 신하들 사이에 옷을 바꿔 입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왕좌에는 다른 신하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잔다르크는 접견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짜 왕을 지나쳐, 군중 속에 숨어 있던 샤를 황태자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고귀하신 황태자 전하, 하느님께서 전하를 랭스에서 왕으로 모시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이 놀라운 광경에 성 안의 모든 이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녀는 왕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또한 다른 자료에 보면 잔다르크는 샤를과 독대한 자리에서 오직 샤를 자신과 하느님만이 알고 있던 은밀한 기도 내용을 언급하며 그의 혈통과 왕위 계승권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신실하고 순결한 소녀(La Pucelle)'로 인정받아 마침내 군대를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당시 상황을 볼 때 16세의 소녀가 보여준 강단있는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많은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인 가운데 그녀라고 두려움과 조소 썩인 얼굴들을 보며 주눅들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나아가 자신이 가진 신념과 확신을 말하며 동의를 얻어냈다. 그리하여 그녀는 첫 번째 전투 현장으로 나가 부상을 이겨내면서까지 싸우면서 결국 영국군을 퇴각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잔다라크는 '오를레앙의 처녀(The Maid of Orléans)'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고 프랑스 전체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부상은 이러했다. 전투 중 화살에 어깨를 맞는 중상을 입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화살을 스스로 뽑아내고 다시 전선으로 복귀해 군대를 독려하면서 사기를 높여주었다.
누군가가 가로 막아도 거기에 멈추지 않고 달리는 모습을 배운다. 다쳤다는 것이, 상처 받았다는 것이, 일이 크게 어긋나서 실패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가로막는 것이 분명 있다. 그게 사람이든 능력에 관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용맹함도 필요하지만 아직 오늘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걸어가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잔다르크라는 한 여성이 싸워간 인생을 배운다. 저자는 잔다르크가 걸어간 삶의 발자취를 삶이라는 현실 속에서 가져와 일일이 대비하며 우리가 가진 약점을 그녀에게서 배우라고 종용한다. 그런데 조금은 억지스런 대비로 이끄는 점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잔다르크는 칼로 세상을 구한 장군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감각을 되돌려 준 사람이다. 세상이 내 목소리를 보며 미쳤다고 부를 때, 내가 그래도 가야 할 곳으로 걸어갈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여기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자는 흔치 않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 완성된 상태로 움직이겠다고 하며, 마냥 망설이는 자에게 잔다르크는 그저 한 걸음을 내 딛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해준다. 잔다르크 역시 첫날에는 아무 자격도 없는 시골 소녀였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섰기에 잔다르크기 되었다. 아직도 나는 부족하다 생각하며, 내가 그 자격에 맞는 사람일까하며 의구심을 가진자들에게 이 책은 우리의 등을 조용히 밀어내주는 책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