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의심을 멈추는 순간 시작된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3
잔다르크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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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리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백년전쟁의 도화선 속에서 멸망 직전의 프랑스를 구원하고, 불꽃 속에서 영원이 되고 성인(Saint)이 된 시골 소녀, 잔 다르크(Jeanne d'Arc, 1412~1431)이다. 잔다르크에 대해선 솔직히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큰 존재임을 안다. 그래서 한 번쯤 알고 싶어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은 그녀에 관한 역사책이나 위인전이 아니다. 이 책은 그녀가 선택했고, 살아갔던 삶의 한 부분을 가져와 자신의 운명 앞에 어떻게 걸어갔는 지에 대한 삶의 동력을 얻게 해주는 책이다. 즉 육백 년 전 잔다르크의 삶을 통해, 아직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의심을 멈추고 자신의 운명을 시작할 용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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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앞으로 달려갈 용기가 없거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목표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자격은 시작하기 전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걸어간 사람에게 나중에 붙는 이름이다. 무언가를 하기 전에 항상 망설이며 주저 앉기만 하는 자가 있다면 19세의 소녀가 당시 어떤 일을 어떻게 감당했는지를 보고 놀랄 준비를 하면 된다.


책을 보기 전에 독자는 그녀가 위대한 인물로 태어나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녀는 요즘으로 치면 회사에 서류를 내밀 경력이 매우 미비한 사람이다. 그녀는 아무런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 왕가의 피도, 귀족의 성도, 기사 가문의 이름도 물려받지 못했고, 군사 훈련을 받는 적도 없고, 글 조차도 읽지 못했다. 그저 프랑스 북동부의 동레미라는 작은 마을에 사는 농민의 딸이다. 당시 여성의 지위는 기본적으로 가톨릭 교회법과 봉건제도에 기반한 엄격한 가부장제 아래 놓여 있었다. 물론 신분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인구가 문맹이었으며, 여성들의 지적 활동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여성은 법적으로 아버지, 남편 등 남성 보호자에게 종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시대의 소녀가 세상의 평가와 거절 앞에서 얼마나 당당한지, 보클뢰르로 가서 수비대장을 만나 대뜸 왕세자에게 갈 수 있게 호위병을 내어 달라고 했다. 당연히 거절을 당했다. 아니 조롱 당했다. 거절보다 조롱이 더 견디기 어렵다. 거절은 내 요청에 대한 검토의 결과지만 조롱은 검토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이며, 들을 가치가 없다는 통보이다. 그런데 잔다르크는 거절을 넘은 조롱 앞에 세 번이나 찾아가 승낙을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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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지만 조롱과 거절에 파묻히지 않고 우선 내딛었다. 전에지는 바에 의하면 완고한 수비대장의 판단을 뒤집는 사건이 있었다. 그건 그녀가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벌어진 프랑스군의 참패를 미리 말했기 때문이다. 청어 전투라고 불리는 그 패전의 소식이 며칠 뒤 실제로 도착했는데, 이것을 통해 수비대장은 그녀를 인정했고, 호위병을 내주어 왕세자를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따라서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그녀가 이룬 ‘기적’보다 그 기적 이전의 태도를 보게 된다. 잔다르크는 자격을 갖춘 뒤 움직인 사람이 아니라, 움직였기 때문에 자격을 얻은 사람이었다. 허락을 구하지 않았고, 거절을 최종 판결처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자신을 심판할 권리를 끝까지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았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때 스스로 깃발이 되어 걸어갔다

세상은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이미 움직이고 있는 사람을 나중에 인정할 뿐이다.

우리 또한 잔다르크가 가졌던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 너는 아직 더 준비해야 되고, 자격을 더 갖추어야 한다고 말해도, 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들어도, 내가 망설임 없이 걸어가면 그 길은 나만의 길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물론 준비 없이 무작정 들이대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준비는 내가 하는 일로서 철저히 실력과 자격증을 따야한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멀었다 생각하며, 자격증을 하나 더 갖추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자신을 증명할 무언가를 또 다시 준비하게 되면 나에게 오는 그 기회를 영원히 못잡을 수 있다. 하나를 갖추면 갖추지 못한 다른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밀고 가는 용기를 잔다르크에게 배우게 된다.


김연아 선수가 남긴 수많은 명언 중 "그냥 하는 거지"라는 말을 본적이 있다. 기자가 무슨 생각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세요? 물으니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말했다. 최근 또 한 자료를 보니 ‘200만 원 자본금’으로 일군 ‘2000억 매출’의 신화의 주인공 파파레서피의 창업자 김한균 대표가 이런 말을 한것을 보았다. "재지 말고 그냥 해야 결국 이긴다" 8평 사무실 한 칸에서 낡은 책상과 노트북 한 대로 시작한 사업은 불과 6년 만에 연 매출 2000억 원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생각만 하면

모든 게 두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움직이면

길이 생기고 세상이 달라진다.

생각은 머리에 남고

행동은 인생에 남는다.

그녀는 말 그대로 자격을 갖춘 뒤에 움직인 것이 아니라, 움직였기 때문에 자격을 얻은 사람이었다. 현재 나에게도 무언가를 망설이고 있는 부분이 있다. 곰곰이 생각만하며 무언가를 그려내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잔다르크는 남이 자신에게 내린 판정에 고개를 끄떡이지 않고 그 한계선을 기꺼이 짓밟고 넘어섰다. 그렇다. 어떤 결심은 머릿속이 아니라 손끝에서 완성된다. 마음 속으로 백 번을 다짐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동레미의 그 소녀는 왕세자를 만나러 가기 전 과감한 결단을 했다. 여자의 치마를 벗고 남자의 옷을 입었다. 그리고 머리를 남자처럼 짧게 잘랐다. 그런데 그 시대의 여자가 한 행동은 지금의 우리가 하는 거와 같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그 시대 질서를 건드리는 일이고, 경우에 따라 이단으로 몰릴 수도 있는 중대한 위반이었다.

진짜 넘어서는 사람은 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자기 목적지를 보느라 발밑의 선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밟는다. 그게 전부다.

p.52

규칙과 질서, 기준은 사회를 구성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규칙 아래에서는 위대한 혁명이나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세상의 잣대에 맞추느니 차라리 거룩한 이단이 되는게 낫다. 누군가 나를 규제하고 막아도 말이다. 잔다르크는 그런 모습으로 시농 성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 앞에는 쉽지 않는 테스트가 먼저 기다렸다. 당대 최고의 신학자들이 모여 그녀를 검증했고, 까다로운 신학적 질문들이 쏟아졌다. 까막눈이었음에도 그걸 감추지 않고 자신이 가진 확신으로 대응해 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시농 성에서 도착한 잔다르크는 1429년 3월, 마지막 테스트를 마주하게 된다. 왕세자 샤를은 잔다르크를 시험하기 위해 신하들 사이에 옷을 바꿔 입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왕좌에는 다른 신하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잔다르크는 접견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짜 왕을 지나쳐, 군중 속에 숨어 있던 샤를 황태자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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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하신 황태자 전하, 하느님께서 전하를 랭스에서 왕으로 모시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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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놀라운 광경에 성 안의 모든 이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녀는 왕을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또한 다른 자료에 보면 잔다르크는 샤를과 독대한 자리에서 오직 샤를 자신과 하느님만이 알고 있던 은밀한 기도 내용을 언급하며 그의 혈통과 왕위 계승권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해소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신실하고 순결한 소녀(La Pucelle)'로 인정받아 마침내 군대를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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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을 볼 때 16세의 소녀가 보여준 강단있는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많은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인 가운데 그녀라고 두려움과 조소 썩인 얼굴들을 보며 주눅들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녀는 오히려 당당하게 나아가 자신이 가진 신념과 확신을 말하며 동의를 얻어냈다. 그리하여 그녀는 첫 번째 전투 현장으로 나가 부상을 이겨내면서까지 싸우면서 결국 영국군을 퇴각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으로 잔다라크는 '오를레앙의 처녀(The Maid of Orléans)'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고 프랑스 전체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부상은 이러했다. 전투 중 화살에 어깨를 맞는 중상을 입었지만, 눈물을 흘리며 화살을 스스로 뽑아내고 다시 전선으로 복귀해 군대를 독려하면서 사기를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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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가로 막아도 거기에 멈추지 않고 달리는 모습을 배운다. 다쳤다는 것이, 상처 받았다는 것이, 일이 크게 어긋나서 실패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가로막는 것이 분명 있다. 그게 사람이든 능력에 관한 것이든. 중요한 것은 용맹함도 필요하지만 아직 오늘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걸어가는 힘을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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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가면서 잔다르크라는 한 여성이 싸워간 인생을 배운다. 저자는 잔다르크가 걸어간 삶의 발자취를 삶이라는 현실 속에서 가져와 일일이 대비하며 우리가 가진 약점을 그녀에게서 배우라고 종용한다. 그런데 조금은 억지스런 대비로 이끄는 점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잔다르크는 칼로 세상을 구한 장군이 아니라, 스스로를 믿는 감각을 되돌려 준 사람이다. 세상이 내 목소리를 보며 미쳤다고 부를 때, 내가 그래도 가야 할 곳으로 걸어갈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 여기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는 자는 흔치 않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 완성된 상태로 움직이겠다고 하며, 마냥 망설이는 자에게 잔다르크는 그저 한 걸음을 내 딛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해준다. 잔다르크 역시 첫날에는 아무 자격도 없는 시골 소녀였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섰기에 잔다르크기 되었다. 아직도 나는 부족하다 생각하며, 내가 그 자격에 맞는 사람일까하며 의구심을 가진자들에게 이 책은 우리의 등을 조용히 밀어내주는 책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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