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4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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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우리 행동의 절반의 주인일뿐,

나머지 절반은 우리에게 맡겨져 있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은 인생은 대충 살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때론 집요하게, 때론 모든 것을 걸듯 살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하고 사는 것이다. 이 책은 한때 로마 가톨릭교회에 의해 1559년에 금서 목록에 올렸다. 당시 교황청은 "사악한 책(evil book)"이라 부르며 금서로 지정했던 것이다. 흔히 마키아벨리를 ‘권모술수의 대명사’로 바라보는데,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인간이란 존재를 철저히 파헤친 실존적 가르침이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책은 권력자들에게만 읽혀져야지 일반 시민이 읽으면 안 되는 책이라 한다. 그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밀을 알게되면 그들이 누리는 모든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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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말하길 착함의 기준을 버린다. 그 이유는 흔히 말하듯 '착하게 살면 결국 잘되며, 이긴다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손해보고, 내가 좋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려는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는 나를 이용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우리가 배운 대로의 올바른 삶이 현실엔 통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물론 본 책은 우리가 나쁜 사람이 되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건 마키아벨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쪽의 방식까지 볼 용기가 있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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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면 상대방 쪽의 인간은 내 선의를 고려해주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착하다는 걸 알고 정확히 그 지점을 이용한다. 착한 사람은 거절을 어려워하고 갈등을 피하고, 자기 몫을 주장하지 못한다. 그건 미덕이 아닌 예측 가능한 약점이다. 그래서 착하게 살려고 하는 자는 간교한 자들에게 많이 당하고 짓밟혔다. 독자도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착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줄 알았다. 그러나 삶은 내가 생각한대로 대가를 주지 않는다. 철저히 인간은 계산적이며 이기적이다.

착함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착함을 지탱할 것을 갖추라는 것이다.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착함은

대게 오래가지 못한다.

p.25

그래서 군주론은 흡사 명분을 제거하고 현실이라는 뼈만 남긴 해부학 책 같은 책이다.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은 잔혹한 문장이 즐비하다. 군주의 인자함에 대해 논하는 부분에서 마키아벨리는 『군주론』 17장에서 "군주는 사랑을 받지 못할 바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사랑은 상대의 마음에 달려있고 두려움은 나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p.74)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다른 책에 보면 "군주가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한 그들은 군주의 편이다. 인간은 이익이 되는 일에는 걸신이 들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백성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별도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지 않은 군주는 멸망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역이용하라고 가르친다. 또한 "악행을 행해야 할 경우에는 한번에 몰아서 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악행을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할 때

언뜻 보기에 마키아벨리는 교활하고 술수가 가득한 악한 인생을 가르치는 거 같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마키아벨리에게서 배우고 싶은 건 잔인함이 아닌 정확함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법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무엇에 움직이는지를 보는 법을 아는 것이다. 세상을 저주하는 대신, 세상이 지금 어떻게 생겼는지를 왜곡 없이 보는 눈. 그 눈을 얻고 나면 이상하게도 화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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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에서는 로마 건국에 관한 얘기를 전해준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쌍둥이 형제가 새 도시를 세우려 했고, 로물루스가 그 경계에 성벽의 선을 긋게 되었다. 그런데 동생 레무스는 그 성벽의 높이를 두고 형을 조롱했다. 그 낮은 담이 무슨 도시를 지키겠냐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로물루스는 동생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로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실제 역사인지 전승인지 분분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로물루스를 질타하지 않고 오히려 변호하며 이런 말을 한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에는 한 사람의 단독 권위가 필요하고, 로물루스는 바로 그 이유에서 비난이 아닌 옹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존속살인자임에도 마키아벨리는 그를 비호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비정하게 보이는 악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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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무엇인가? 지금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것은 도덕 교과서를 말하는 것이 아닌 한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 가를 말하고 있다. 창건이라는 것은 없던 규칙을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규칙을 만들 때 다들 자기 말을 내세운다. 그러면 그 배는 산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시작하는 자리에서만큼은 결정은 한 사람이 쥐어야 되기에 때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실생활을 보면 그러하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으면서 무언가를 바꿀 수는 없다. 이건 단순한 협박이 아닌 산수다. 바꾼다는 것은 지금 이익을 보는 쪽에서 무언가를 덜어낸다는 뜻이며, 덜어낸 쪽은 당연히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미움을 계산에 넣으면서 실행해야 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끌려가며, 리더라면 존재감을 잃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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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은 한 문장을 위해 쓰여졌음을 알게 된다. 그건 「정치가 도덕의 언어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적나랄하게 말해준다. 다만 그 전부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권력자들은 그의 책을 금서로 정했다. 틀렸기 때문이 금지한 것이 아니라 맞기 때문에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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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순진함을 벗는 것과 비열해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배운다. 비열해지는 것은 내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는 쪽으로 손을 뻗는 일이다. 순진함을 벗는 것은 그렇게 손을 뻗는 사람이 세상에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순진하다는 것은 그저 바보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다. 그건 인간은 대부분 이기적이며 계산적으로 살기 때문이다. 악을 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현실을 보면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하길 "당신에게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쪽의 방식까지 들여다볼 용기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 문장이 이 책 전체의 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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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순진함과 정직함과 선함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세상은 우리를 얕잡아 보기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이 뭔지를 알기를 바란다. 그래서 순진함을 유지하되 지혜롭게 판단하며, 그들에게 이용 당하며 살지 말라는 것이다.

"순진함을 벗는 것과 비열해지는 것은 다르다. 비열해지는 것은 내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는 쪽으로 먼저 손을 뻗는 일이다. 순진함을 벗는 것은 그렇게 손을 뻗는 사람이 세상에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앞의 것은 내가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고, 뒤의 것은 내가 무엇을 아느냐의 문제다. 눈을 뜨는 것과 이빨을 드러내는 것은 다른 동작이다. 눈은 항상 떠 있어야 하고, 이빨은 필요할 때만 꺼내면 된다." p.283

그렇다. 무언가 손해를 보고 집에 돌아온 밤에, 내가 착해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대신 어디서 판을 잘못 읽었는지 분명하게 되짚어보아야 한다. 밤에 불 끄고 누웠을 때 억울했던 장면이 자꾸 떠오르면 이 책만한 가르침이 없다. 억울함은 감정이지 힘이 아니다. 세상은 나의 억울함을 계산에 넣지 않기에 때론 교묘함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군주론’에서 가장 유명한 말은 ‘군주는 여우의 지혜와 사자의 힘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세상을 저주하며 살기에는 내 인생이 아깝다. 따라서 세상 돌아가는 것이 어떠한 형태인지를 왜곡 없이 보여주는 이 책으로 달려와서 화를 가라 앉히길 바란다. 생각보다 세상에 대해 알고나면 이상하게 화가 줄어들고,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 배신당하는 일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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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세상을 몰랐고, 사람의 심리를 몰랐다. 그래서 많이 당해보면서 이 책을 보니 마키아벨리가 본 인간의 심성, 군중심리의 본질, 조직의 성격, 리더십, 통치기술 등에 걸쳐 핵심을 꿰뚫는 마키아벨리의 통찰력은 비범하고 명쾌하다. 그러므로 세상을 너무 착한 마음으로 살지말라.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본 책을 꼭 정독하기를 바란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삶의 부분을 가져와 현실성 있게 알려준다. 읽으면서 마음에 해소되는 부분과 눈을 뜨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착한 사람으로 남는 것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는 것.

눈을 뜨는 일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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