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 마키아벨리는 교활하고 술수가 가득한 악한 인생을 가르치는 거 같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마키아벨리에게서 배우고 싶은 건 잔인함이 아닌 정확함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법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무엇에 움직이는지를 보는 법을 아는 것이다. 세상을 저주하는 대신, 세상이 지금 어떻게 생겼는지를 왜곡 없이 보는 눈. 그 눈을 얻고 나면 이상하게도 화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본 책에서는 로마 건국에 관한 얘기를 전해준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쌍둥이 형제가 새 도시를 세우려 했고, 로물루스가 그 경계에 성벽의 선을 긋게 되었다. 그런데 동생 레무스는 그 성벽의 높이를 두고 형을 조롱했다. 그 낮은 담이 무슨 도시를 지키겠냐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로물루스는 동생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로마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실제 역사인지 전승인지 분분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로물루스를 질타하지 않고 오히려 변호하며 이런 말을 한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에는 한 사람의 단독 권위가 필요하고, 로물루스는 바로 그 이유에서 비난이 아닌 옹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존속살인자임에도 마키아벨리는 그를 비호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비정하게 보이는 악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무엇인가? 지금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것은 도덕 교과서를 말하는 것이 아닌 한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 가를 말하고 있다. 창건이라는 것은 없던 규칙을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규칙을 만들 때 다들 자기 말을 내세운다. 그러면 그 배는 산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시작하는 자리에서만큼은 결정은 한 사람이 쥐어야 되기에 때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실생활을 보면 그러하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으면서 무언가를 바꿀 수는 없다. 이건 단순한 협박이 아닌 산수다. 바꾼다는 것은 지금 이익을 보는 쪽에서 무언가를 덜어낸다는 뜻이며, 덜어낸 쪽은 당연히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미움을 계산에 넣으면서 실행해야 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끌려가며, 리더라면 존재감을 잃게된다.
결국 이 책은 한 문장을 위해 쓰여졌음을 알게 된다. 그건 「정치가 도덕의 언어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적나랄하게 말해준다. 다만 그 전부가 너무 노골적이어서 권력자들은 그의 책을 금서로 정했다. 틀렸기 때문이 금지한 것이 아니라 맞기 때문에 금지했다.
이 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은 순진함을 벗는 것과 비열해지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배운다. 비열해지는 것은 내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는 쪽으로 손을 뻗는 일이다. 순진함을 벗는 것은 그렇게 손을 뻗는 사람이 세상에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순진하다는 것은 그저 바보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것이다. 그건 인간은 대부분 이기적이며 계산적으로 살기 때문이다. 악을 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현실을 보면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하길 "당신에게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쪽의 방식까지 들여다볼 용기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이 문장이 이 책 전체의 요약이다.
이 책은 순진함과 정직함과 선함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세상은 우리를 얕잡아 보기에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이 뭔지를 알기를 바란다. 그래서 순진함을 유지하되 지혜롭게 판단하며, 그들에게 이용 당하며 살지 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