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최고의 서예가 추사 김정희는 말년에 '대팽고희'라는 글을 남겼다. "최고의 요리는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고, 최고의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와의 모임이다." 즉 파란만장한 삶을 살며 산해진미부터 유배지의 거친 음식까지 경험한 노학자가 인생의 끝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 것은 소박한 밥상과 가족이었다고 하니 건강이란 것이 기본적인 것을 잘해내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허준의 첫 번째 처방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내경편에 나오는 "경옥고(瓊玉膏)"이다. 경옥고는 동의보감에 소개된 무병장수를 위한 한약의 일종으로서 읽기만 해도 힘이 난다. 당장에 한약방으로 달려가고픈 심정이다. 자세한 내용이 책에 나오는데 적어 본다.
『정을 채우고 골수를 보하며, 진기를 고르게 하고 정신을 기른다. 노인을 젊게 하고, 모든 부족한 것을 채우고, 모든 병을 낫게 한다. 생명 활동이 충만하고, 장부의 기능이 왕성해진다. 백발이 다시 검 어지고, 빠진 이가 다시 나며 걸음걸이가 달리는 말과 같아진다. 하루에 여러 번 복용하면 온종일 배고픔과 갈증이 없으니, 그 효능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p.57
그런데 결론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경옥고는 균형을 잡기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경옥(瓊玉)은 약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절도 있게 다스려 내면에서 길어 올리는 맑은 진액속에 있다. 결국 평소의 몸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작년 부터 눈에 뭔가가 낀 거 같고, 사물이 선명하지 않다. 안경을 쓰지만 선명하게 보던 것이 이제는 눈이 흐리다. 동의보감의 가르침이다.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두 위로 올라가 눈에 모여 그 정기가 눈동자에 드러난다." 즉 눈의 문제는 눈 그 제차가 문제가 아니라, 새로이 안경을 맞추어야 될 것이 아니라 신장을 살펴야 하는 거였다. 책은 눈을 다섯 부위로 나눠 오장과 연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것을 오륜(五輪)이라 부르는데 눈꺼풀은 비장, 눈 안쪽 구석은 심장, 흰자위는 폐, 홍채는 간, 그리고 눈동자와 수정체는 신장에 속한다. 예를 들어 눈꺼풀이 유난히 붓거나 누렇다면 소화 기능의 정체를 살피고, 눈 안쪽 구석의 핏줄이 붉게 충혈돼 있다면 심장의 열이나 스트레스를 확인한다. 흰자위가 탁해졌다면 폐의 기운을 점검하고, 홍채의 광택이 떨어졌다면 간의 해독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눈동자가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이것은 신장의 정기가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다. 눈 영양제를 먹고 있는 상황인데, 그리고 소변을 자주 보는 상황인데 신장에 무언가 큰 보약을 주러 책의 저자를 찾아가 봐야겠다.
결국 책을 보면서 결론을 내리면 지나친 과로, 수면부족, 풀지 못한 스트레스, 운동 제로가 현재의 병을 불러 온 것이다. 몸이 지금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그걸 임시 방편으로 무마를 시키고 영양제로 내 몸을 관리하려고 했으니, 몸은 더 나아지지 않고 계속 하양 곡선을 그리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간단하게 수십개의 약병과 영양제를 꺼내 털어 먹으며 몸을 관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나쁜 에너지로 몸을 관리하지만 결국 그건 한계가 다가온다. 그래서 약왕이라 불리는 '손사막'에 따르면 "생활의 기술을 모르면 아무리 좋은 약을 매일 먹어도 장수하기 어렵다"고 하듯이 몸에 대한 전반적인 상태를 본 책을 통해 새롭게 하리라 다짐해 본다.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이란 책은 지금 내게 생명의 끈을 놓아주는 다리가 되고 있다. 너무 지쳤고, 에너지를 쏟아냈다. 먹는 문제도 부실했고, 잠도 충분하지 못했다. 책에 나오는 처방전인 「귀비탕」, 「인삼고본환」, 「쌍화탕」, 「음양탕」, 「육미지황원」이란 등의 처방을 보면서 경옥고와 더불어 빨리 약이라도 지어먹어 내 몸의 기력을 회복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인생의 중반기를 준비하도록 하여 건강한 장수를 만들어 주는 책이다. 특히 노화와 음식, 불안과 감정, 호흡과 체질, 얼굴과 피부, 움직임과 휴식, 소진과 보약, 비움과 갱년기, 회복까지 다루면서 몸이란 존재를 돌보라고 알려준다. 그렇다. 병들고 허약해진 내 몸을 어떻게 돌봐야 될지를 이렇게 얘기하듯 들려주니 빨려 들듯이 읽게 되었다. 망가진 내 몸을 보면서 망연해하는 자들에게 이 책은 단비와 같고 기운과 같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제 희망이 생긴다.
오십의 나이라면, 아니 사십의 나이에 들어선 자들도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 이 글은 컬처블룸(유노북스)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