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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인생 수업
정약용 지음, 정영훈 엮음, 김창준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6월
평점 :
조선 최고의 천재이자, 실학자, 개혁가로 알려진 정약용이란 분의 책을 또 다시 읽게 되었다. 그가 써낸 글들을 읽을 때면 마음 깊이 존경하는 마음과 경외감마저든다. 탁월한 인재를 넘어 그는 시대를 넘어 서있는 사람이며, 삶의 통찰을 명확히 꿰뚫어본 인물이라 생각이 든다. 정조의 총애를 받던 엘리트였지만, 마흔부터 시작된 정치적 격랑 속에서 18년이라는 긴 유배 생활을 놀랍게도 견뎌내고 승화시킨 존재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복수의 마음을 갈거나, 좌절 속에 삶을 놓고 살 수 있었으나 그는 절망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다.
특히나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보내면서 교육하고 가르친 대목에선 집요함과 함께 유배자의 자녀가 아닌 한 나라의 백성이며, 한 가문의 자녀답게 반듯하게 살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사랑을 보게 된다. 또한 『목민심서』와 『경세유표』, 『흠흠신서』를 비롯한 수많은 저술을 통해 백성들의 삶과 사회를 다시 세우는 방법을 고민하는 그 모습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산 정약용의 인생 수업』은 250년 전에 쓰여진 글이지만 그 치열한 기록과 사유 속에서 현대인들이 정말 삶의 기준으로 붙잡아야 될 내용이 가득한 책이다. 단순히 위인의 일화를 소개하는 정도의 책이 아니라, 다산이 실제로 살아내고 실천했던 삶의 원칙을 문단마다 보게 될 것이다. 삶의 본질은 시대가 흘러도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돈 때문에 흔들리고, 사람 때문에 치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눈 앞의 이익 앞에 배신자가 되기도 하고, 배신을 당하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 시대에 있었다.
이 책은 삶의 전 국면을 아우르는 실전 체계에 대한 기록으로서, 일곱 개의 틀 안에서 정리했다. 1장은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주면서 기록하지 않은 것은 살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한다. 2장은 가계(家計)를 통해 재물을 다루는 태도가 삶을 만들기에 그 재물의 사용 원칙들을 상세히 다룬다. 3장은 수양을 통해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4장은 관계를 통해 사람을 얻고 지키는 원칙을 알려준다. 5장은 공부를 통해 학문이야 말로 자신을 지켜주는 울타리임을 알려주며, 6장은 세상을 사는 처세술에 대한 기록이다. 마지막 7장은 애민 정신을 통해 공동체와 타인을 대하는 책임감을 돌아보도록 한다.
다산이 가문과 삶을 지키기 위해 세웠던 일곱 개의 기둥은 어쩜 이리도 우리 현실에도 유효한 삶의 기준이 될까하는 생각을 가진다.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되지만 마음 가는대로 펴서 읽어도 된다. 삶의 중심이 흔들릴 때마다 이 책을 통해서 읽었던 것은 분명 우리 삶을 반듯하게 세우는 길잡이가 되리라 본다. 다산이 쓴 책을 읽을 때마다 느낀 것은 이런 분의 책은 학교 교육의 커리큘럼에 반드시 접목되어 가르쳐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지식은 지식 그 자체를 머리에 넣는 것으로 사람을 기계적 인간으로 살게끔 한다. 그러나 다산의 지식은 사회적 인간과 도덕적 인간으로서의 참 지식을 가르쳐준다. 인간성 상실 시대에 다산은 인간됨이 무엇인지 매우 섬세하게, 명확하게 가르쳐 준다. 연일 사회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 저러한 사건을 통해서 보면 모두 죄다 인간성 상실이 불러온 범죄임을 보게 된다.
그래서 다산은 수양(修養) 부분에서 처음 언급하기를 "홀로 있을 때도 삼가는 것이 수양의 완성이라고" 알려준다. 또한 "남은 속일 수는 있어도 내 마음은 결코 속일 수 없음을" 알려주며,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운 존재가 되지 않도록 가르친다. 또한 "매일 밤 스스로를 살피며 하루를 차분히 돌아보라"고 한다.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보다는 작은 허물이라도 고치려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또한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면 마음은 점점 넒어진다"고 한다. 타인을 비판하기 전에 남을 헤아리는 마음이 먼저라는 거다. 또한 "이익보다 옳은 길을 따라야 사람이 무너지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이익과 옳음 앞에 타협 아닌 옳음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러나 어려움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는 마음을 가질 때 참된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백미는 처음 기록에 대한 문장이다. "기억은 오래가지 않으니 깨달은 것을 곧장 적어라"는 문장과 "기록은 망각이라는 도둑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다."는 가르침이 다시금 기록의 대가인 다산에게 들으니 새삼 달리 들린다. 천재조차도 "기록"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기록의 산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말 영감은 어느 순간 찾아오는데 그때 문득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하고 나중에 그걸 다시 생각해 보면 기억이 명확치 않고 깨달음이 흐지부지하게 된 적이 많다. 그렇다. 이젠 다산처럼 밥상을 마주하다가도 깨달음이 머리에 머물 때 일다 적어볼 것이다. 그 집요함이 바로 2,400여 권 분량에 달하는 문서를 써 내려갔던 것이다.
눈으로만 읽는 독서는 물 위에 글자를 쓰는 것과 같아 금방 사라지고 만다. 그러니 책을 읽다가 내 마음을 움직이는 대목이나 깨달음을 주는 문장을 만나면 반드시 붓을 들어 초서(抄書, 책의 핵심을 베껴 적음)하라. 초서란 단순히 글자를 옮기는 기계적인 노동이 아니라, 저자의 사유를 내 손끝으로 통과시켜 내면의 질서를 바로 잡는 수양이다. 이 과정에서 흩어진 정보의 파편들이 하나의 맥락으로 꿰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기록은 망각이라는 도둑을 이기는 유일한 길이다. 네가 정성껏 베껴 적은 그 자료들이 쌓여 비로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너만의 독창적인 체계가 탄생한다. p.25
_1장 기록(記錄) : 적지 않은 것은 살지 않은 것과 같다.
다산은 자녀 교육의 대가이다. 먼 유배지에서 끊임없이 자녀를 교육하는 모습은 어느 부모도 해내지 못할진대 위대하게 그는 자녀를 온전한 인간으로 키워냈다. 특히 그는 유산으로 자녀에게 물려준 것은 ‘부지런함〔勤〕’과 ‘검소함〔儉〕’,의 이 두 글자뿐라고 말하며 이를 가슴에 새겨라고 말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적어보면 "부지런함이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으며 아침에 할 일을 저녁으로 미루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아침에 비가 오면 오후의 일을 헤아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면 내일의 일을 미리 헤아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검소함이란, 옷 한 벌을 마련할 때 훗날 해질 것을 생각해 아껴 쓰고, 음식 한 그릇을 대할 때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여 낭비하지 않는 것이다. 재물은 한 번의 재앙으로 사라지고, 권세는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그러나 근검은 어떤 형편에서도 빼앗기지 않는다. 이 두 글자가 가문을 지키는 가장 단단한 기둥이다."
다산의 문장은 그냥 읽기만 하면 된다. 읽음 속에 배우며, 무릎을 치며, 삶을 고치게 된다. 70만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내 최고의 고전 연구가인 조윤제 작가가 말하기를 "나는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다산을 읽고 또 읽었다."는 말이 정말 딱 들어 맞는 말이다. 본 책의 저자는 기존의 다산 기록이 주는 감성적 위로의 책을 벗어나 삶을 바로 세우는 날카로운 문장을 그대로 싣고 있다. 손에 들고 읽기에 가벼운 책이나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는 이 책을 휴가 기간에 읽으면 좋겠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