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날에 니체를 읽는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상현 엮음 / 필름(Feelm)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불안함과 초조함이 있는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다. 저자가 말했듯 서점에 널린 따뜻한 힐링 에세이들은 알량한 위로 같고, 썩어 가는 상처 위에 바르는 값싼 연고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지금 그대로 괜찮으니 힘내'라는 알량한 위로 보다, 위선으로 똘똘 뭉친 껍데기를 산산조각 내줄 니체와 같은 따끔한 혼냄이 필요하다. 니체를 일컬어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하듯 니체는 돌 속에 갇혀있는 천사를 해방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돌을 깎아내는 미켈란젤로와 같다. 그는 가벼운 위로로 우리를 감싸지 않는다. 대신 망치를 쥐여 주며 우리의 가장 부끄러운 밑바닥을 가차 없이 까발린다. 그가 휘두르는 철학의 망치는 세상의 부조리를 향하기 전에, 가장 먼저 자신의 비겁함과 자기합리화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는 서양 정신사를 지배해 온 낡은 도덕과 우상들을 과감히 때려 부수며 "네가 옳다고 믿고 있던 그 모든 정답은 틀렸다"라고 말해주는데 망설임 없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가짜 위로와 결별하고 진짜 삶을 직시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편안한 소파에 누워 읽고 흘려보내는 뻔한 명언집이 아님을 읽으며 알게된다. 물론 성공한 사업 가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던지는 우아한 조언 또한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기존의 자신을 철저히 부순 그 폐허 위에서 나만의 단단한 땅을 딛고 일어서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 자체로 뜨겁게 긍정하고 사랑하며 당당히 마주하도록 돕는다.

가장 가혹하게 나를 부순 자만이, 마침내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말이 참 좋다. 그러니 지금 이 책을 들었다는 것은 이제 세상을 되는대로 가볍게 살려는 나약한 자세는 버릴 준비를 해야만 할 것이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그러니 나약하거나 움추려 있지 말고, 이왕이면 당당히 마주대하며 고통을 사랑하자. 이것이 이 책을 보면서 주는 핵심 사상이다.

쳅터 5를 보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문장이 있다. 명문장이다. 마음에 새기며 그 아래 것을 읽기만 해도 삶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핑계되는 일은 이제 없을 거다.

인생의 군사학교에서 배운 교훈.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운명은 가혹하다. 그러나 나는 내게 주어진 그 어떤 불행과 고통 앞에서도 결코 나약하게 눈물 흘리지 않겠다. 고통은 피해야 할 저주가 아니라, 위대한 영혼을 단련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혹독한 용광로다. 가장 깊은 고통만이 인간의 정신을 그 밑바닥까지 뒤흔들어 놓으며, 그 진동 속에서 인간은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스스로의 맹렬한 힘을 발견하게 된다.

고통 없이 주어지는 평온을 경멸하라. 상처받지 않으려 움츠러드는 자는 서서히 죽어갈 뿐이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기꺼이 그 비바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라. 그 폭풍이 너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한다면, 너는 마침내 그 어떤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거대한 나무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p.39-40 _니체의 말

인생의 폭풍 앞에 우리는 그것을 '불운'이라고 여기며 살아간다. 시련은 어떻게든 피해야 할 비극이고, 상처는 서둘러 가려야 할 부끄러운 흉터라고 믿으며 살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다치면 황급히 '힐링'과 '위로'라는 진통제를 찾아 삼키며 고통의 감각을 마비시키는데 급급한 우리였고 나였다. 그러나 니체는 고통을 저주라고 생각지 않고 오히려 영혼을 가장 깊고 단단하게 제련하는 도구로 보았다. 뼈아픈 실패를 했을 때, 문제를 마주했을 때 그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없어 어떻게 하든 핑계를 찾아서 여기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점점 작은 시련 앞에서도 쉽게 부서지는 나약한 인간이 된다. 고통을 회피하는 자는 영원히 온실 속의 연약한 화초가 되어버린다고 저자가 말하듯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안전한 곳에 숨어버리는 일을 그만두고 당당히 두 팔 벌려 응시해 보자. 그러면 나를 죽이지 못하는 그 시련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니체의 글은 그 하나하나에 피로 써진 글임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그는 한 책에서 "일체의 글 가운데서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쓰려면 피로 써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니체가 직접 부딪혀서 얻은 깨달음과 글이라는 것이다.

장담하건데 자신의 인생에 늘 불만이 차있고, 세상을 미워하며 한탄하는 자들과 불안함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기 힘들어하며 삶을 놓고 싶은 자들,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갇혀 속이 텅 비어 가는 자들, 인간적인 얇은 위로를 찾고, 문제 앞에 당당히 마주하지 못하고 회피하며 도망 가고자 하는 자들, 무너진 나 자신을 다시 세워서 단단한 마음을 갖고자 하는 자들, 나를 병들게 하는 것과 결별을 원하는 자들, 타인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 나만의 리듬을 갖고자 하는 자들, 운명이라는 비겁함에 숨어 문제를 합리화 시키고 싶은 자들, 오늘 내 곁의 삶을 장악하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자들은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히 모든 문제에서 해결함을 얻게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최근 상대방의 오해와 모함으로 많은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걸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니체는 역시 니체였다. 그는 자신의 감옥을 부숴버릴 줄 아는 자였다. 기존의 전통이나 개념에 함몰되지 않고 당당히 마주하며 싸우는 자였다. 그리고 어떤 것에는 싸우기 보다는 뒤로 물러날 줄 아는 방법도 확실히 가르쳐 준다. 그러므로 망설이지 말고 읽기만 해보라.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고 원하는 대목에 꽂히는 문장을 읽어라. 그러면 그 글이 내 내면을 건드려 줄 것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히 9장 관계의 해독 부분에서 "해명 중독"에서 벗어나는 글을 읽고는 삶의 길을 찾게 되었다. 즉 "타인의 오해를 해명하느라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는 글을 통해 위안과 삶의 해법을 만났다. 그 문장을 끝으로 실어본다.

위대한 자는 결코 모든 사람에게

이해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평범한 군중들로부터

철저히 오해받고 고립되기를 선택한다.

사람들은 네가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너를 오해하고 멋대로 재단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어찌하여 그 하찮은 오해들에

일일이 해명하려 드는가?

너의 진실을 설명하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그들의 귓가에 소리를 질러야만 한다면,

그 진실은 이미 고귀함을 잃은 것이다.

너를 오해하는 자들은 사실

너를 "오해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들은 네가 실패하고 추락해야만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짖어 대는 개를 향해 똑같이 짖어 대는

것은 짐승이나 하는 짓이다.

너를 오해하는 시장의 파리

떼를 피해 너의 길을 걸어라.

해명하려 하지 마라. 변명하려 하지 마라.

오직 너의 침묵과 압도적인 성과만이

저들의 혓바닥을 잘라 낼 것이다.

_니체의 말 p.215-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