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출간된 세계문화전집은 문학가와 예술가를 한 권 안에 나란히 놓는 시리즈로 구성되었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유수의 박물관과 미술관, 학회 및 유족들의 협력 하에 시작된, 최초의 크로스 문화 전집 시리즈다. 시리즈 1권 『안부를 전하며』의 주인공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20세기 독일 문학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대문호 《헤르만 헤세》와 미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하나인 네덜란드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두 사람 다 아버지가 신학자였다. 헤세의 아버지는 개신교 선교사이자 신학자였고, 반 고흐 아버지는 네덜란드 개혁교회 목사였다. 둘 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신학의 길을 갔고, 둘 다 그 길에서 실패했다. 그것으로 인해 둘 다 살고 있던 곳의 이웃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특이하게도 둘 다 정신질환을 앓았고, 둘 다 자살을 시도했다. 알다시피 반고흐는 정신병으로 발작과 자살 시도를 반복하다가 37세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 다행히도 헤세는 15세에 간신히 위기를 넘겨 간신히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에게 놀랍고 심오한 작품을 남겼다.
얼핏보면 삶의 궤적이 닮은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하나였다. 바로 '안부를 전하는 방식'이다. 헤세는 세상을 향해 안부를 전했는데 수만통의 편지를 쓰고, 수만 권의 책에 서명하고, 낯선 독자에게도 수채와 엽서를 그려 보냈다. 무려 4만 4천 통의 편지에 답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편지의 양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아내 '니논'의 도움을 받으며 '모든 편지에 답장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냈다. 세상이 그를 배신자라도 불렀을 때도, 건강이 악화되어 심한 통증으로 손이 떨렸을 때도, 헤세는 편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시인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신학교 다을 넘은 소년은 이렇게 시인이 되었고, 시인으로서 성공했고, 그 성공의 무게 아래에서 안부를 쓰다가 눈을 감았다. 헤세의 성격과 세심함과 독자를 향한 그 사랑이 보인다. 그 위대한 사람과의 서면 교류는 편지를 받는 입장에선 저자의 숨결과 손길을 건네 받은 것이다. 독자는 수십년 전 연예인에게 싸인 받은 것을 한동안 가지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와는 비교도 못할 안부를 독자들은 받았다니 집안의 가보이다.
반 고흐에게 안부는 주로 한 사람 동생 테오 반에게 전해졌다. 더 정확히는 생활비와 물감값을 요청하는 안부였는데 어느 날 35세 때는 마지막 한 줄에서 갑자기 편지 끝에 각주처럼 악수를 덧붙이며 안부를 전했다. 두 사람은 생전 약 1,300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현재 동생 테오가 쓴 편지는 39통 밖에 남아 있지 않다. 반면 테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는 667통이 있다. 형의 편지를 동생이 소중히 간직한 덕분이다. 그 편지들 끝에 'poignée de main'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마운 마음을 글이라는 악수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제발, 빨리 물감을 보내줘. 한 푼도 없어.
악수를 보내며. (poignée de main)
얼마나 고마웠을까? 책을 보면 동생 테오가 형을 위해 애쓴 흔적들이 적혀있다. 동생은 유럽에서 매우 큰 규모의 구필 화랑 지점장으로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테오는 한순간도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았다. 대신 10년 이상을 형 빈센트에게 생활비와 물감값, 캔버스값, 심지어 술값과 담뱃값까지 보내주었다.
누군가에게 안부를 전하는 같은 행위는 이렇게 극명하게 달랐다. 한 사람의 안부는 세상에 닿아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렸고, 한 사람의 안부는 한 명에게 집중되어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안부이며 필요를 채우는 안부였다. 서문을 보면 이 부분을 이렇게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