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박찬원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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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이란 책에 관심을 가진건 1993년에 극장에서 본 영화 때문이었다. 이때 영화를 보면서 나의 영혼은 내용 보다는 영상미에 사로잡혀 가슴이 터질듯 했다. `폭풍의 언덕`은 히스꽃 이미지로 넘실대는 작품이다. 야생마 같은 캐서린과 야생초 이미지의 히스클리프를 대변해주는 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면 음울한 구름, 매서운 바람에 이어 폭우가 쏟아지면 반쯤 미친 히스클리프와 제 멋에 겨운 캐서린은 온통 히스꽃 천지인 들판을 맨발로 쏘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 왜 이렇게 나는 그때 가슴을 흔드는 지진과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언 30년이 흘러 영화와 함께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에 겨워 책과 영화를 보고자 했다. 일단 영화는 평이 좋지 않는데다가 시간을 내기 어려워 미루고 있으며, 책을 통해 그때의 가슴을 흔든 장면으로 들어가 보고자 하였다.

책에는 '폭풍의 언덕'에 대한 자료를 제공한다.(아래 사진과 영상 참조)

'워더링 하이츠'는 히스클리프 씨가 사는 저택의 이름이다. 즉 '폭풍의 언덕'이라는 의미다. '워더링 Wateings'은 이 고장 특유의 표현이며,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 휘몰아치는 거칠고 거센 바람을 묘사한다. 집이 높은 곳에 있으니 맑고 상쾌한 바람에 통풍은 좋다. 집 가장자리에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과하게 기울어진 전나무 몇 그루에서 바람의 세기를 느낄 수 있다. 태양의 적선을 갈구하듯 전부 한쪽으로 뻗어 자란 앙상한 가시나무 숲에서도 언덕 위로 몰아치는 북풍의 힘을 짐작할 수 있었다. p.11



책은 마음의 상상력과 그림을 그려주고, 영화는 실제적 그림을 그려주기에 영화를 꼭 참고하기를 바란다. 그것도 1993년에 만들어진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1847년에 발표된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고딕 로맨스 소설이다. 브론테 자매 중 둘째인 에밀리 브론테가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하기 일 년 전 남긴 유일한 소설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에밀리는 책이 나온 다음 해에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언니인 샬롯 브론테는 <제인 에어>를 써서 성공을 거둔 반면 에밀리는 죽고 나서야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었고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삶이란 무엇이고, 성공이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브론테 세 자매는 위생 환경이 열악하고 질병이 만연했던 빅토리아 시대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모두 세상을 떠났다.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 또한 겨우 38세에 극심한 입덧으로 1885년 태어나지 못한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마치 이 책 『폭풍의 언덕』의 우울한 배경처럼 그들의 삶은 무척 어두운 색채를 띤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요크셔의 장대한 자연을 장려하게 묘사하여 '호워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언니 샬롯 브론테의 제인에어(jane eyre)와 더불어 애정의 섬세함을 내면화한 작품으로 평가되어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사람들의 가슴을 매만지고 있다.


『폭풍의 언덕』의 제목에서 보이듯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와 감정선은 빗나간 애정의 극단적인 복수심과 증오의 표현이다. 증오심과 복수심은 인간 내면 속에 거칠게 소용돌이치는 폭풍우이다. 사랑을 소유하기 위한 욕심은 집착일 뿐임을 소설은 보여준다. 그러나 황량한 하이드 언덕에서 벌어지는 인간 애증의 감동적 이야기는 "죄는 미워해도 인간 자체는 미워하지 않는다"는 주제를 던져주고 있지 않을까?

"내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잘생겨서가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빚어졌든, 히스클리프와 나는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린턴의 영혼은 우리와 전혀 달라. 달빛과 번개가 다른 것처럼, 서리와 불이 다른 것처럼"

p.137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듯 로맨스 소설은 아니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 넬리, 이저벨라를 포함한 주변 인간 본성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소설이며, 인간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벽돌과 같은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어떤 이는 “좋은 소설”이라기보다, “강렬한 소설”에 가깝다는 말을 한다. 이처럼 『폭풍의 언덕』이 지금까지 고전으로 읽히는 이유는 인간 감정의 본질을 너무나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집착이 된 사랑은 결국 인간을 파괴한다는 이야기다.

책 안에는 한 번쯤 멈추어 생각해 보게 하는 문구가 많다. 그리고 책의 사이즈며, 글자 크기, 편집이 깔끔하게 되어 있어 읽기에 편하다. 책은 상상력을 주어 그 당시의 그림 세계로 빠져들게 하며, 특히 저자 에밀리는 매일 황야로 달려가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는 억센 풀을 향해 마음을 던졌던 여인임을 알게 되었다.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렌테는 책과 함께 황야를 먹고 자란 사람이다. 에밀리는 낯선 사람들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에밀리에게는 평생 가족 외에는 친구도 연인도 업었다. 에밀리가 열정적으로 좋아한 것은 황야였다. "저 언덕 위 히스가 가득한 황무지로 가면 다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창문을 활짝 열어. 연 채로 그냥 둬!" p.214

에밀리는 날씨와 관계없이 거의 매일 황야로 산책을 나가 신선한 공기를 듬뚝 마셨다. 그가 자주 걷던 황야에는 주로 억센 식물들이 자랐다. 황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얼굴에는 빛이 가득했다.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생명력이 가득해서 그 바람을 호흡하는 사람은 죽어가다가도 살아날 것 같았어요. p.448

영화를 봐서 그런지 에밀리가 걸었던 그 황야와 바람이 느껴진다. 그리고 책이 주는 맛은 얼마나 원작의 맛을 잘 번역하여 독자에게 안겨주냐이다. 어떤 번역은 다른 번역자보다 좀 부드럽고 시적인 느낌이 강조되어 브론테 자매 작품의 특유의 서정성을 잘 살려낸다. 요크셔의 황량한 풍경 묘사나 인물들의 내면 심리가 특히 아름답게 다가온다. 또 어떤 번역은 원작의 어두운 분위기와 강렬한 감정을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옮기며 고유의 문학적 가치를 잃지 않는다. 이번에 출간된 저자 박찬원의 번역본은 이런 모든 것을 아우르며 특히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복잡한 관계를 묘사하는 부분에서 번역자의 섬세함이 매우 잘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책을 좋아한다면 제인에어와 함께 폭풍의 언덕이란 책은 서재에 꼭 꽂혀 있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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