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의심하라, 그 끝에 답이 있다 세계철학전집 1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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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진심으로 찾고자 한다면,

인생에서 단 한 번쯤은

가능한 모든 것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데카르트라는 이름 하나에 이 책이 관심이 갔다. 철학의 명제는 의심이 기본적 베이스다.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며, 가장 근본적인 진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의심을 통해 인식의 오류와 편견을 제거하고 진정한 지식을 찾으려고 하였다. 그는 자아의 존재를 제일 확실한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지식과 인식의 한계를 탐구해 나갔다. 이 책은 데카르트의 사유 여정을 따라가는 철학 에세이로, 회의(懷疑)를 통해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을 오늘날 우리 삶에 비춰 풀어내고 있다. 일상 속 고민과 결정 앞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 선택이며, 더 좋은 삶인지 우리는 매번 고심을 한다. 그런 면에서 데카르트의 사유는 우리에게 많은 인사이트(Insight)를 주고 있다.

익히 알고 있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그 명제는 그의 철학의 핵심 문구다. 그런데 이 문구는 단순히 생각만 한다고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심하며, 진정 나다운 삶을 살아야만 존재의 의미가 생긴다는 뜻이다.(p.21) 그런데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문장에서 '고로(ergo)'는 사실 데카르트가 사용한 말이 아니다는 글을 보았다. 즉 이 접속사는 데카르트의 말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삽입되었다. 따라서 데카르트가 '생각'으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다기 보다 데카르트에게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존재로서 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를 통해 신을 증명하려 했다고 한다. 새로운 생각들이다. 이 또한 의심하며 생각해 봐야 할 깊이 있는 문장이지 않나 생각된다. 『동서양 철학, p300』

독자인 나는 처음 책을 읽으면서 중간 부분까지는 그리 와 닿지 않았다. 다 아는 내용을 나열 한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면서 감정 이입이 되었고, 와 닿는 내용들이 많았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책은 가독성은 매우 좋다. 손에 들기 편한 책이며, 가볍게 산책하며 아무 페이지를 넘겨서 내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곱씹으면 된다. 북디자인과 편집은 너무 깔끔하게 되어 있다. 이런 것이 어떤 독자에게는 상당히 책(book)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중간을 넘어 가면서 쳅터 5의 내용이 다가 온다. 소제목으로 '세상을 정복하기 보다 자신을 먼저 정복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데카르트는 인간은 '이성은 가진 존재'임을 명확히 한다. 그런데 이성을 가졌다는 것은 단지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말하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 힘을 가진 자는 세상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기준을 두고 살아가는 자다. 그래서 불필요한 충동을 조절하며, 순간적인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데카르트에게 자유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성에 기반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외부 조건이 완벽히 갖춰졌을 때가 아니라, 불완전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기준을 지킬 수 있을 때, 비로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외부 자극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타인의 말 한 마디에 흔들리지 않고, 상황 변화에도 감정이 크게 요동치 않는다. 따라서 올바른 이성으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면서, 흔들림 없는 중심을 가질 때 그제서야 세상도 다스리게 된다는 것이다. 흔히 황희 정승을 일컬어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다는 식으로 중론 또는 다른 사람의 감정과 눈치에 따라 말이 달라지는 자가 있다. 그런 면에서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사고를 갖추려면 데카르트식의 이성적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p.134-136

진리는 남이 대신 찾아줄 수 없다.

나는 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심해야 한다.

p.142

여기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생각해 보자. 감정이란 부분이다. 흔히 감정은 이성적인 결정을 방해하고, 억누르거나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그는 '정념론'에서 감정을 단순히 부정적인 요소로 치부하지 않고, 인간이 외부 자극에 반응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영혼의 감정을 보았다. 감정은 인간 존재의 일부다. 이것을 억지로 억누르면 오히려 인간성을 해치는 것으로 데카르트는 생각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억압이 아닌 이해와 분별을 강조한다. 왜 그런 감정이 일어 났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그 감정이 판단과 행동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성을 통해 그 감정을 파악하고 어떤 의미인지를 살피면 그 감정은 오히려 더 유익되게 작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이끌기 위해서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다. 내가 어떤 상황에 민감한지, 어떤 말에 쉽게 상처를 받는지, 어떤 감정에서 자주 도망치는 지를 알고 있는 사람만이 감정의 흐름을 읽고 다스릴 수 있다. 여기서의 이성은 차갑고 무미건조한 논리가 아닌 오히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맑은 시선이다. 그러므로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직면하면서, 그것을 품고 나가면 결국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단단함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말한다.

가장 강한 영혼은

정념(감정) 가장 잘 다스리는 사람이다.

p.155

철학은 인간의 사유와 탐구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데카르트는 의심의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결국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의심주의에서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는 근본적인 의심과 자아의 인식에 대한 새로운 탐구를 불러 일으켰다. 사유는 우리의 삶을 이끄는 힘이다. 그런데 삶의 진정성을 찾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사유와 실제적인 실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끝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실천에 앞서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지에 대한 '의심'은 꼭 필요한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사유(思惟)가 깊어질 때에 이 책은 독자의 사유를 더 깊게 만들며 삶의 파도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다. 철학은 결국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드는데 이것은 결국 삶을 납득하려는 태도이자, 이해되지 않아도 견디려는 마음이며,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사유하라. 그러면 내 존재가 더욱 꿈틀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의심하는 것이야말로

진리에 이르는 첫 걸음이다.

p.210

당신은 정말 당신을

잘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이 책의 한 문장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 삶은 한 번도 제대로 살아보지 않은 삶이다. p.41

가장 느리게 걷더라도, 곧은 길을 따라 걷는다면, 가장 빠르게 달려가면서도 길을 벗어난 사람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p.54

우리의 의지는 매우 넓고 자유롭기 때문에, 이성이 그것을 잘 이끌어야 한다. p.112

나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기로 결심했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때, 그 무엇도 확신해서는 안 된다. p.120

욕망이 지나치면, 현재의 행복을 망치게 된다. p.133

데카르트에게 자유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이성에 기반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p.135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그것은 우리를 혼란과 불안으로 끌고 간다. 그러나 잘 다스러진 감정은 우리 삶의 질서를 만들어준다. p.158

모든 오해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멈춘 곳에서 시작된다. p.168

나는 남이 옳다 말하는 것보다, 내가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따르기로 했다. p.184

나는 읽고, 생각하며, 다시 읽는다. 그렇게 내가 찾는 진리에 더 가까워진다. p. 204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더 깊은 질문을 남기는 사람이 되어라. 질문 속에서 진리가 드러난다. p. 224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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