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커피의 역사와 품종, 원산지, 로스팅 추출 기법 같은 기술적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그 대신 커피가 지닌 사회 문화적 기능과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각성, 향유, 우애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커피 음료를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휴머니티를 탐구한다. 각성은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졸음을 쫓으며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이성이 작용하는 모습을 다룬다. 향유는 커피를 즐기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방식과 취양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다룬다. 우애는 혼자 즐기는 커피를 넘어, 함께 나누고 누리며 공동체를 돌아보는 존중과 공간의 가치를 담고 있다. 즉 커피는 노동, 취향, 관계를 잇는 매개체이며, 매일 커피라는 의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커피라는 문(door)을 통해 인간 사회적인 부분을 다루면서 늘 곁에 있어서 당연했던 커피를 바라보는 새 눈을 얻게 된다. 이제 우리는 커피를 통해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다. 《커피사회》라는 책은 그저 마시는 커피가 우리 삶에 이토록 특별한 것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각성이라는 부분에서 소제목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지혜" 쳅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 다룬다. 일명 '아아'다. 컵에 얼음을 채우고 물을 담은 뒤 에스프레소를 부어 만든 것으로서 '아아'의 황금 비율은 '90-40-90' 즉 얼음 90g, 에스프레소 40ml, 물 90ml로 알려진다. 아아는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겨울에도 '아아'를 더 많이 마신다. 스벅 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아이스 음료는 전체 매출 가운데 76%를 차지했다. 10잔 중 8잔 가까이 '아아'가 팔린 셈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이런 커피 문화와 달리 아라비아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선 위에 언급되었듯 다도와 닮아 있는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의 방식으로 커피를 마신다. 하루 3번, 한 번에 3잔씩 커피를 마시는데 이것은 10단계로 이루어진다. 설명만으로도 긴 단계이기에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문화이다. 무엇이든 빠르게 해내야만 하는 문화 속에 이런 여유는 어쩌면 낭비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빨리 빨리 문화는 이점도 있지만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부실 공사로 인한 잦은 붕괴 사고, 산업 현장의 빈번한 안전사고,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는 OECD 가운데 꼴찌다. 이것은 무언가 우리가 잘못 달려가고 있고, 쫓기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좁은 땅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살아내는 한국인의 몸부림이 '아아'라는 독특한 커피 문화 속에서도 보여진다. '아아'의 특징과 같은 빨리 문화가 고성장, 고효율을 이루며 한국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조금은 여유를 두며, 과정을 성찰하고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국은 오늘도 아아 한잔을 들고 쿨하게 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어쩌면 한국인에게 아아는 고효율을 위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