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사회 -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
이명신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우리는 커피 없이 하루도 견디지 못할까?"

일일 커피 소비량 1잔 이상, 세계 2위 커피 소비국!

커피를 이해하면 우리 사회가 보인다.


이 책의 부제목은 저자의 지향점이 보이는 핵심 문구이다. "휴머니티는 커피로 흐른다"고 적혀 있다. 커피 한잔에 인간다움을 이루는 다양한 가치가 스며 있다는 것이다. 이 음료는 단순한 목축임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는 이와 같이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매개체로 친구, 가족, 동료가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긴장을 풀어주고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에티오피아의 전통 의식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는 정성스럽게 준비한 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하며 우애, 평화, 축복을 나눈다고 한다. 즉 세잔을 마시는 것이 기본이며, 첫잔은 '​우애(Abol)' , 둘째잔은 '평화(Hueletanya)' , 셋째잔은 '축복(Bereka)' 을 의미 한다. 이런 세레머니를 통해 가족과 이웃의 친목을 다지고 손님에 대한 예의를 표현 하는 것이다.


커피에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넘친다.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 함께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계층, 세대, 국적을 초월해 공감과 연대를 만들어 낸다. 이는 커피가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음료라는 것이다. 개인과 개인, 문화와 문화를 연결하며 소통과 연대를 촉진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커피는 오늘날 휴머니티를 이루는 가장 강력한 향유적 매개체이다.

커피 한잔이 뭐길래 한국 사회 또한 어느덧 카페가 우후죽순 생기는 놀라운 기현상을 보였다. 마치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문화인이 아닌 것처럼 식사 후나 모닝 커피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커피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은 나라가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가 되었다. 전국에 카페만 10만개, 한 건물에도 2-3개는 기본이고, 편의점에서도 수없이 팔려 나간다. 커피 공화국에서 1일 1커피는 국룰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인의 몸속에서는 커피가 흐른다는 말도 있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이후 100여년을 거쳐 명실산부 국민 음료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특유의 한국 문화가 더 부추긴 격으로 보인다. 과시, 허세, 체면, 눈치 등과 같은 보여주기식 문화가 커피라는 고상한 문화적인 행태를 빨리 불러 들였다고 본다. 같은 커피라도 스타벅스에 앉아 마셔야만 상류층과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카페와 다르게 스타벅스는 미어 터진다. 커피 품질이 3등급 생두를 쓰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는데도 사람들은 이미 고급지게 만들어 놓은 스타벅스가 그럴 일이 없다고 믿어 버린다. 암튼 한국인의 커피 사랑에는 특유의 특징이 함께 하면서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러면 커피는 왜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속에서는 각자의 서사가 담겨 있다. 그냥 좋아서, 맛있어서, 졸음을 쫓기 위해서, 한 잔의 여유가 좋아서, 혹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마시면서 그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기사가 많이 나와서 커피향도 좋은데다 하루 한 두 잔은 보약과 같이 챙겨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커피는 연대하는 것과 대화라는 물꼬는 트는데 굉장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의 커피하우스를 보면 계몽주의 시대에 지식인들이 모여 토론하는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물론 커피 없이 다른 무엇으로 즉 Black tea (홍차紅茶)와 같은 것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만 커피는 무언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음에는 틀림 없다.

이 책은 커피의 역사와 품종, 원산지, 로스팅 추출 기법 같은 기술적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그 대신 커피가 지닌 사회 문화적 기능과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각성, 향유, 우애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커피 음료를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휴머니티를 탐구한다. 각성은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졸음을 쫓으며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인간의 의지와 이성이 작용하는 모습을 다룬다. 향유는 커피를 즐기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방식과 취양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다룬다. 우애는 혼자 즐기는 커피를 넘어, 함께 나누고 누리며 공동체를 돌아보는 존중과 공간의 가치를 담고 있다. 즉 커피는 노동, 취향, 관계를 잇는 매개체이며, 매일 커피라는 의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평범한 사회에 관한 이야기다. 커피라는 문(door)을 통해 인간 사회적인 부분을 다루면서 늘 곁에 있어서 당연했던 커피를 바라보는 새 눈을 얻게 된다. 이제 우리는 커피를 통해 그 너머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다. 《커피사회》라는 책은 그저 마시는 커피가 우리 삶에 이토록 특별한 것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각성이라는 부분에서 소제목으로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지혜" 쳅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대해 다룬다. 일명 '아아'다. 컵에 얼음을 채우고 물을 담은 뒤 에스프레소를 부어 만든 것으로서 '아아'의 황금 비율은 '90-40-90' 즉 얼음 90g, 에스프레소 40ml, 물 90ml로 알려진다. 아아는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분석한다. 겨울에도 '아아'를 더 많이 마신다. 스벅 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아이스 음료는 전체 매출 가운데 76%를 차지했다. 10잔 중 8잔 가까이 '아아'가 팔린 셈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이런 커피 문화와 달리 아라비아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에선 위에 언급되었듯 다도와 닮아 있는 '분나 마프라트'(Bunna Maffrate)의 방식으로 커피를 마신다. 하루 3번, 한 번에 3잔씩 커피를 마시는데 이것은 10단계로 이루어진다. 설명만으로도 긴 단계이기에 한국인에게 맞지 않는 문화이다. 무엇이든 빠르게 해내야만 하는 문화 속에 이런 여유는 어쩌면 낭비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빨리 빨리 문화는 이점도 있지만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부실 공사로 인한 잦은 붕괴 사고, 산업 현장의 빈번한 안전사고,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는 OECD 가운데 꼴찌다. 이것은 무언가 우리가 잘못 달려가고 있고, 쫓기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좁은 땅에서 치열한 경쟁을 견디며 살아내는 한국인의 몸부림이 '아아'라는 독특한 커피 문화 속에서도 보여진다. '아아'의 특징과 같은 빨리 문화가 고성장, 고효율을 이루며 한국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조금은 여유를 두며, 과정을 성찰하고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국은 오늘도 아아 한잔을 들고 쿨하게 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어쩌면 한국인에게 아아는 고효율을 위한 삶의 지혜가 아닐까?

커피를 많이 마셔 위에 구멍이 뚫리고 바보가 되고 수명이 단축된다 해도 오늘 하루 아메리카노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아침마다 유체 이탈된 정신을 다잡아야 할 때, 반복되는 지루한 회의를 견뎌야 할 때,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밀린 과제들을 해치워야 할 때, 누군가와 어색한 시간을 견뎌야 할 때도 아메리카노가 있기에 버틸 수 있다. [...] 한국인에게 아메리카노는 단지

노동을 위한 수혈이 아니라 잠깐의 쉼이자 여유다.

P. 31-33

커피는 환대다. 아래의 글은 그것을 말해주는 내용들이다.

“환대는 레드 카펫처럼 타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의미한다. 추앙과 환대는 인간 고유의 본성이자 진정한 인간다움의 표현이다. 인간다움이 충만할 때 우리는 진정한 해방에 이를 수 있다. 환대의 마음을 나누기에 커피만한 것도 없다. 공식적인 자리도, 친구들과의 편안한 자리도 커피로 시작되곤 한다. 커피를 통한 환대는 사회적 상황과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카피는 가장 개인적이면서 가장 사회적인 음료다. "내 마음이 원하는 건 커피가 아니라 진정한 우정이고, 커피는 그저 구실일 뿐이다." 최초의 커피 하우스 키바 한(Kiva Han)의 벽에 적혀 있는 문구다.”

P. 151, 154

커피에 관한 책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 이 책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단순히 음료 이상의 것을 마시고 사람들과 연대하며, 교류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이면서 가장 사회적인 음료인 커피는 오늘도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며, 좋은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이 이렇게도 좋은 것이었던가...

"내가 집에 없다면 카페에 있을 걸세. 만일 카페에 없다면 카페 가는 길에 있는 걸세"

-프랑스 작가, 오노레드 발자크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