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대인의 지혜수업 -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는 힘
심정섭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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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에 관한 책은 신간이 나오면 될 수 있는 한 읽어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전작 《1% 유대인의 생각훈련》과 같이 한국인이나 동양인을 위한 원전 탈무드 입문서이다. 탈무드는 간단하게 말하면 구약 성서 《모세 5경》을 토대로 한 가르침이다. 히브리어로 '학습, 배움' 이라는 뜻을 가진 탈무드는 구전 율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문서로 정리가 되었는데 이를 '미쉬나(Mishnah)라고 부른다. 미쉬나는 기원후 200년경에 유다 하나시(Yehudah HaNasi)에 의해 편집되었으며, 유대교 구전 전통의 핵심 문서 중 하나이다. 즉 미쉬나는 모세 오경의 구체적인 해석과 적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어, 모세 오경에서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출 20:8)고 명령하지만, 안식일에 무엇이 허용되고 금지되는지에 대한 세부 사항은 구전 율법과 미쉬나를 통해 다뤄진다. 그렇다면 탈무드는 무엇인가 할 때 탈무드는 미쉬나에 대한 해석과 논의를 담은 문서라 할 수 있다. 탈무드는 두 가지 판본이 존재하는데 예루살렘(기원후 4세기경)과 탈무드 바빌론(기원후 6세기경) 판본이다.


더 쉽게 말하면 탈무드는 신의 말씀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세부 토론집이라고 할 수 있다. 토라가 헌법이라면 탈무드는 세부 법령이다. 주제별로 토라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한 랍비들의 토론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 세부 법률안에 법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나 예화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소개된 탈무드는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좋으나 우화나 처세술 정도로 소개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너무 전문적인 것은 한국적 상황에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 양극단을 조율하는 자료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나온 《1% 유대인의 지혜수업》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면서 독자들의 필요에 맞게 편찬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직접 랍비에게 하브루타를 전수받은 저자 심정섭의 깊이 있는 탈무드 해석이 담겨 있다.


세계 상위 1% 주류인 유대인들에게는 탈무드가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세기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노벨문학상 음악가 밥 딜런, 할리우드의 패러다임을 바꾼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크버그, 세계적인 부호 록펠러, 빌게이츠 등등 그들은 무언가가 특별하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한국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탈무드 예화와 토론 내용을 세상, 인간관계, 인생, 가정의 주제로 묶어 그들의 생각들을 정리했으며, 또한 탈무드식 깊은 생각훈련 방식인 2×2 매트릭스 사고법과 칼 바호메르의 논리 추론법을 소개한다. 2×2 매트릭스 사고는 중요한 축이 되는 2개 개념을 중심으로 4가지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2×2 매트릭스 사고훈련을 통해 독자는 유연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도 언급하면서,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문제를 탈무드식 사고로, 지혜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유대인들에게는 특별한 지혜와 대안이 남다르게 있다.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보기 위해 이 책은 분명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첫 페이지를 열면 '서로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정의다'라는 제목과 함께 '타협'의 정의를 소개해 준다. 즉 탈무드 산헤드린 32b에 보면 '서로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타협하는 것도 정의다'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즉 두 배가 같은 강을 여행하다 서로 맞닥뜨리게 되었다. 두 배가 동시에 지나가면 배가 부딪쳐 두 배가 모두 가라앉는다. 강이 두 배가 다 지나갈 정도로 넓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정의로운가? 타협의 정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한 배는 짐을 싣고 있고, 한 배에는 짐이 없다면 짐이 없는 쪽이 짐이 있는 쪽에 양보해야 한다. 만약 한 배가 목적지에 가깝고, 한 배는 목적지와 멀다면 가까운 쪼기 먼 쪽에 양보해야 한다. 만약에 양쪽 모두 목적지에 가깝거나 멀다면 양쪽이 협상해서 어느 쪽이 먼저 갈지를 정해야 하는데, 그런데 기다리는 쪽에서 기다리는 동안 어떤 손실이 발생한다면 양보를 받은 쪽에서 그 손실에 대해 적절히 배상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어떤가? 상당히 설득력 있고, 정의로는 타협이 아닌가? 서로가 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오늘 날에도 필요한 정의라 보인다.


그렇다면 세속적인 현대 국가가 서로 다른 가치와 법을 따르고 있는 종교 공동체와 어떻게 공존하며 지낼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가장 영향력 있는 랍비인 '아브라함 카렐리츠'는 아래의 탈무드 구절을 인용하며 이 질문을한 당시 이스라엘 건국 초대 수상인 벤드리온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두 낙타가 좁은 길에서 만나면, 우리는 먼저 어느 쪽이 먼 길을 여행하는지, 또 어느 쪽이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즉 국가가 종교 공동체에 좀 더 양보하고, 더 오랜 세월 동안 유지될 수 있는 가치들을 존중해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정치 지도자는 종교 지도자의 이런 조언이나 탈무드적 판단을 따를 수도 있고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 상황을 탈무드나 토라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고, 나름의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즉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때 신의 가르침이나 경전의 원칙을 배웠다면 나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상황이 아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일관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길러 주는 힘이 유대인들은 탈무드에서 나온다고 본다.


그리고 인간 세계에서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는 그들의 논리 또한 귀기울여야 할 사고(思考)이다. 유대인들은 그들의 신과 토라만을 절대적으로 보고 나머진 상대적인 것으로 본다. 심지어 악마의 대명사인 사탄도 절대 악으로 보지 않고, 단순히 고소인의 역할을 하는 천사와 비슷한 존재로 본다. 사탄이 아무리 힘을 쓰더라도 모든 것은 신의 허락하에 섭리하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대 왕국을 멸망시킨 바벨론의 '네브카드네자르(성경: 느부갓네살)' 왕은 수백 명의 유대 선지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말한다. 왕국 시절 수많은 선지자가 우상 숭배는 잘못된 것이라고 외쳤지만 그들은 선지자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바벨론 왕에 의해 70년 동안 포로 생활을 하고 나서야 그들은 우상 숭배를 완전히 끝냈다. 수백년 동안 수많은 영적 지도자가 하지 못한 일을 적국의 왕이 일거에 해냈다. 따라서 적국의 왕이라고 무조건 '죽일 놈', '원수'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힌다. 그러나 유대인의 탈무드식 가르침은 생각을 많이 하도록 해주는 것이 특징이 있기에 생각의 깊이가 더해져 오히려 더 진지해 진다. 인간관계를 바꾸는 탈무드식 생각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보통 규율이나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판단하고 정죄하기 쉽다. 하지만 유대 경건주의 운동의 창시자인 바알 셈 토브는 좀 더 다른 관점에서 다른 사람의 잘못을 바라봤다. 《토라에 관한 바알 셈 토브의 책의 창세기 편》에 따르면 세상에 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날 수 없는데, 오늘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게 된 것은 내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 오히려 나에게 비슷한 잘못이 없는지 돌아볼 기회를 신이 허락하신 것으로 생각했다. 특이한 생각이지 않는가?


그리고 바알 셈 토브는 자신을 핍박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고 애정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데 한번은 제자들이 어떻게 선생님은 해치려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이렇게 설명하나. 첫째,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면 나도 그 사람을 증오하과 하는 유혹에 빠지는데 이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을 어기는 지름길이 된다며, 이때는 원수를 미워하고 싸우는데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내 안에 있는 악한 본성과 싸워서 이기는 기회로 삼으리고 한다. 둘째, 만일 원수를 사랑하게 되며 그 사람도 회개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믿기진 않겠지만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게 되어 있으며, 신기하게도 내가 사람이 아니라 그의 잘못된 행위를 미워하면, 그 사람도 자신의 행위를 미워하고 회개하게 된다고 한다. 셋째, 여러분들은 거룩한 사람들이다.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 서로를 사랑한다면 신의 거룩함이 여러분 가운데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하지 못하고, 그 결과로 여러분과 신의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면, 그 거룩함은 악의 영역으로 떨어지게 되고, 엄청난 재난이 뒤따르게 되기에, 신의 임재하심을 떠나지 않도록 하려면 비난하거나 정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그 사람을 도우라고 한다. 그래야 거룩함이 우리를 떠나지 않고, 악이 들어올 틈이 없게 된다고 가르친다.


쉽지 않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성인은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까지 가야 온전한 사랑에 이를 수 있고, 근본적으로 악을 통제하게 된다고 한다. 현대 사회를 보면 묻지마 살인이 계속 난무한다. 지난달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명재완 씨가 학생 김하늘 양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세상이 싫어 죽고 싶은데 남을 죽이고서 자기 목숨을 끊으려는 이기적인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데 3월 14일 날짜에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30대 여교사가 ‘김하늘 양 피살사건’을 언급하며 “나도 너희 해칠 수 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초등학교 담임 교사인 A 씨는 지난 7일과 11일 수업 시간 중 “너희들이 나를 공격하면 나도 너희를 해치거나 공격할 수 있다. 나도 자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현대 사회의 비극을 무엇으로 치유해 나갈까? 탈무드식 사고가 정답을 주어 살인이라는 것을 다 막지는 못하겠지만 탈무드식 가르침은 인간관계를 더욱더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리라 본다. 책은 가독성이 좋아 잘 넘어간다. 특히 이 책에서는 1장부터 4장의 마지막에 각 주제에 대해 깊게 사고해볼 수 있도록 약 60개의 열린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 탈무드식 생각 훈련을 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5장부터 6장은 독자들이 독서 모임이나 가정에서 탈무드 원전을 가지고 실제 탈무드식 토론(하브루타)을 해볼 수 있도록 자세하게 매뉴얼을 정리하고 소개해 주고 있다.


5,000년의 통찰을 품은 고전 인문학 ‘탈무드’는 정말 대단한 책이며 지혜와 성찰을 듬뿍 안겨주는 책이다. 읽기만 하면 남들과 다른 사고 패턴을 가져, 훨씬 더 통찰력 있는 삶과 여유로운 삶, 지혜로운 삶을 살게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의 한 문장

출처 입력

한 랍비가 이런 말을 했다. “우상이란 신의 형상이 아닌 것을 신처럼 숭배하는 것이다. 우리는 신의 형상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신의 형상으로 지어진 보이는 피조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고 섬길 때 바로 보이지 않는 신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해가 있다면 우리는 탈무드식 토론을 하며 사람을 통한 신에 대한 사랑과 섬김을 실천할 수 있다. P. 253


공동체와 떨어져 혼자 있지 말라. 네가 죽을 때까지 네 자신을 믿지 말라. 그리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상대를 판단하지 말라. 나중에는 이해하겠지라고 착각하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 그리고 시간이 나면 공부하겠다고 하지 말라. 그런 시간은 나지 않기 때문이다(랍비 힐렐, 아보트 2장 5절) P. 282


죄를 짓지 않기 위해 세 가지를 기억하라.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며, 누구 앞에서 삶을 결산하게 될지를. 너는 어디서 왔는가? 하찮은 정자 한 방울에서 왔다. 너는 어디로 가는가? 먼지와 벌레와 구더기가 있는 무덤이다. 누구 앞에서 삶을 결산하게 되는가? 모든 왕을 다스리시는 그 분이시다.(아보트 3장 1절) P. 284


현명한 사람은 내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다.

화를 덜내고, 감정을 조절하는 사람이 어느 정복자보다 위대하다.

진정한 부자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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