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신 - 신이 없다면 우린 행복할까?
앤서니 T. 크론먼 지음, 이재학 옮김 / 돌밭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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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우리에게 내세에 대한 희망이 없다면 모든 가치관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레프 톨스토이는 "태양빛에 네 눈이 먼다 해도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하지 마라.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가 네 이성이 혼란을 일으키거나 사라지더라도 그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누군가가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란 존재는 신에 의해서 완성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 개인의 신앙적 생각이며 견해다.

 

 

저자의 부모는 신에 대해서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분들이다. 그 부모들은 신은 잘 속는 바보들이나 좋아할 만한 동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종교적 신앙인들을 무지하다고 본다. 즉 마음이 약하고 관용할 줄 모르며, 진실을 두려워하는 자들이나 종교를 믿는다고 저자에게 가르쳤다. 그리고 종교의 위험성을 경고 했을 뿐 아니라 가족이 주고 받는 대화의 주제에서 아예 신을 빼버렸다. 그런데 이들의 부모는 아버지가 유대인이었으며 어머니는 기독교인이었다. 그러면 뭐하는가? 그것은 과거의 사건이며, 그저 출생에 의해 주어진 표면적인 겉옷과 같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저자 아버지는 크리스마스를 즐겼고 트리를 장식하는 것을 유독 좋아하셨다. 물론 크리스마스에 예수의 탄생을 축하할 일은 없었다. 단지 예수는 매우 온화한 사람이며 우연히 주변 상황 때문에 구유에서 탄생했고, 오직 미신에 사로잡힌 사람들만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어머니는 종교를 경멸한 정도였다. 저자와 그 문제를 놓고 대결했는데 결국 어머니의 승리였다. 어린 시절에 말이다. 이렇게 그 부모는 저자를 종교에서, 신에서 떼어 놓으려고 애썼다. 그들 또한 어린 시절에 종교로 인해 피해를 보았기에 그 영향력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선제 공격을 하며 아예 근처도 가지 말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어디 자식이 내 맘대로 되는가? 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하고 싶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아이들의 본성이다. 그래서 부모가 그렇게 싫어하는 종교를 왜 사람들은 믿고 따르는지 궁금해 하면서 점점 저자는 기존의 종교인의 행태는 아니지만 제 3의 신을 끌여다 놓게 된다. p. 18

 

 

이 책은 이런 과정들에 대한 저자가 발견해낸 제 3의 신을 찾아 나서면서 얻게 된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는 스피노자가 발견한 신에 대한 이해와 상이한 점이 있다. 즉 저자는 수 십 년간 지속해온 독서와 사색의 결과물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종교관과 인생관을 정리했는데 그는 정의 내리기를 영원불멸의 존재인 세계 그 자체를 하나의 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저자는 인간이 무한한 시공간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라는 출발점에서 제 3의 신을 끌어 온다. 다시 말해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는 측면에서 여느 동물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무한한 시간의 존재를 인지한다는 지점에서 동물과 달라지는데 그런 절대 불변의 영원성을 인지한다는 생각이 곧 신이라는 개념과 연결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인간은 순간을 사는 동물이면서도 영원성을 관장하는 신의 세계에도 어정쩡하게 걸쳐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어정쩡함을 인간의 존재 구속적 조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 두 세계의 간극에서 깊은 절망과 삶의 환희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의미다.

 

 

결국 기존의 신에 대한 생각들을 부정하며 자기 철학화를 이루어 나가는 개인적 신념이 제 3의 신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느 쪽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상대에 대한 신 관념을 존중하기도 하고, 우습게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면에서 기존 전통이 가진 신 이해 방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성경이 주장하는 바에 대한 그 신에 대한 주된 개념을 무너뜨려 가면서 지식 추구의 논리적 신 개념은 많은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까?

 

 

신약성경에 보면 바울서신중에서 골로새서 2:8절 성경 구절이 있다. 바울은 이렇게 말했다. 공동번역으로 보면 "여러분은 헛된 철학의 속임수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그것은 세속의 원리를 기초로 인간이 만들어서 전해 준 것이지 그리스도를 기초로 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기존의 종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 종교를 가진 사람이 잘못 되었다. 그러므로 목욕물을 버리다가 아기까지 버리는 실수를 한다면 결국 그가 가진 철학적이며, 논리적이며, 과학적인 신 이해 방식은 결코 성경에서 원하는 신 이해 방식이 아닌 것이다.

 

 

물론 저자의 신 이해 방식은 인본주의 적인 모습으로 인간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그런데 인간이 신이 원하는 생각을 버리고 홀로 선악과를 먹고 자아가 도취되듯 내가 기준이 되는 선과 악은 결코 옳은 방향으로 가지를 못할 것이다. 이것은 지나간 역사에서 도출된 결과물이다. 물론 저자는 탈종교화되고 무신론화되면서 종교 자체를 거부하는 가운데 몰가치의 시대를 극복하고자 제 3의 신을 창출해 내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영성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기존 종교인들의 입장에선 양파 까먹기 대회를 하는 거와 같다고 말한다. 즉 진리()라는 양파 껍질을 까면서 그 안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양파를 끝까지 까보지만 결국 양파 끝에 얻는 것은 양파 껍질 뿐이다. 적어도 사과에는 씨라도 있지만 저자가 추구하는 스피노자식 신 이해는 관념적인 신 이해일 뿐이지 않나 생각된다. 저자는 삶의 경이 앞에 부모가 거부한 신을 끄집에 내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가상하나, 주류 종교인 아브라함 종교가 말하고자 하는 신에 대한 이해는 톨스토이가 보았던 신 이해 보다는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맹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종교는 "인격적 신"이라는 믿음에 토대를 두지 않는다. 그는 "나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는다. 그 신은 존재하는 세계의 질서 있는 조화로 스스로를 드러낸다. 그 신은 인간의 운명과 행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p. 245

 

그러면 스피노자가 말하는 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세계 그 자체다.

더 정확히는 세계의 무한한 힘과 지성이다.

이 신은 칸트의 신과 달리 인간적 조건의 깊은

절망감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준다는

약속을 전혀 하지 않는다. p. 240

 

<3의 신>이라는 책을 통해 새로운 신을 기대를 하며 보았다. 왜냐하면 신()을 요청하는 듯한 부제목 때문이었다. "이 없다면 우린 행복할까?"라는 말에 이 저자가 말하듯 그 부모가 간 길을 걸어보니 무언가 허전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일찍이 카뮈와 사르트르에 느꼈던 충성심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특히 인격적 신을 거부하는 이들이 걸어 가는 방식에는 실존주의를 탐색하는 과정이 있다. 그러나 중년의 나이에 이르러 도달한 저자의 인생관에는 신이 그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말았다. 물론 보다 평범한 종교인들이 쉽게 인정하거나 수용할 만한 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신을 발견한 것이 아닌 그저 자기가 믿는 바를 우격다짐으로 지식인을 위주로 끄집어 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보니 저자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그것을 억지로 설명하다보니 약간은 횡설수설 하는 느낌이다. 진리()에 대한 이해는 지식의 나열이 아닌 지식 너머의 일이다. 즉 신비를 넘은 신비 속에 거하는 그 무엇을 찾아 실제 그 신비를 만든 분과의 만남이다.

 

 

독자는 아인슈타인이 거부한 인격적 신을 받아들이며 산다. 그가 스피노자를 말한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고상하지 않는데 즉 존재하는 세계의 질서 있는 조화가 신이라는 개념에 대해 그저 웃음을 지을 뿐이다. 신을 말로 설명할 수 있다면 이미 신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말과 지식으로 신을 찾는 자에게는 모세나 바울이 인격적으로 만났던 그 신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설명이 명확히 이해가 될 거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저자가 신을 찾는 길을 나섰다는 것이 이 책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보았다. 무신론자가 되기에는 세상은 경이(驚異) 그 자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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