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제주도를 많이 찾아가지는 않았지만 제주도를 찾게되면 제주가 주는 색다른 느낌의 식당과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찾아가려고 한다. 육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색다른 삶과 인생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주라는 공간은 육지에서 벌어지는 경쟁구도와는 다른 삶의 각도를 가진 자들의 삶의 집합체라 생각된다. ‘제주도’라는 로컬에서 각 브랜드 대표들마다 무엇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일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고유한 이야기가 그들 내면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들은 특히 자신만의 원리와 원칙으로 일과 삶을 지속해나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저자가 보니 제주로 이주하면서 각 로컬브랜드들은 그전에 했던 일들과는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았다. 그것은 ‘생계’와 ‘삶’을 연결하는 삶의 분투였다.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 나섰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자신에게 꼭 맞는 일을 선택하는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어렵게 찾은 일을 지속하기 위해 자신만이 가진 철칙을 세웠고, 그 가치관을 통해 삶과 일의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에는 열여섯 브랜드의 나열이다. 그 열여섯 브랜드의 대표들은 이미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 존재하며 자신들의 취향에 고객들이 매료되면 찾고, 그렇지 않으면 얼마든지 돌아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생계가 연결되어 있기에 돌아서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 못 시키고, 시대의 흐름이랄까? 그 시대 사람들이 요구하는 충족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를 가진다는 것은 그 브랜드를 고객이라는 대상을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 자신을 마케팅해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열여섯 로컬 브랜드들은 고객을 향해 당당히 자신들의 브랜드에 맞추라고 요구한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각 대표들의 철학과 원칙과 삶의 가치관을 보니 더더욱 매력적이게 다가 오게 되고, 로컬 브랜드를 대하는 자세도 새삼 격식을 차리며 바라보게 된다.
첫 브랜드는 '라이스 나이스'라는 떡집에 관한 얘기다. 할머니, 이모, 손녀가 함께 만드는 '삼대三代'가 모인 떡집인데, 할머니라는 전통과 MZ라는 세대와의 작품을 통해 하나의 방앗간이 '라이스 나이스'라는 브랜드를 입게 되었다 한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콩팥앙금떡'이다. 제주 전통떡으로 '잔떡'이 있었는데 그 잔떡에 손녀가 생각해 낸 '콩팥앙금레서피'를 결합하여 만든 떡이다. 손으로 만들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떡인데, 그래서인지 네이버 리류에 보면 칭찬일색이다. 특히 '보리개역'이라는 떡이 맛있다고 평가되는데 다음 기회에 내려가면 한 번 맛보리라!
눈에 또 띄는 브랜드가 있는데 '제주로부터'라는 브랜드다. 어떤 브랜드냐 하면 미식 문화를 전달하는 브랜드다. 쉽게 설명하면 생산자를 만나서 건강한 먹거리를 찾고 그것을 고객에게 보내주는 플랫폼이다. 여기 제주로부터 브랜드에 입점한 브랜드는 60개 팀이 있다. 최근에는 남해로부터 입점 브랜드가 성사되어 10개 정도가 함께한다. 상당히 큰 규모이다. 입점 기준은 딱 두가지인데 첫째 맛이 좋아야 한다. 둘째 '제주로부터'와 '결이 비슷해야 한다. 즉 제주로부터는 단순히 물건을 전달해 주는 중간 통로가 아닌 고객과 생산자의 꾸준한 소통으로 제주 생산자가 고객들로부터 끊임없이 피드백을 받아 생산품을 개선하는데까지 가는 것이다. 그러니 제품의 퀄리티는 더 좋아지고, 고객은 좀 더 나은 상품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속에서 브랜드 대표는 '관계가 전부구나'를 깨닫게 되었다는데 그것은 아무리 상품이 좋더라도 생산자와도 관계를 잘해야 하고, 고객과도 관계를 잘해야 모든 판매가 원활하게 진행됨을 깨닫게 되었다 한다.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은 뭘까? 결국 판매란 사람을 판매하는 것이기에 사람 사는 세상, 서로가 함께 연대해서 사는 것이리라.
"결, 배려, 그리고 존중입니다. 모두 생산자와 관련된 단어인데, 우리가 생산자들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농사는 누군가가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육체적으로 힘든 일인데 특히 친환경 농사짓는 분들에게 존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아요. 수확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을 고집하고 땅을 살리려는 그분들을 만나면 존중할 수 밖에 없어요." p.102
이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가 자신만의 개성을 입고 제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의 철칙을 가지고 운영해 오고 있다. 여기에는 제주 원도심에 7평도 되지 않은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 곳곳의 연필을 파는 가게, 소리소문없이 오래도록 좋른 글, 좋은 책을 전하고 싶다는 '소리소문 책방', 주 3일은 비건버터를 만들고, 3일은 판매하는 시골 가게, 버려진 밀랍으로 만든 초를 파는 가게, 제주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있어 사람이 살까 싶은 곳에 위치한 공연하는 술집…등등 이 가게들이 과연 삶의 전쟁에서 살아남을지 걱정도 된다. 그 이유는 그들만의 가치관과 철학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가게를 보면 짧게는 2년, 길게는 7년 이상 이 브랜드가 계속 지속되고 있다. 즉 ‘망하지’ 않고 제주를 누리고 있다.
이런 작지만 강한 소상공인들이 제주라는 지역에 특색을 만들고, 감성을 만들어 육지에 있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려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만의 색깔을 결코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연대하는 것을 계속하고 있으니 아마도 당분간은 우리도 그분들과 함께 상생하며 존재하고 있으리라 본다. 여기에 저자가 한 몫을 하고 있으니 분명 여기에 소개된 브랜드만 아니라 다른 로컬 브랜드도 살아남아 우리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나의 고민은, 공간만 보러 온 분들이 어떻게 책에 관심을 갖고 읽게 만드는가예요. 그 고민을 풀어낸 코너들이 곳곳에 있는데요. 예컨대 ‘책방에 억지로 따라온 남자들을 위한 책 코너’가 그런 고민에서 나온 큐레이션이거든요. 책방 손님 성비가 8대 2예요. 여성고객이 월등히 많죠. 남성들 대부분은 여자 친구나 가족에 의해서 끌려왔고요. 여기 와서 책도 제대로 보지 않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남자들을 보면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도 어떻게 책의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죠. 서점이 재밌는 공간이 되어야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테고, 책 표지라도 한번 들춰보는 분이 한 분이라도 생기면 그 큐레이션은 성공한 거라고 봐요. 그런 고민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관광지에서 책방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일일 거예요. 여기를 관광 명소로 보고 여행지 코스의 하나로서 오는 분들을 어떻게 책에 관심을 돌리게 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해요. P. 153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여닫는 일상에 익숙해지는 게 가장 중요해요. 매일 같은 시간에 문을 여는 게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P. 318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