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글자는 매우 매력적인 단어이다. 그래서 철학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읽어 보고는 한다. 그러나 어떤 철학책 같은 경우는 난해할 뿐 아니라, 도대체 그래서 뭐 어쩌라는 말이냐는 말도 나온다. 그래서 쉽게 정리되는 철학을 읽고 싶었다. 그런데 이버에 나온 저자의 책은 머리를 싸매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핵심 개념과 내용이 간결하게 실렸다. 책 소개에 나온 것처럼 군더더기 같은 부연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정말 필요한 지식과 정보만 명쾌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다. 그래서 약간은 고마우면서도 더 설명해 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
이 책은 저자가 혼자서 철학을 공부하며 깨달은 노하우를 녹여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저자가 철학적인 지식이 결여된 자라면 이 책에 대해 신뢰를 가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 신뢰할만한 지식인이다. 그는 이미 대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답게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글을 써온 작가이다. 그래서 그가 녹여낸 지식은 전문적인 지식과 더불어 독자의 이해에 맞춘 교양 입문서이다.
책에 대한 평가는 일단 읽는 것이다. 읽어 보면 스스로 독자는 알게 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생 처음 철학 공부』이다. 처음으로 철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사람이 쉽게 노크하여 들어올 수 있는 문이다. 그러므로 전문 철학자는 시시하여 거들떠도 안 볼지 모른다. 그러나 철학에 대한 이해를 원하고, 기본적인 철학 지식을 원하는 자에게는 안성 맞춤의 책이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24명의 철학자가 소개된다. 2부에서는 철학자들이 펼쳐놓은 23개의 이론이 소개되고, 마지막 3부에서는 철학사를 빛낸 7가지 난제를 다룬다. 1부와 2부는 철학의 역사를 공부하는 두 가지 방법에 따라 구성되어 있어 독자에겐 고마울 따름이다.
1부에서는 철학자별로 그들의 생애와 사상, 업적에 대해 나온다. 소크라테스부터 우리가 잘 아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쇼펜하우어, 니체,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 철학사에 길이 남을 자들을 엄선하여 다뤘다. 특별히 각 철학자를 다룬 챕터는 출생연도순으로 배치되어 있어, 철학사 안에서 이어지는 사상의 계보를 파악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철학의 세부 영역들에 대한 나열이다. 즉 철학자들의 이론과 논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재론, 형이상학, 이원론, 인식론, 공리주의, 미학과 같은 철학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는 하위 학문부터 다른 철학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색다른 분야까지 충분하게 다루고 있다.
3부는 철학사를 빛낸 일곱 가지 철학적 난제를 다룬다. 철학에 대한 관심있는 자는 플라톤의 동굴 이론을 알고 있을 것인데 매우 쉽게 이해가 되도록 설명해 준다. 또한 ‘머리카락이 몇 가닥 남았을 때 대머리가 되는 걸까?’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러게 대머리는 숫자도 숫자이지만 딱 보면 직감적으로 아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은 여기서 모래 더미를 비유드는데 예를들어 100만개의 모래 더미가 있다고 치자. 그 모래 더미는 100만개의 알갱이로 되어 있다. 그런데 거기서 하나를 빼면 역시 더미이다. 두 개를 빼도 더미이다. 그런데 이렇게 모래 알갱이를 야금야금 뺄 때에 어떤 지점에서야 더미가 아닐까? 머리카락 또한 마찬가지이다. 기준점이 어디냐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더미의 역설을 풀어내기 위해 크게 네 가지의 방식을 쓰는데 1. 더미의 역설에 논리가 적용가다는 것을 부정하는 방식 2. 이 역설에 포함된 전제를 일부 부정하는 방식 3. 더미의 역설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방식 4. 더미의 역설을 건전한 논증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봤을 때 궤변스런 방식이라서 다 탐탁치가 않다. 궤변으로 어떤 방식을 비판한다면 어떤 것도 옳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준점은 사람들의 상식과 문화에 따라 직감적으로 정해지는 것으로서 그것을 그 문화에 맞게 적용하면 될 것이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난제를 가져와 설명해 주는데 역시나 철학은 골치아픈 궤변적 사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읽어보면 알게 된다.
철학사를 쉽게 정리하여 머리에 그려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일단 필요적절한 책이라 하겠다.
그러나 어떤 책장에서는 머리를 싸매고 깊이 사고하며 읽어야 한다. 정신근육에 도움을 주는 매우 실용적인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