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기행 1 - 길 위에서 읽는 삼국지, 개정증보판 삼국지 기행 1
허우범 지음 / 책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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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되, 소설 이상의 의미를 담은 삼국지연의를 길 위에서 만나다!”

중국의 삼국지 현장에 대한 관심과 여행에 집중하다!”

 

저자의 책을 받고 보니 술술 삼국지의 저자였다. 역사소설인 삼국연의120회 내용을 압축한 것인데 너무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삼국지 기행은 재미를 넘어 가히 대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작품으로서 독자를 역사적인 현장 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생생한 현장을 보게하는 맛을 준다. 이 책은 나관중이 정리한 삼국지의 현장을 둘러보며 정리한 답사기로 편찬된 책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의 유적과 유물들을 실제 사진으로 살펴보며 눈에 담으니 가히 삼국지가 보다 입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인식이 되어 진다. 역사적 고증은 저자의 이력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20여 년에 걸쳐 중국 전역의 삼국지 현장을 답사하였다. 더군다니 이 부분에 있어 오랜 시간 연구하며 직접 발로 뛰며 취재를 한 상태에서 이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증보판이다. 10년 전에 이 책을 쓰고 또 다시 현장을 찾아 추가로 자료를 넣어서 미진한 부분을 보안해 주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저자가 증보판을 내기 위해 현장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중국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즉 악인의 대명사로 미움 받는 조조가 영웅으로 부활하였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국력을 바탕으로 폐허나 다름없던 유적지들도 대대적으로 복원을 시켰다. 또한 장강의 삼협댐이 완성되어 장비묘는 옮겨지고 백제성은 섬이 돼 버렸으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개발이 진행이 되어 많은 것을 복원시켰다. 물론 유적의 복원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였다 한다.

 

책을 넘기다 보니 큰 인물은 아니지만 '흑산단'(黑山賊 후한 말기의 도적 집단으로, 184년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면서 각지가 혼란해질 무렵 황하 이북의 산맥지대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그 군세는 100만에 달했다고 한다)을 이끌었던 수장인 장연(張燕)의 묘를 보니 이건 묘가 아니라 흙더미 수준이다. 차라리 없었다면 장연에 대해 신비감어린 눈으로 그를 생각해 보았을 것인데 인생사 별거 아님을 오히려 보게 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은 전문서적처럼 편찬되었으나 오히려 독자들이 읽기에는 지루하지 않고 정말 소설이면서도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주어 역사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시각적 자료가 풍부해서 너무 좋다. 저자는 여러 해 동안 수십 번의 답사를 거치면서 수천 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추려내어 현장과 연결시켜 주고 있다. 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사진 고르는 것도 고된 노동이다. 그런데 저자는 일일이 그걸 다 기억하고, 거기에 맞게 편찬을 하니 정말 대단한 학자이며, 위대한 정신이 아닐 수 없다.

 

삼국지는 어릴 때 TV를 통해서 접하였고, 어른이 되어서는 대학원을 다니며 라디오를 켜면서 삼국지에 대한 재미난 진행을 오며가며 듣기도 하였다.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는데 독자는 이 책의 정사를 읽어보진 못했다. 그러나 만화로 읽어 봤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게 봐서 한 번은 도전해야 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정사(正史)를 읽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머리에 그림을 그린다면 아마도 삼국지가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소설 삼국지는 가장 존귀해야만 하는 백성이 '황건적'이 되어 폭동을 일으키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황건적의 난을 빌미로 정치적 야옥에 눈먼 군벌들의 출세가도를 열어주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의 현장이 펼쳐진다. 그런데 삼국지 최고의 영웅인 조조가 누구보다 백성을 무참히 도륙했다고 하니 영웅에 대한 반감이 마음에 남게 된다. 농민들은 사실 후한 말 악정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태평사회를 꿈꾸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세력을 키워가는 군벌의 꼭두군사가 되어 오히려 형제를 죽여야 하는 비참한 삶이 이루어졌다. 즉 황건적을 살육하면서 항복한 자들은 조조의 친위대로 삼았는데 대반란이 오히려 같은 농민을 죽이는 격이 되었다.

 

유비 또한 마찬가지라고 하니 기가 차다. 황실의 후손이라는 그럴듯한 빌미로 건달과 유협들을 모아, 유주목 유언을 도와 황건족을 토벌하며 화려하게 삼국지 무대에 등장한 자이다. 손견 역시 황전적 소탕에 눈부신 활약을 하였는데, 완성 전투에서 성벽을 오르며 황건적을 죽이는 칼솜씨가 악귀와도 같았다고 하니 백성을 죽여서 얼마나 많은 전공을 세우려고 했는지 마음에 그늘이 생긴다.

 

이처럼 삼국지의 영웅들은 사실 모두 도적으로 몰린 백성의 고혈을 빨고 도륙하며 위라는 정치적 야심을 창출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영웅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한다.

 

챕터는 1권이 24개의 쳅터로 되어 있으며 끝부분에 추가적인 자료를 넣어 책의 풍미를 더해주고 있다. 1쳅터 같은 경우 관우에 대한 탄생설화를 실어주고, 2쳅터는 '도원결의'와 같은 익히 아는 얘기를 색다르게 풀어주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은 도원결의의 무대가 되었던 장비의 고향 탁주, 제갈량이 유비의 삼고초려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융중, 조조가 천하를 호령했던 허창, 중원의 고도 낙양, 그리고 촉한과 운명을 함께 한 성도, 제갈량과 맹획의 칠종칠금(七縱七擒)”,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준 일의 진실, 적벽대전에서 패할 수 밖에 없었던 조조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재미나게 실어주고 있다.

 

조조의 실패를 역병에 두고 있는데 요즘으로치면 전염병이다. 당시 한 무덤을 통해 시신을 부검해 본 결과 '주혈흡층병'에 의한 급성 간염이라고 알려졌다. 이는 물속에서 부화하고 중간 숙주인 소라나 우렁이 등에 기생하다가 물속으로 유출이 되는데 사람이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 장으로 들어가 장점막과 간장, 혈액 등을 파괴하여 결국 복부 파열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조조가 적벽으로 진진을 명령할 즈음, 가후라는 자가 조조에게 형주를 수습하고 회유 정책으로 강동의 신하를 복종하게 하라고 했는데 이때 이 말을 듣고 강릉에서 군사들로 하여금 남방 환경에 적응하며 충분히 쉬게 한 후, 이듬해 봄에 오나라에 진군하였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거라고 한다. 배송지는 가후전의 주석에서 조조의 패배를 다음과 같이 썼다.

 

적벽에서의 패배는 조조의 운이 그런 것이다. 실제로 역병이 돌아 등등하던 기세가 한풀 꺾였고, 때마침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불길을 북돋았다. 진실로 하늘이 그렇게 한 것이니, 어찌 사람을 탓하겠는가? p426

 

책은 소설 형태로 되어 있기에, 또한 쳅터가 24쳅터로 나뉘어 있기에 가독성도 좋다. 위에 언급했듯이 수많은 사진을 통해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동일한 시간적 흐름에 따라 가면서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읽고 광활한 삼국지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정사 삼국지와 팩션(Faction) 삼국지연의가 함께 어우러져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운 중원천하를 돌아다보면서, 우리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 영웅들의 흔적을 확인해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백성의 삶은 언제나 한 사람의 위정자에 달려 있다. 위정자의 정책이 백성을 위하는 것이라면 국태민안이요, 자신을 위하는 것이면 가렴주구다. 역사는 언제나 알려준다. 전자의 통치술은 태평성대로 이어지고, 후자의 통치술은 자중지란을 거쳐 필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그럼에도 똑똑한 인류가 수 천 년 동안 이를 반복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진실로 백성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p30

 

 

- 이 글은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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