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론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2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현숙 옮김 / 올리버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정한 자유를 돌아보다

우리가 지키며 누려야 할 자유란?

민주주의 세상 속에서 사는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자유론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길을 택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내 입장은 이것입니다.

나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패트릭 헨리

책의 뒤표지를 보면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한다.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는가?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왜 존중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째서 소위 별난 사람과도 잘 지내며 공존해야 하는가?

 

자유라는 말은 언뜻보면 매우 좋아 보이나 책임감이 따른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방금 언급한 부분에 첫째, 둘째는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별난 사람과도 잘 지내며 공존하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별난 사람의 경중을 따져야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자유라는 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말일 것이다. 누군가 나를 제약하거나 법의 테두리라는 명목으로 묶어두려 한다면 나는 아마도 반란을 꿈꾸며 거사(擧事)를 일으킬 것으로 본다.

 

이렇게 자유라는 단어는 자신이 생각하는 부분이 어떤 것이든 매우 좋아한다. 누군가 내 영역을 건드리면 그걸 침범으로 생각하고,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오래된 미국 영화를 보게 되면 외부인들이 노크를 하거나 강제로 어떤 행위를 하려고 할 때 집안의 총기를 들고 나오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건 자신이 누리는 영역 침범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미국 수정헌법 제2조를 보면 "무기를 보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의 총기 규제는 총기 사고에 의해 여러 번 거론되지만 그러나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한 미국은 영원히 총기를 집안에 둘 것이다.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한 가지라면 역사와 전통 아래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폭압적 정부를 향한 거센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다. 총이란 개인이 누릴 자유를 취득하는 울타리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자유론을 말하기에 앞서 서론이 길었던거 같다. 이것 또한 자유가 아닐까? 그러나 본 책에 대한 서평은 어떤 기준점을 토대로 써내려 가야하는 책임성이 주어졌기에 그 틀 안으로 들어오고자 한다. 진짜 자유란 남을 해치거나 타인의 권리를 망치는 자유가 아닐 것이다.

 

이 책 자유론은 자유에 관한 일종의 '경전'과 같은 책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곰곰이 읽다 보면 자유를 온전히 누리는 것이 생각 밖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어떤 분은 '자유 천지'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새삼 자유론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책은 총 5장으로 되어 있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헌신을 맨 앞장에 소개한 저자는 처음 1장에서 책을 쓴 목적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그는 자유의 영역을 정의하며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일이야말로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흔히 말해지는 의지의 자유가 아닌 시민의 자유, 또는 사회적 자유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다. 다시 말해, 사회가 한 개인을 상대로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그 한계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이런 자유에 대해 '그 누구도 이 문제를 명확히 제시하거나 상세히 검토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논리를 펼쳐 나간다. 그 중에 한 단락은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기도 한데...(아래 부분 참조)

 

사회는 자기 의지가 담긴 명령을 내릴 수 있고실제로도 그렇게 한다그런데 사회가 올바르지 않은 그릇된 명령을 내리거나 사회가 개입해서는 안 될 일을 위해 권력을 사용한다면그 횡포는 다른 온갖 형태의 정치적 억압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것이 된다그러한 횡포는 일반적인 정치적 탄압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극단적인 형벌을 가하지는 않지만개개인의 일상생활에 더 깊숙이 파고들어서 그 영혼까지 사로잡음으로써 도저히 벗어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공권력의 횡포를 막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이와 더불어 사회의 일반적인 견해나 감정을 억압하는 행위도 막아야 한다이뿐만이 아니다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법률적 처벌 외의 수단으로 사회의 이념과 관행을 행동 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사회의 관습에 부합하지 않는 그 어떤 개별성이 발전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되도록 그것이 형성되는 것조차 차단하여 모든 사람의 성격이나 개성은 사회가 정한 방식에 맞추도록 강요하는 것 역시 막아야 한다. p15


 

시민적, 사회적 자유를 말함에 있어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논해주니 감정적 억압을 당하는 자들 같은 경우 마치 이 책은 사상적 구원자와 같다.

 

2장에서는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도덕률 선상에서 보장되어야 할 생각의 자유, 토론의 자유를 두드러지게 말한다. 소크라테스를 유죄로 몰고 사형을 시킨 일은 그야말로 당시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사상과 토론을 규제화 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장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 대한 기독교 탄압에 대한 부분은 살짝 충격이다. 네로 황제가 기독교를 탄압함에 있어 가장 악랄한 황제로 알고 있었는데 다른 자료를 찾아 보니 네로 황제를 능가할 정도였다니 새삼 놀라게 된다. 이렇게된 이유가 무엇인가? 그건 자기 자신의 신념을 주관화한 것에서 비롯된다. 즉 당시 기준으로 그는 기독교가 사회를 타락시킨다고 보았다. 기독교 또한 무신론이 허위일 뿐 아니라 사회를 타락시킨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니 둘은 상충될 수 밖에 없었다.

 

"신념을 전파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가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보다 현명하고 더 낫다고 자부하지 못하는 한, 절대 자기 자신과 다수가 견지하는 무오류의 가정을 내려 놓아야 한다. 저 위대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도 바로 이런 식으로 잘난 줄 착각하다가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다." p51

 

따라서 저자 말처럼 사람들을 통해서든 정부를 통해서든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제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강제력에는 정당성이 없다. 그러므로 최상의 정부도 최악의 정부와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강제를 행사할 자격이 없다. 그리고 여론의 힘을 빌려 그러한 자유를 억압한다고 해도, 여론과 반대로 자유를 구속한 것만큼이나 나쁘다. 아니, 그보다 더 해롭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고서 자기와 생각이 다른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 역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가치 없는 의견이라 이를 억압하는 것이 단순히 사적 침해에 그친다고 해도 그러한 억압이 소수 의견에 대한 것이냐, 아니면 다수 의견에 대한 것이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생각을 드러낼 수 없게 침묵을 강요한다면 전 인류의 권리를 강탈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반대하는 이들도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다.

 

대단한 논증이며 진짜 자유가 무엇인지 우리를 감동 시키는 논리이다.

 

3장에서는 개별성, 행복한 삶을 위한 요소라는 제목으로 개인의 개별성을 강조하며 개개인의 개별성이 발휘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개성을 짓밟는 체제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그것이 신의 뜻에 따르기 위한 것이든 인간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서든 상관없이 폭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행동이든 정당한 이유 없이 남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통제받을 수 있고, 사안이 더 중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통제받아야 한다. 이때 필요하다면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간섭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인간이란 타인에게 성가진 존재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4장에서는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다루면서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파한다. 마지막 5적용에서는 개인의 자유 보장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가져와 그 길을 제시한다.

 

조금은 난해하기도 한 이 책은 사상과 의사 표현의 절대적 자유를 주창한 소중한 책이다. 자유가 있는 시대 같지만 현대의 개인은 밀에 말에 따라 위기에 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현대의 개인은 군중 속에 매몰되었다. 여론이 세계를 지배하며 '대중'의 의견으로 둔갑해 횡포를 부리고 다른 의견을 침묵시키고 있다. 사실 인류의 모든 창조적 성취가 다수 의견에 의문을 품은 소수와 그들에게 귀 기울인 집단 덕에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 그것을 잊고 자기 의견만 절대시하고 있다.

 

포퓰리즘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좌우파를 막론하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는 가혹한 비난을 가하는 자들이 어떻게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의 자유를 허용해야 하는 지를 보려면 이 책 밀의 논의에 귀를 기울여야 될 것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친일파로 알려진 윤치호가 말한 것이라고 한다."조선인의 특징은 한 사람이 멍석말이를 당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려고는 하지 않고 다 함께 달려들어 무조건 몰매를 때리고 보는 것입니다."

 

자유를 사랑하고, 자유를 누리고 있는 자들이라면 막무가내식 억압 보다는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자유를 허용하는 아량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성애와 같은 문제는 쉽게 뭐라고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그들에게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며 금기시하는 것에 대해 어떤 사회적 사람들로부터, 의견들로부터 오히려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면 이 또한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리라. 반대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동성애자들에게 물리적으로 압력을 넣어 억압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닐 것이다. 자유란 때론 다수가 보기에 이상한 사람도 허용하며 그들의 행동도 개별성이라는 명목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단지 동성애자들이 이벤트처럼 펼치는 퀴어 축제와 같은 도를 넘는 퇴폐적인 행위는 상황에 따라 물리적 제한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란 무한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란 타인의 선한 삶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며, 타인에게 문란함을 자유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는 살인을 정당화하고 받아들이라는 거와 같다. 그러므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자들은 다만 그들에게 권하되 그들 또한 도를 넘는 행위로 선을 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자유라는 용어 자체는 쉽게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이 책의 한 문장

 

이 책을 쓴 목적은 복잡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운 단 하나의 원칙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는 사회가 법에 따른 물리적 제재를 사용하든 여론을 무기화하여 도덕적으로 억누르든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엄격하고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원리는 인류가 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자유로운 행동을 정당하게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자기 보호'가 필요한 경우일 뿐이다. p23

 

인간은 어떤 틀에 본을 떠 만들어지는 기계가 아니다. 기계처럼 정해진 일만 정확히 따라 할 수가 없다. 인간의 본질은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을 바탕으로 모든 면에서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나무와 같다. p103

 

적어도 인간이 선한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는다면, 이런 선한 존재가 인간에게 부여한 모든 능력이 뿌리째 뽑혀 바싹 마르기보다는 잘자라고 번성하기를 바라는 믿음이 이 신앙의 본질에 더욱 부합하지 않을까? p108

 

나는 어느 사회든 다른 사회를 강제로 문명화할 권리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 야만이 판을 치던 세상에서 문명이 야만을 굴복시켰다면, 오래전에 제압당한 야만이 다시 세력을 꾀하여 문명을 정복하지 않늘까 두려워하는 것은 헛걱정에 불과하다. p159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