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초판 완역본) 세계교양전집 1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황선영 옮김 / 올리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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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자마자 반하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다. 탁월하다 못해 위대하다. 이 책은 어떤 인간관계론이나 처세술보다 뛰어나고 전혀 새로운 형식의 책이다. 분명 이 책은 스토아 철학에서 중요하게 손꼽히는 세 명의 철학자 즉 세네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에픽테토스가 전해주는 삶의 기술과는 다른 결이다. 또한 동양에서 사람과의 관계와 세상에서의 처세술로 유명한 사마천의 《사기》나, 처세술을 넘어 경영학+정치학을 아우르는 통치술의 대가인 한비자가 전해주는 가르침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분이 언급하듯 형식은 성경의 잠언서처럼 쉽고 짧은 글인데, 내용은 ‘성직자가 쓴 군주론’으로 보일 정도로 직설적이고 현실적이다. 즉 정말 간결하며 강렬하고 놀랍도록 현대적이다. 400년 전에 쓰인 글인데 왜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꽂히는 가르침과 깨우침이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한비자를 통해서도 《사기》를 통해서도 그런 현실적 조언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의 견해로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쓴 《사람을 얻는 지혜》는 그냥 핵폭탄이며 읽자마자 바로 깨우치고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 책은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이 극찬할 정도의 책이 맞다. 즉 쇼펜하우어, 니체, 라캉 등이 망설이지 않고 최고의 금언집이라고 말하였다. 특히 쇼펜하우어는 그라시안을 "유럽 최고의 지혜의 대가"라고 말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여 쇼펜하우어는 스페인어로 발간된 그 책을 직접 읽고는 심취해 독일어로 번역을 하였다. 세상 이치와 인간 본성을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파헤쳐준 그의 글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면 이 사람이 누구인지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17세기가 낳은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1601년 스페인 사라고사 지방의 벨몬테에서 태어났다. 그는 하층 귀족 가문 출신으로, 그의 구체적인 유년기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다른 형제들처럼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과 그가 대단히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랐음을 짐작할 수 이다. 특히 15세에 발렌시아의 사라고사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부터 세상과 인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8세 때 예수회에 입회하여 신학과정을 수료한 뒤 인문학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풍부한 학식과 지혜를 전해주기도 했다. 발렌시아의 수도원에서 수련을 마친 후에는 전장을 누비며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았으며 신기하게도 그가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어 ‘승리의 신부’라고 불리어졌다. 그러나 그는 1630년 발렌시아에서 부임지를 옮기면서 에수회와 심각한 충돌을 일으켰는데 이러한 갈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삶은 많은 변수와 다채로운 삶을 선사한다. 그가 살던 17세기 스페인은 150년간 유럽의 지배자로 군림하다가 쇠락길에 접어든 상태였다. 경제적 위기, 빈부격차, 전쟁 참패와 같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그 와중에 지도층이란 자들은 위선과 타락으로 얼룩지고 대중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그는 이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을 지었다.

그러나 언뜻 보게 되면 인간관계에 대한 정치적 기술, 세상 이치나 인간 본성에 대한 파악을 통해 '잔머리를 굴러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부분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만만한게 아니기에 그런 기술쯤은 배우는 것이 유익하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너무 세속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다시 다르게 말한다면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므로 비둘기처럼 순수하면서도 뱀처럼 교활해야 한다. 그리고 순종해야 할 때와 주도해야 할 때를 구분하면서 자기 주도적인 삶아야 한다.

대단한 책을 진작 만났더라면 내 삶이 더욱 면밀해지고, 지혜로워지고, 사람들과 세상에 당하는 일이 적었을 것이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귀하기에 줄을치며, 되새기며, 깊이 생각하면서 이 책을 늘 머리 맡 손길이 가는 곳에 놔두고 읽으면 좋을거라 생각한다.

책 소개에 보면 두 줄로 이 책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너무 정확하여 실어본다.

좋을 때 읽고 나쁠 때 읽는 인생 명고전

사람을 엮고 사람을 거르는 처세의 정수

놀라운 혜안으로 추출해낸 금언 300개는 정말 많은 것을 담아 우리에게 그 지혜를 선사해 주고 있다. 누군가 읽게된다면 일급 비밀이 노출된 것처럼 많이 아쉬울 정도로 인간세계의 비밀이 담겨 있는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읽도록 추천을 못하겠다. 그래... 나만 읽어야지하는 마음이 생기는 특별한 책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제일 마음에 와 닿는 글을 소개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007_ 윗 사람을 누르고 승리를 쟁취하지 말라

윗사람에게 승리하려 하지 말라. 승리는 반드시 증오를 부른다. 윗사람을 밟고 올라서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어리석을뿐더러 치명적이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우월한 자를 싫어한다. 특히 상사나 군주는 그런 이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주의를 기울이면 흔한 장점을 그럴듯하게 숨길 수 있다. 옷을 대충 입어서 멋진 외모를 가리는 식이다. 사람들은 남의 운이 더 좋거나 성푼이 더 온화한 것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남이 더 똑똑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군주라면 더욱 그렇다. 지력은 군주의 특권이므로 다른 사람이 그런 자질을 드러내는 것은 왕좌에 대한 모독이다. 군주는 가장 군주다운 자질을 온전히 잘 보여주기를 원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돕은 것은 허락해도 자신을 능가하도록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윗사람에게 조언할 때는 그 사람이 잠깐 잊어버린 걸 상기해주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그 사람이 직접 찾지 못하는 걸 찾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 이런 수완은 별을 보고 배울 수 있다. 별은 태양의 자식이고 태양처럼 밟게 빛나지만 감히 태양의 광휘에 견주려는 시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p22

082_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말라

극단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어느 현인은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은 중도를 걷는 것이라고 했다. 너무 옳은 길만 고집하면 잘못된 길이 된다. 오렌지도 과즙이 다 빠져나갈 때까지 짜면 쓴맛만 남는다. 무엇을 즐길 때도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머리도 너무 쥐어짜면 남는 생각이 없으며, 소젖도 너무 많이 짜면 우유가 아니라 피가 나온다.

135_ 말끝마다 반박하는 습관을 버려라

말끝마다 반박하는 습관이 있으면 어리석어지고 짜증만 난다. 따라서 반박하기 전에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모든 것에서 반박할 거리를 찾으면 똑똑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집 센 사람은 대부분 어리석다. 어떤 사람들은 달콤한 대화도 언쟁으로 바꿔버린다. 남보다 친구와 지인들에게 더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다. 첫말이 달콤할수록 그 뒤에 찾아오는 언쟁이 더 씁쓸하게 느껴지며, 반박이 행복한 순간을 망칠 때도 많다. 이미 불쾌한 대화에 고약한 말까지 얹는 사람은 손쓸 수 없는 바보다. p151


025_ 눈치 있게 행동하라

눈치 있게 행동해야 한다. 한때는 말을 잘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예측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쉽게 속아 넘어갈 수 있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눈치껏 행동할 줄 모르면 절대로 똑똑해지지 못한다. 다른 이의 마음을 잘 읽고 의도를 예리하게 파악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진실은 언제나 반만 드러난다. 신중한 사람만이 진실을 완전하게 이해한다. 당신에게 유리한 말을 들으면 믿음의 고삐를 당기고 불리한 말을 들으면 믿음에 박차를 가하라.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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