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史記 100문 100답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분에 의하면 서양에는 셰익스피어, 동양에는 사마천이 있다고 한다. 또한 서양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있다면, 동양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마천이 있다고 한다. 《사기》 라는 책은 간간히 흩어진 몇 문장만 보았지, 이렇게 사기에 대한 실제적인 글은 처음이다. 사기를 접한다는 기대감 속에 이 책을 받아들었다. 왜냐하면 《사기》에 대해 워낙 뛰어난 책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위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의 저자 사마천은 이미 중국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사학자로 추앙받고 있는 자다. 그런 자가 쓴 책이니 지식인이라 여긴다면 또는 역사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이 책은 단연 손에 들고 있어야 할 책이다.

특히 《사기》속 대격변의 시대에 중국을 이끈 제왕과 제후, 공신, 참모, 유세가들의 이야기를 보게 되면 이 책은 경영인, 공직자, 정치인은 물론 이 시대의 리더들이 배워야 할 지식과 태도, 생각, 인재론, 처세술 등을 배울 수 있다.

《사기》는 삼황오제부터 한무제까지 5천년 중국 역사상 최초의 본격적인 역사서로 꼽히는 책으로 소개 된다. 3천 년이란 장대한 시간을 다루고 있는 이 역사서는 한반도 넓이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약 300만 km2의 공간을 섭렵하는,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세계사이다. 거대 담론(巨大談論)이란 말을 여기에서는 충분히 사용되어져도 될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기에 이 책은 번역자가 중요하며, 또한 그 문장을 오늘의 언어로 가져와 읽기 쉽게 독자에게 가져 와야만 더 빛을 발하리라 생각된다. 저자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저자 김영수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사마천 《사기》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 중국 사학자, 동양 고전학자이자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으로 있는 분이다. 30여 년간 중국사와 동양 고전을 연구했으며 꾸준히 중국 현장을 답사해 사마천과 중국사 연구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여 이렇게 출판을 하고 있다.

서문에 보면 출판사와 조금의 겨루기를 한 후에 이 책은 집필되어 졌다. 즉 출판사는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써달라고 하였고, 저자는 이왕 쓰는 거 깊이 있게 쓰려고 하였단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글이란 독자가 읽어주지 않으면 그냥 하나의 종이 조각 밖에 되지 않는 법이다. 다행히 선심을 쓰셔서 독자의 눈 높이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글을 써주었다.

일단 책을 열면 한 챕터 챕터가 읽기 쉬우며, 가독성이 매우 좋다. 저술을 함에 있어 저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관련 대목으로부터 사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간다. 아울러 《사기》가 후대에 미친 영향에 대한 내용도 함께 실어주었다.

읽는 재미가 난다.

그렇다. 읽는 재미가 난다. 《사기》라는 책이 어떤 책인지 이 책을 통해 더 가까이 한 걸음 다가간 기회가 되고 있다. 저자가 서술해가는 방식이 출판사가 간파한 방식으로 편집되어 책이 구성되었다.

100문 100답의 형식인데, 질문 자체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어찌 그리 잘 알고 가져 왔으며, 저자는 거기에 맞춰 답을 알기 쉽게, 스토리 중심으로 독자가 절대 지루하지 않도록 해준다.

사기의 매력에 대해 저자는 이런 글을 실었다. 저자는 30대부터 《사기》를 공부했는데 40대에 와서야 겨우 한 자락의 글에 매력을 느끼고, 특히 사마천 고향을 방문하면서 더 깊게 들어 갔다. 그리고 저자는 그런 매력을 명나라 문장가 '모곤'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지금《사기》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유협열전>에서서는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게 될 것이고, <굴원가생열전>을 읽으면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고, 장자나 노중련의 열전을 읽으면 속세를 떠나고 싶을 것이다. 이광의 열전을 읽으면 자신이 전쟁에 나가고 싶어지고, 석건의 열전을 읽으면 예절을 극진히 지키고 싶어질 것이며, 신릉군이나 평원군의 열전을 읽으면 인재를 기르고 싶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이럴까? 모든 내용이 각각 사물의 실정에 들어맞아 독자의 마음속 깊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몇몇 구절이나 글자가 독자들을 자극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예로부터 사마천은 문선이요, 이백은 시선이요, 굴원은 사부선이요, 유령은 주선이요, 한신은 병선이라 했는데 맞는 말이다." p45

이 책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글도 나온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더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문장이 《사기》가 출처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사기 첫 권(오태백세가)의 명장면 하나가 실려 있는데 읽는 이로 하여금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알게 된다. 제목은 『마음으로 한 약속도 지킨다』이다. 계찰괘검(季札掛劍)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왔는데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오(吳)나라 왕 수몽(壽夢)의 막내아들인 계찰(季札)에 관한 일화이다. 계찰은 처음 사신(使臣)의 임무를 띠고 오나라 북쪽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서(徐)나라의 군주를 알현하게 되었다. 오나라는 명검으로 유명한 나라였다. 그런데 서나라의 군주는 계찰의 보검(寶劍)이 마음에 들어 갖고 싶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계찰은 서 임금의 심중을 알아채었다. 그래서 검을 주고 싶었지만 사신의 임무를 마치지 못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당시 검을 차는 '패검(佩劍)'은 기본 예절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더욱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신의 신분이 아닌가. 그 뒤 임무를 마친 계찰이 귀국하면서 다시 서나라에 들리게 된다. 그런데 임금이 그 사이에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이에 계찰은 자신의 보검을 풀어 무덤 위 나무에 걸어놓고 떠났다. 시종이 그 모습을 보고 죽은 사람에게 검이 무슨 소용이냐고 물었는데 계찰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런 소리 마라. 당초 내가 주기로 마음 먹었는데,

죽었다고 내 마음을 바꿀 수 있겠느냐!

p48

다른 문장으로 보자

처음에 내가 마음속으로 이미 보검을 주겠노라고 허락하였거늘,

어찌 그가 죽었다고 하여 내 마음을 배반할 수 있겠는가!

(始吾心已許之, 豈以死倍吾心哉)

이 내용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자신 혼자만 아는 마음 속으로 한 약속을 그 누구도 모를테고, 또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무방한 상황에 약속을 지킨 계찰은 정말 어떤 사람인가 보고 싶다. 계찰은 인물이 남달라서인지 그 마음 자체가 이미 왕의 모습이었다. 특히 기원전 6세기 초에 오나라 왕위 계승 문제 때에도 수몽(壽夢)이라는 왕이 어질고 남다른 계찰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을 때 계찰은 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이런 왕이나 정치인들이 이 나라에 있을까? 이런 큰 인물이 우리나라에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수많은 에피소드와 같은 재미난 역사 이야기가 《사기》라는 역사책에 등장한다. 책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재미있고, 빨려들어 간다.

무엇보다 궁형이라는 수치스러운 벌을 받고서도 이렇게 방대한 책을 집필한 〈사마천〉의 그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당시 궁형은 대부분 고통 속에 일찍 죽게 되었다고 한다. 전문가들 말로는 죽을 확률이 80% 넘는다다. 잠시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그의 실제 말을 들어보자.

"하루에도 아홉 번이나 장이 뒤틀리고, 집에 있으면 망연자실 넋을 놓고 무엇을 잃은 듯하며, 집을 나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릅니다.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p300

쇄골을 다쳐보았기에 그의 아픔은 10분의 1정도는 알거 같다. 다행히도 사마천은 살아남아 우리들에게 귀하고 장대한 역사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 주니 고맙기가 그지 없다. 물론 사마천은 그리 오래 살지 못했다. 궁형을 받은 후 14년 후 56세(기원전 90년)의 일기로 세상을 떴다. 그가 더 살았다면 중국의 역사는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사기》를 지음에 있어 사마천은 아버지의 유언을 들어 드림과 함께 자신의 문장이 드러나기를 원했다. 그 이유라면 자신이 당한 치욕을 만회하기 위함이다. 그냥 사형을 받아 죽어버린다면 결국 그는 역사에 반역자로 기록된다. 또한 사마천은 억울함을 중국 특유의 복수관(은원관恩怨觀)이 아닌 붓과 문장으로 복수를 꿈꾸며 책을 만들어 갔다. 사마천은 치욕과 수모를 가한 자들에게 복수하고픈 마음이 강렬했다고 한다. 그러나 피의 복수는 사실 꿈꿀수 없다. 그래서 사마천은 '저술함으로써 울분을 발산한다'는 『발분저술』의 문화복수를 꿈꾸며 저술을 이어 갔다. 사기에는 원한과 복수, 그리고 은혜를 갚는 보은에 관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중국의 문화는 속담에도 나오듯 '은혜와 원한은 대를 물려서라도 갚아라'는 특유의 복수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사드 문제를 대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복수관에 의한 것이다.

사기에는 이런 은원 사례가 많이 나열되는데 몇 가지만 가져오면...

-아버지와 형을 죽인 초나라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에 채찍질을 가한 오자서의 복수(굴묘편시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탄생)

-자신에게 육체적, 정신적 수모를 준 위나라 재상 위제에게 복수한 범수는 '밥 한 그릇을 얻어먹어도 반드시 갚았고, 지나가다 째려보기만 해도 반드시 보복했다'는 '일반필상(一飯必償), 애자필보(睚眦必報)'라는 성어를 남겼다.

-어려운 시절에 밥을 준 표모(빨래하는 아주머니)에게 천금으로 은혜를 갚은 한신(韓信)의 보은.

여기서 '밥 한 번 얻어먹고 천금으로 은혜를 갚다는 일반천금(一飯千金) 이라는 고사가 탄생했다.

몇 가지만 살펴보았는데 이것을 통해 즉 중국인의 은원관이 갖는 역사적 뿌리와 문화를 통해서 보면 중국인에 대한 오해나 편견이 조금은 풀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진기세가陳杞世家〉에 등장하는 하희(夏姬)라는 여성에 대한 섹스 스캔들에 대한 얘기도 보면 한 여성이 남자들을 어떻게 주무르고, 나라를 망칠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그녀의 미모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이 이야기도 재미가 있고, 교훈을 준다.

하휘는 적어도 네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일곱 남자의 혼을 뺀 여성이다.

역사에는 기록되기를

"남편 셋, 임금 하나, 자식 하나를 죽이고,

한 나라와 두 명의 왕을 망하게 했다"

고 기록된다. p62

《사기》가 이렇게 재밌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가득찬 책이었다면 진작에 읽었을 것이다. 사마천은 정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존재다. 책에도 언급되지만 《사기》는 130권 52만 6,500자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그래서 감히 쉽게 접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이런 점을 착안해서 본 책 《사기》는 어떤 책이며, 어떻게 읽어야 하고, 또 사마천은 누구인가를 최대한 쉽고 편하게 전달되도록 도와준다.

특히 우리가 잘 몰랐던 <조선열전>도 소개하고 있다니 정말 귀하고 귀한 책이다. 더군다나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심화시킨 시리즈로 '중국 100문 100답'이 계속 출간된다고 한다.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역사에 대한 새로운 재미와 교훈을 많이 보고 듣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정신적 세계가 광활한 대지처럼 확장되는 기회를 주는 이 책을 많은 독자들이 찾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마천과 《사기》를 100문 100답으로 알기 쉽게 분석한 책!

위대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역사가 사마천은 누구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