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라는 나이는 참으로 독특한 나이라 생각된다. 인생의 중반이다. 그래서 삶을 대하는 자세가 자신도 모르게 다르다. 그래서인지 오십에 관한 책도 많이 나온다. 최근에 본 글에 보니 "오십이 되면 아무도 나를 위해 조언해주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건 아무도 인생에 대해 자신만의 기준이 정립되어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아니 이 말은 오십이면 스스로 삶을 깊게 생각하며 살아내야만 한다는 말로도 들린다. 최근 신간에도 보면 '오십이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다'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건 바로 오십의 나이라면 스스로 살아낼 가치를 찾고 새로운 삶을 제대로 시작하라는 말이다. 즉 바람직한 중년의 삶을 스스로 제시하며 걸어가라는 것이다.
사실 노후를 잘 대비했다고 자부하더라도 불안한 시기이다. 그건 겨우 오십을 살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남은 반백을 살아갈 방법을 궁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 잡은 줄도 모른다. 이미 유누북스에서 시리즈 형식으로 출간한 『오십에 읽는 장자』의 글을 읽었다. 좋아하는 장자여서 반갑게 읽고 좋은 깨우침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삶은 다양한 사람을 통해 새로운 지식으로 삶의 지경을 넓혀 나가야 한다. 그래서 순자라는 사람이 그린 인생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특히 전국 시대 말, 유학자인 순자는 전쟁이 거듭되고 진시황이 통일 국가를 세우려는 격변의 상황에서 '과연 앞으로도 군주가 이전 유학자들의 생각과 이론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 현명한가?'라는 의문을 품은 자이다. 이에 국가 번영을 위한 현실적인 통치 이념과 방식을 제시하였다. 그러므로 저자가 언급하듯 순자의 글을 읽으면 인생 후반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이룰 방법을 볼 수 있다고 하니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순자의 사상을 아니 볼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오십을 회상하며 이런 말로 서문을 열었다. "먹고사는 방법이 하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성적에 눌려, 직장에서는 학벌에 눌려, 퇴직 후에는 돈에 눌려 발보둥 쳐야만 했스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말씀이나 상사의 지시에 어긋나는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교수님의 이론에 토를 달면 졸업이 어려워지고, 상사나 경영진의 지시에 토를 달면 밥줄이 끊어질 지경이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힘 있는 사람이 때리면 맞으면서 참았고, 부정부패한 세상을 보며 그저 남일처럼 생각하는 바보가 되었습니다... 내가 아닌 듯 어색한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50년을 희미하고 재미없게 회색 지대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마음 속에서 울화가 치밀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는 다른 사람으로 세상을 살다가 가는 불쌍하고 한심한 존재였다. 그러나 시대가 그래서인지 이제는 다른 삶을 꿈꾸는 자들이 많아졌으며, 눈치 안보고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독자 또한 이제 새로운 50으로 남은 50대를 바라보려고 한다.
⟪오십에 읽는 순자⟫는 총 4장으로 이루어졌는데 1장에서는 미래의 막연함으로 불안하다면 오십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순자가 기존의 유학에 반기를 들었듯, 오십은 안주가 아닌 시작해야 할 나이라는 것이다. 2장에서는 새롭게 시작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물으며 출발 전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생각과 행동을 알려 준다. ‘평생 배움’을 중요시한 순자는 공부의 중요성, 목표를 세우는 법, 시간을 경영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는 삶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부분인데 특히 군자로서의 모습을 바탕으로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을 알려준다. 4장에서는 계속해서 꿈꾸고 이루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청출어람을 강조하면서 한 가지 성취를 넘어 꿈을 확장하라 말해준다. 그러면 향후 50년이 이전보다 더 푸르게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순자의 글은 삶의 현실에 대해 더 깊은 예리함이 있다. 저자가 말하듯 삶이 순조로운 시기는 논어나 맹자를 읽으면 좋다. 그러나 춘추 전국 시대처럼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시기에는 《순자》를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읽을수록 과거의 사람이 더 현명한 학식을 가졌음을 알게 된다. 특히 순자를 통해서 보게 된 중요한 사상은 ‘하늘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뒤엎고 ‘인간의 운명은 인간 스스로에게 달렸다’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