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 안다는 착각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뒤흔드는가
카렌 호나이 지음, 서나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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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를 다 안다는 착각을 하며 살아가는 내 자신을 (깨부수기)위한 니체의 망치 철학과 같은 책이라 생각하여 손에 들게 되었다. 인지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가 말하듯 '우리의 기억과 판단, 그리고 이를 만들어 내는 자아까지, 우리는 자신에 대해 의외로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오히려 자신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고, 자기 비판적 또는 자기 긍정적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보여주는 '건설적인 자기 분석'을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인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고 싶다.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관찰하고 추론하여 나를 새롭게 바라보는 통찰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 이 책을 대했다.

먼저 저자에 대해 알고 가자. 카렌 호나이는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정신분석가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에리히 프롬, 알프레트 아들러, 해리 스택 설리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존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한계를 깨고 현대 정신의학의 기틀을 닦은 유명한 인물이다. 삶을 괴롭게 만드는 신경증(히스테리, 공포증, 우울증, 약물 중독, 기능성 위장장애 등)이 우리 삶에 피부처럼 와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상당히 많은 이들이 이런 상태에 속해 있다. 프로이트는 이런 증상의 원인을 무의식에서 찾는다. 즉 무의식적 요인을 알아내면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로운 의견을 발표했다. 그건 남성과 여성의 심리적 차이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정면 비판하며 성별이 아닌 문화와 사회 모습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카렌 호나이는 사람이 두려움, 무력함, 고립감 등의 심리적 고난을 느끼면 그러한 삶을 견디기 위해 개인의 특성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욕망을 추구하게 되는데, 이것을 ‘신경증적 경향’이라 이름 붙였다. 지난 30년 동안 정신과 의사들은 신경증을 앓은 사람들이 신경증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 증상 때문에 고통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처할 때도 상당한 불편을 겪는 다는 사실을 저자는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전까지 신경증의 특징이라 생각했던 뚜렷한 증상들을 보이지 않으면서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신경증인 경우에 증상은 나타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인격 장애는 항상 존재한다는 것이 분명한데, 따라서 뚜렷하게 보이지 않은 장애들이 신경증의 본질적인 핵심을 이룬다고 결론 지었다.

이런 인식은 정신분석학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 강박적인 우유부단을 비롯해 친구나 연인을 반복적으로 잘못 선택하는 일,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것처럼 분명하게 드러나는 성격 장애도 다른 임상 증상들과 마찬가지로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신분석의 궁극적 목적은 그런 장애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최종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이처럼 정신분석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특정한 신경증적 장애를 위한 치료 방법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신분석이 포괄적인 성격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사람들의 눈길이 정신분석에 점점 더 쏠리는 이유가 있는데 그건 우울증이나 공포증 혹은 그와 비슷한 장애 때문이 아닌 삶을 견딜 수 없거나 내면의 요인들이 자신을 방해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망가뜨린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정신분석이 인격 성장을 촉진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저자는 "우리 자신의 발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돕는 것은 삶 그 자체라고" 말한다. 즉 삶은 우리에게 역경을 준다. 고국을 떠나야 한다거나 신체적인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어떤 시기를 외롭게 보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삶은 반대로 선물을 주어 좋은 교우들과 만나 집단 안에서 협력하는 경험도 준다. 이러한 다각적 삶의 형태를 통해 인간은 성장하며, 또는 좌절을 맛본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삶의 다변적 상황을 분석하며 개인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정신분석이다. 정신분석을 하며 발견해내는 것들은 자신을 알려는 시도에 큰 도움을 주기에 '나'라는 존재를 한 번 제대로 들여다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건설적인 자기 분석을 이렇게 시도함으로 우선 사회 안의 개인인 자신을 발견케 된다. 이런 시도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즉 그동안 활용하지 못하도록 억제되어 있던 특별한 재능을 발전 시키는 것을 넘어, 강인하고 완성된 인간 존재로서 강박에서 벗어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던 잠재력을 개발하도록 도움을 준다. 물론 자기 분석에는 한 개인의 문제보다 더 포괄적인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지만 그럼에도 개인을 분석함으로 좀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나도 모르던 내 상처를 발견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심리 탐구의 여정”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목차를 보면 혼자서 정신분석을 할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 자들에게 자기 분석의 가능을 열어 준다. 물론 처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아가면 된다. 이 책은 그런 디딤돌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 아니 어쩌면 이 책은 전문가를 꺼리는 자들이 자기를 발견하게 되는 유용한 분석책이다. 내 안의 무언가가 자꾸 나를 방해하고 있는가? 내 성격에는 어떤 무의식의 힘이 작용되고 있을까를 알고 싶은가? 자신을 분석하면서 마주해야 될 것은 무엇이며, 자기 분석을 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가? 또한 계획적으로 나를 분석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마지막으로 자기 분석을 가로막는 장벽은 무엇인가? 에 대해 구체적 사례와 함께 설명을 잘해 준다. 그러므로 자신의 정신 세계와 내면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을 정독함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전문가 수준은 아니어도 준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기 분석의 한계는 존재함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저자는 끝을 맺는다. 인생이란 복잡한 설계도이다. 또한 자기 분석을 완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해결되지 않거나 손도 대지 못한 문제는 늘 남아 있다. 저자에 의하면 완전한 분석은 없다고 말해준다. 정직한 대답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우주와 같이 늘 비밀스러움을 유지하고 있기에, 안다고 했지만 오히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체념하고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확실히 분석이 더 명료해질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자유를 더 많이 얻을수록 우리에게 더 유익하다.

그러나 재차 말하지만 완성된 인간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은 주제넘을 뿐 아니라 심지어 강하게 마음을 끄는 매력도 없다고 한다. 삶은 투쟁이고 노력이며 발전이자 성장이다. 분석은 이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라고 정직하게 말해준다. 따라서 넘 기대하지 말고, 또는 자신을 대면하면서 자신을 분석하는 기회를 놏치지 말고 시간을 내어보자!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그나마 위로를 받고, 삶의 문제 이면의 아픔을 발견하면서 내 삶을 치유하는 기회도 얻게 되지 않을까?

저자의 마지막 말로 서평을 마친다.

긍정적인 성취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하는 것 자체에도 가치가 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말했듯이 "언제나 갈망하며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구원할 수 있다"

- 이 글은 컬쳐불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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