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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 산책 - 예술의 정원
강명재 지음 / 일파소 / 2022년 7월
평점 :
여행 명언 가운데 철학자 토머스 풀러가 한 말이 있다.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어디론가 가고 싶었다. 그러나 묶여 있는 몸이라 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돈도 없다. 결국 여행은 돈이 없는 거지 묶여 있다거나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닌 거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여행은 언제나 설레게 한다. 영화 배우 리처드 버튼 같은 경우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낯선 곳으로 떠나는 순간이다"고 말했다. 낯선 곳은 언제나 설레인다. 그래서 코로나 기간 동안 주변 낯선 곳을 이 잡듯이 뒤졌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미지의 계곡(협곡)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발견했다. 그 장소는 미지의 영역으로 두고 싶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음으로 내 행복이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여행이 가고 싶어 대리 만족으로 보고자 선택한 책이다. 이 책 소개에 보면 영국의 인기 미술작가 웬디 수녀가 말하기를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 목 적지는 마드리드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꽤 유명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름들은 이러하다.
"피카소, 달리, 모네, 마네, 드가, 로트렉, 마티스 등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의 수많은 대가들이 바로 그들이다." 산티아고가 종교의 순례지라면 마드리드는 예술의 순례지라고 한다. 고전미술에서 현대미술까지, 오페라부터 재즈까지. 미술이든 음악이든, 고전이든 현대이든.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최고 수준의 예술을 한 도시에서 만나고 싶다면 마드리드만큼 적합한 도시는 드물다고 하니 나 역시 궁금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되는 것은 예술에 대한 얘기다. 여행 안내서와 같고 예술을 소개하는 전문 서적 같은데 이 두 가지가 짬뽕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유럽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마드리드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예술적인 요소가 마드리드 안에 풍부하게 많기 때문이다.
마드리드는 생각보다 한국인들에게 소개되지 않는 곳이라고 하다. 나 역시 그랬다. 이 책을 통해 마드리드라는 도시가 예술의 도시며 낭만의 도시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마드리드에서 3년 6개월을 근무하는 동안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예술 감상에 쏟아 부으며 곳곳을 살펴보았다. 꽤 많은 곳을 보고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이 도시는 계속해서 새로운 예술을 보여주며 저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고 한다.
맨 처음 소개되는 곳은 '프라도 미술관'이다. 미술 감상의 즐거움을 알려준 첫 사랑이자 옛 은사와 같은 곳이라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루부르는 루브르대로, 포 미술관은 포 미술관대로 각자의 매력이 있는 곳이지만 마음 속에는 프라도 미술관을 '내 인생 최고의 미술관'으로 뽑고 있다.
프라도는 고전회화 미술관으로서 작품 수도 많고 질도 어느 미술관 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더군다나 프라도 미술관의 특별한 것이 있다면 '사진 촬영 금지'이다. 프라도 개관 20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미구엘 팔로미르 프라도 관장이 촬영 금지에 대한 철학을 얘기했는데 맘에 드는 철학이다. 그건 첫째, 방문객들이 스마트폰 너머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미술을 감상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둘째, 셀프 카마레를 찍는 사람들로 인해 다른 관람객이 감상에 지장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촬영 금지 덕에 사람들은 좀 더 작품에 집중하게 되고 작품 감상에 적절한 공간을 확보 함으로 작품 간 동선도 훨씬 쾌적해진다는 것이다. 소위 인생샷 포인트 쟁탈전이 벌어지면 감상을 위한 공간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루부르의 모나리자는 작품보다는 그 앞에 늘어선 스마트폰 대열이 더 놀랍다는 농담이 있다. 이와 같은 철학 덕분에 저자도 그렇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 관람이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프라도의 명작들을 심도 있게 설명해 준다. 그림은 촬영을 하지 못하기에 공개된 그림을 통해서만 소개되고 있다. 나 또한 그림 전시회를 볼 기회가 있어 국립중앙박문관이었는지 보고 온 적이 있다. 실제 고전화를 볼 때의 첫 느낌은 황홀함 그 자체였다. 예술이란 것이 이렇게도 인간의 감정을 끌어 올리며 사람의 마음을 황홀하게 하는지 그때까지 몰랐다.
책에 소개되는 그림들만 보더라도 숨이 막힌다. 그런데 실제 그림을 본다면 어떨까? 상상만해도 놀라 우황청심환이라도 들고 가야하지 않나 싶다.
고전회화를 제대로 알고 느끼기 위해서는 미술사에 대한 전문 서적, 서양사, 성경,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미술관을 방문하라고 한다. 감상도 지식이 있을 때 배나 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프라도 미술관을 자세히 소개해 주고 있어 이 책을 꼭 읽고 마드리드를 산책하면 좋겠다 싶다.
그렇다. 이 책은 예술적 여행을 하게끔 해준다. 여행이란 것이 낭만인데 그 낭만은 예술을 통해서 더욱 배가가 된다. 유럽에서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이 마드리드에 있다고 한다. 뮤즈의 정원, 예술의 파르나소스, 마드리드를 한껏 즐기라고 소개하는 저자의 마음이 이 책에서 느껴진다. 세상에는 멋진 여행지가 많지만 저자는 망설임 없이 '마드리드'를 떠나기를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그 호소대로 내가 어느 날 그곳에 서 있기를 소망해 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