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 좋은 이유 - 도덕성의 근원
로버트 오브리 하인드 지음, 김태훈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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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선과 악'이라는 두 개의 명제가 확실하게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선(옳음)과 악(그름)을 구별하는 기준은 이 책에 의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성장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 차이점에 대해 많이 알게 되지만, 막상 실제 상황에 부딪히면 그렇게 선명하게 인식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무언가에 대해 서로가 합의점을 찾고 갈등 가운데 '당위성'을 결정할 때 그 기준점이 무엇이냐이다. 서로 상치되는 '권리'를 비교해서 평가하며 하나의 결론을 내릴 때 그것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이나 가족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며, 사회 전체에도 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기준이 매우 중요한데 그 기준점을 어디서 찾느냐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과거에는 종교가 도덕률의 주요 근원이 되어 왔다. 그래서 많은 사회에서 도덕률은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부여된 것으로 인식되었다. 도덕률과 사회 규범은 서로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데,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면 개인은 보통 목사나 다른 전문 종교인으로부터 그에 대한 답을 얻었다. 여의치 않을 때는 최소한 조언이라도 구했다. 유럽 사회에서 교회는 두 가지 방식으로 도덕률을 준수하도록 권장했는데 첫째 이승이나 다른 삶에서 신의 보상이 있다고 약속하거나 신의 보복이 뒤따른다고 위협하는 것이었다. 둘째 간접적 방식으로 교회에서 정한 '고결한 인격'으로부터 사소한 일탈도 결국 다 알려진다고 말하며 도덕적 제재를 해왔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며 현대 사회가 세속화 되면서 더 이상은 종교가 가르치는 도덕률은 물론 자신이 살아왔던 사회의 도덕률이 권위와 더불어 구속력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도덕률의 변화가 찾아 왔는데 그건 일반적인 사회의 변화이다.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더욱 복잡해짐에 따라 개인의 이동 또한 증가하였고,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리고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소비지상주의가 증가하고,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나타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세계관이 변화되고 있다. 즉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서로 다른 철학적, 종교적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이에 저자는 이 책에서 도덕률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를 깊이 있게 논의한다. 도덕성의 근원과 관련하여 역자 또한 궁금한 것이 있었다.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도덕성의 개념적 근거에 관한 것이다. 아래는 그 내용이다.

"인간의 도덕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인간의 본성인가, 사회인가? 아니면 초월적 존재인가? 도덕성은 애초에 선한 특성이 지배하는가 아니면 악한 특성이 지배하는가? 인간의 도덕성은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인가, 아니면 선천적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는가? 도덕성은 어떤 시대, 사회나 보편적인 것인가, 아니면 특정 시기와 사회에 따라 특수적인 것인가?"

또 다른 궁금증 하나는 "도덕성의 실용적 성격에 관한 것이다. 도덕성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지켜야 할 지침인가, 아니면 인간관계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사회적 기술의 일종인가? 도덕성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싫든 좋든 다수의 사람이 공유하는 것을 따라야 하는가? 도덕성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어떤 긍정적인 힘을 제공해 주는가, 아니면 결국 손해만 안겨주는 것인가? 도덕성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

역자 서문 중에서, 14쪽

도덕성에 대해 저자는 단순히 풀어 나가는 것을 넘어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고 있음을 본다.

특히 심층적인 질문을 이렇게 던지는데 "선은 왜 좋은가?", "우리는 왜 선에, 그리고 도덕성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다?", "인간에게 도덕성은 어떤 의미인가?"를 논리적, 경험적, 신학적, 철학적, 윤리학적 심리학적 관점 속에서 글을 풀어나가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 하인드는 이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문제에 대한 대답이 세 가지라고 말해 준다.

그것은 자연 선택,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문화적 요소의 상호작용 그리고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맺는 인간관계를 천착해 보면 '선'이 왜 좋은 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즉 이 세 가지로 인하여 선은 우리에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으며, 앞으로도 인간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회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한 엄연히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자신의 견해를 밟아 나간다. 첫째, 현대 사회에서 생각하는 다양한 도덕적 문제에 대한 접근 방향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둘째, 도덕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법에 대해서 다룬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측면을 바탕으로 기술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끝마무리를 하면서 이전의 장들로부터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하며 책의 결론을 맺고 있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가 지키는 도덕률이 어디에서 유래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고, 우리에게 밀려오는 다양한 도덕적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디에서부터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나 책을 보면 저자가 어떤 명제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하게 접근하고, 논리적 귀결을 얻기 위해 여러가지의 것을 가져와 철학적으로 해부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독자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 없잖아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즉 조금은 난해하며 복잡스러움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자신이 "선이 왜 좋은지"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는 것을 통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만하다.

독자인 나는 이 책을 통해 도덕성의 근원을 저자 자신은 어디에 두고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인간의 본성이 착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에 대해 저자 자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가 궁금했다는 것이다. 우선 독자가 익히 알고 있는 동양철학에서 맹자의 성선설이 옳은가 아니면 순자의 성악설이 옳은가에 대해 궁금증이 아직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입장이다. 아시다시피 맹자는 하늘의 뜻과 사람의 본성은 일치한다고 보았기에 당연히 인간은 선하다고 보았다. 반면 순자는 "인간의 성품은 악하다. 선한 것은 인위(人爲)이다"라고 하여 선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순자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예(禮)와 교육'을 주장했다. 악한 본성을 이기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해야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인 존 로크(John Locke)는 원래 인간은 태어날 때 선한 존재나 악한 존재가 아니라 무의 상태인 백지상태로 태어나 주위 환경의 영향에 의해 점차 인간으로서의 성격이나 특성이 갖추어 진다고 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동양에서는 고자(告子)가 백지설과 비슷한 ‘성무선악설’을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도덕률의 기반은 선과 악이라는 본성적인 기본 바탕 위에 '교육과 문화, 생활 환경, 종교'가 도덕률을 가져와 사회를 구성하고 규범을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도덕률의 토대를 존 로크가 생각하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아래의 글은 저자의 결론적인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자연적인 것이 반드시 옳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옹호한 생물학적 및 심리적 접근방식이 도덕 계율의 토대를 이해하는 데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문화가 상충할 때 생물학적 및 심리적 접근 방식에 의해 제시된 보편적인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 최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 접근 방식은 한 사회 내에서도 도덕적 문제가 인간 본성의 복잡함으로부터 뿐만 아니라 도덕 계율, 관습, 사람들의 인지된 권리와 의무 간의 갈등으로부터 그리고 이것들이 상황과 세계관에 따라 사람들에 의해 해석되는 다양한 방식으로부터 발생한다고 지적하고자 한다. p335-336

최종 결론은 "선善"이란 인간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며, 좋은 것이며 문화적 상황에 따라 개인에 따라 다른 견해를 취하기도 하지만 결국 "선善"을 추구하려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서로 입장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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