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 - 세계사 중심을 관통하는 13가지 질문과 통찰력 있는 답변
다마키 도시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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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대하고 복잡한 세계사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사 중심부를 관통하는 13개의 명장면과 ‘역사의 급소’에 해당하는 통찰력 있는 질문・답변으로 매우 정갈하게 편집되었다.

세계사에 약한 사람이라면 이런 책은 반갑고도 고마운 책이다. 목차를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먼저 평소 좋아하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해 나온다. 만일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오래 살았다면 자신이 지배한 광대한 영토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렸을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그렇지 않았을 거로 본다. 이유는? 마케도니아로 대표되는 당대 그리스 세계에 그토록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체제와 지식, 경험 등이 결정적으로 부족했다고 본다. 사실 "우수한 그리스 문명이 오리엔트와 인더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라는 견해는 오늘날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보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전에도 동서 문화・경제 교류는 꾸준히 있어 왔고, 그러한 과거 유산"이 오히려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동방원정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따라서 알렉산드로스가 오래 살았더라도 광대한 영토를 질서정연하게 다스리기는 어려웠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그러면 역(逆)으로 돌아가서 ‘고대 그리스 세계의 변방에 머물렀던 국가 마케도니아는 어떻게 그토록 빠르게 그리스 전역을 제패하고 대제국 페르시아를 무너뜨리면서 세계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저자는 두 가지 비결을 꼽는데 첫째,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 핵심에 들지 못하고 변방에 머무른 탓에 무사안일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도전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둘째, 필리포스 2세에서 알렉산드로스 3세로 이어지는 위대한 영웅 군주의 출현으로 잠재력과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아케메네스왕조 페르시아는 제국 안에서 ‘왕의 길(Royal Road)’로 불린 도로망을 정비하였다. 이 도로는 학자들에 의하면 이집트에서 메소포타미아, 그리고 인더스까지 이어지던 오리엔트 통상로를 기초 삼아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통상로를 통해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대규모 군대가 통과하는 군사도로가 되어 페르시아를 몰락하게 하였다. 즉 페르시아는 이 통상로를 통해 자신을 크게 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그 교역로 탓에 역설적으로 알렉산드로스 군대에 치명적 일격을 당한 뒤 몰락하게 되었다.


이런 부분들이 흥미를 더해가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고 있다. 뒤이어 나오는 바이킹이라는 대목에서도 주목되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건 바이킹은 왜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고도 ‘최초 발견자’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까이다. 여기에는 바이킹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된다. 바이킹은 전 유럽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바이킹은 유럽을 확실히 지배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정복과 통치를 위한 체제를 체계적으로 정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킹은 사실 약탈자보다는 상인에 더 가까운 존재였다.

상인은 상거래로 이익을 얻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영토를 차지하고 다스리고 경영하는 일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더구나 바이킹은 신대륙에서도 정착에 성공하지 못하고 철수했기에 오늘날까지도 최초의 ‘신대륙 발견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바이킹의 활동 영역은 상당히 넓은데 대항해를 가능하게한 이유가 이 책에 나온다. 그건 바로 '롱십longship'이라는 배 때문이었다. 가늘고 긴 모양의 이 배는 홀수가 낮다는 특징이 있는데 롱십에는 노가 달려 있었을 뿐 아니라 100명 넘는 승조원이 탈수 있었으며, 원거리 항해에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견고함을 갖추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세계 역사에 급소들을 파헤쳐서 거시적으로 세계역사를 보게 한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에도 오랫동안 인도에 비해 크게 뒤처졌던 영국의 면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 ‘전국시대에 일본이 유럽의 군사혁명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었는데 그 비결이 예수님의 사랑을 가지고 들어가서 선교하는 ’예수회’의 무기 판매 덕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려준다. 즉 예수회는 종교단체의 얼굴과 함께 또 하나의 얼굴을 가지고 일본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것은 무역 상인의 얼굴로 들어온 것이다. '죽음의 상인'으로 예수회가 불리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일본에 판매한 주요 상품이 ‘무기’였기 때문이다. 아! 이걸 어떡해 봐야할지 모르겠다. 잠깐 그 배경을 더 살피면 일본 전국시대 장수들은 포르투갈 선박이 싣고 오는 군수품에 눈독을 들였다. 예수회는 대포, 초석, 탄약 등을 조달해준 대가로 영주에게서 선교권을 얻어냈다. 그런데 이런 예수회를 통해 일본은 '군사혁명'에 가장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유럽의 군사혁명을 불가능에 가까운 속도로 따라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에 보듯이 오랑케들이 총을 들고 우리나라를 침범하는 무기가 되었다. 예수회에 대한 좋지 않는 비하인드가 많은데 이들이 참된 종교인인지는 늘 의구심을 가진채로 보고 있다.

세계 역사에 대해 이렇게 한 눈에 살펴보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니 무언가 역사적 지식으로 무장된 느낌이다. 역사지식에 약한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우선 상식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한 문장

질문: 19세기에 범선을 몰아내고 유럽 각국의 주요 운송 수단이 된 증기선은 어쩌다 제국주의의 첨병이 되었나?

답변: 증기선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게 된 19세기 후반은 제국주의 시대였다. 따라서 항구 건설은 제국의 운명을 건 중대 사업이었으며,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개척한 영국은 전 세계 항로, 주요 항구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결국 영국의 독보적인 해운업 발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편 기존의 국제 무역은 각 지역에서 강점이 있는 토박이 상인들이 릴레이경기를 벌이는 방식으로 상품을 전달함으로써 성립되었다. 그러나 증기선이 보급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즉 인도 항구에서 영국 배에 화물을 실으면 그대로 한번에 영국까지 운송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운송 인프라를 독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역에서는 운송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운송 인프라를 장악하면 가격을 교섭하고 상업 규칙을 설정할 때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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