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하는 일 - 지난 시간이 알려 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하여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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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에세이 책 중에 내 마음에 꼭! 저장하고픈 책이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의 책이라고 소개하는데 읽어보면 그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매우 큰 힐링을 받게 되리라 생각된다. 루이스 헤이의 책처럼 권미선 작가의 책에는 잔잔하면서도 마음의 상처를 저 멀리 시간 속으로 떠내보내게 하는 마법이 있다. 일상에서 겪을수 밖에 없는 사소한 상실에서부터 두려워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의 상처,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아픔에 대해 독자들을 위로하고 치유를 해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볍게 읽히지만 전혀 가볍지 않는 깊은 삶의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얻을뿐 아니라 행복해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미래가 불안정한 라디오 작가이자 프리랜서의 삶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가 담긴 채이다. 그녀는 일하며 치열하게 살아왔다. 20년 가까이 매일 글을 쓰며 인생의 절반을 일하다 잘리고, 다시 일하고 잘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삶의 불안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왔다. 책 소개에 언급되듯이 저자는 늘 현재는 답답하고 미래는 불안했다고, 안정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또한 항상 전전긍긍하고 긴장했으며, 선택하지 않은 길을 떠올리며 후회했고,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매일 조금씩 더 초라해지고 불행해졌다고 고백한다. 위태로운 밥벌이, 갑과 을이 분명한 인간관계, 영양가 없는 생활, 고단한 세상살이에 치였던 그녀는 몸과 마음이 망가진 후 그제야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 본다. 그리고 무엇을 발견한다.

 

 

그건 바로 그 삶에 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작가의 삶이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이라서 이 책이 더 잘 읽혀지는 걸까? 아니면 작가의 삶이 굴곡져서 그런걸까? 아니면 역시 글을 쓰는 작가라 글을 매우 잘 쓰기 때문에 이 책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건데 이 세 가지가 다 맞을 거라 생각된다.

 

 

작가가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글을 쓰듯 독자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반추하며 삶의 대응 방식을 배워 나간다. 정말 정말 이렇게 귀한 작가를 몰라보는 걸까? 왜 그렇게 고용불안을 겪으며 그녀는 불안한 미래를 살아갈까?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처럼 드러내지 않지만 모든 이들은 이렇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서 작가의 삶에도 굴곡이 많은 걸까? 그것이 무엇이든 아마도 신은 그녀를 통해 삶의 모든 쓴맛을 체험해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지혜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겪었던 힘든 시간은 나에게 다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쳅터마다 줄을 칠 수밖에 없는 명언과 같은 삶의 지혜가 내 영혼을 감쌈으로 나는 환호했고, 위로 받았고, 멋진 조언을 받았으며 시간이 주는 그 힘을 나도 누리게 되었다.

 

조급만 마음이 들 때면 시간의 힘을 믿어 보기로 한다.

 

시간에서만큼은 낙관주의자가 되어 보기로 한다.

 

현대인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거의 다 다루고 있으니 매일 애쓰고 치열하게 살며, 작은 것에도 쉽게 흔들리고 상처받고, 자신을 사랑할 줄 몰라 힘들어 하는 자들이여 다 여기로 오라. 그녀의 책이 위로해 주리라!!

 

 

이 책은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자기관리론), 루이스 L. 헤이의 심리적 치료의 마법같은 메시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월든과 같은 삶의 메세지들이 골고루 다 들어있다. 지나온 삶의 안팎을 돌아보며 자신의 옷매무새를 고치고픈 독자와 미래라는 보이지 않는 길을 불안하게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깊고 단단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 독자의 서평을 믿고 이 책은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어떤 책은 그냥 읽히지만 이 책은 가슴으로 읽힌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위로를 듬뿍 받고 돌아갈 것이다. 삶을 대하는 혜안은 커지고 더이상 누군가로 인해 과거 속에 머물며 미움이라는 지옥에 빠지지 않도록 해준다. 철학적 메시도 곁들어 있다. 철학이란게 뭐 있나. 삶의 문제를 건드려 주며 삶을 깊이 보게 해주는 것이 철학이 아니던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 그게 없으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없어도 살아졌고, 익숙해졌고, 괜찮아졌다. 그것밖에 보이지 않아서 겁을 먹었던 것일 뿐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면 보인다. 없어도 되는 것이. 꼭 그거 아니어도 되는 것이. p38

 

위의 글은 쳅터 1에 나오는 세상이 끝나는 줄 알던 때가 있었지에 나오는 글이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막내 작가로 일한 적이 있다. 저자의 할 일은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전화통을 붙들고 내로라하는 영화인들을 섭외하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감독, 배우, 제작사 대표는 거의 다 포함되었다고 한다. 당시 저자는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몇명쯤 인터뷰를 거절한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당시는 그거 밖에 보이지 않아 섭외가 잘 되면 하루 종일 기뻐 어쩔 줄 몰랐고, 거절당하면 밥까지 먹지 못했다. 퇴근하는 발걸음도 여기에 따라 달라졌다. 하루는 당시 가장 유명한 감독을 섭외하는 일이 찾아 왔는데 심호흡을 백 번쯤 하고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되는가 싶더니 말에 오해가 생겨서 다시 전화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세상이 끝난 기분이었으며 그래서 눈물이 불쑥 치솟아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대로 도망을 가면 영영 작가 일은 못할거 같아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간절한 마음으로 연락을 했다. 전화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화를 내고 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가득 찼지만 절박하기에 전화를 했는데 다행히 응대를 잘 해주었고 성사가 되었다. 울음이 썩힌 목소리를 듣고 감독은 이렇게 말해줬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이 안 되면 세상이, 인생이 끝나는 것 같죠? 살아 보니 안 그래. 세상 이거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일은 없어요. 조금 느긋해져도 좋을 거예요."

 

 

이 말은 사실 당시에 마음 깊이 새기지 못한 말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단지 자신은 절박했기에 늘 긴장했고, 걱정이 많았고, 웅크리고 잠을 잤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때 작가가 스스로를 닦달하면서 섭외한 영화인은 백명이 넘었다. 하지만 다큐에는 그들 중 겨우 몇 명의 인터뷰만 들어가쓰며, 심지어 중간에 기획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자신이 섭외 한 섭외는 거의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ㅠㅠ 그 뒤로도 일은 거짓말쟁이 애인처럼 종종 작가를 배신했는데, 여기서 작가는 이런 것을 깨닫는다. "애쓴다고 꼭 결과가 좋은 것도, 노력한 만큼 보상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오랫동안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일이 잘못되면 인생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굴었다. 그때의 나는 자주 불안했고 불행했다."

 

 

그 감독의 인생 조언이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며 글을 조근조근 써내려 가는데 내 삶도 돌아보니 그랬다. 그거 하나가 틀어지면 죽을거 같았고, 더이상 나에겐 미래가 없을거 같았다. 그래서 조바심을 가졌고, 열심히 더 애쓰고 노력했다. 그러나 노력하는 것은 좋겠지만 거기에 목숨걸듯이 불안해 하는 것은 삶의 다채로움을 몰라서일 것이다. 그렇다. "고개를 들어 보면 보인다. 없어도 되는 것이. 꼭 그거 아니어도 되는 것이...."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삶의 언저리에 있는 현실을 가져와 삶의 문제를 사르르 풀어준다.

 

인간관계로 인해 힘든가? 이곳에 오라. 쫒기듯 삶을 사는 자가 있는가? 이 책을 손에 들라. 무언가로 더 채워서 나를 증명하려고 애쓰는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나로서만 충분하며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다고 말하는 이 책으로 와 잠시 하루에 15분만 할애하고 읽어보라. 그러면 어느 새 삶의 무게가 조금씩 벗겨져 가벼운 인생이 될 것이다.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는 이에게

 

건네는 찬찬한 문장들

 

 

나는 여전히 지지 않기 위해서 애쓴다.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타인의 삶과 비교해서 마음이 가난해지지 않고, 누군가 불쑥 내던진 무례함에 감정이 휩쓸려 가지 않는 것. 마음을 좀먹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삶을 망가뜨리는 것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 것.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p.78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그는 나를 미워했지만 나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 그가 상처 준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누군가 미워질 때, 그래서 마음이 괴로울 때 나는 그 미움을 멈추려고 애쓸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p104

 

 

착하게 살겠다는 말은 적어도 노력하고 싶다는 말이다.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것.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지 않겠다는 것. 누군가의 것을 함부로 빼앗지 않겠다는 것. 나만 생각하며 이기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것. 세상에 나쁨을 보태고 싶지 않다는 것. 기본적인 인간의 예의를 갖추고 살고 싶다는 것.”p108

 

 

삶이 어디에든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고 무엇이든 준 대로 돌아오는 일이라면, 조금 덜 이기적이고 조금 덜 해를 끼치고 조금 덜 나쁜 삶을 살고 싶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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