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 - 모든 권력에 반대한 창조인 아나키스트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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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있으면 자유 없다.” 1921년 러시아의 아나키스트 표트르 크로포트킨(1842~1921)의 장례식에서 사용된 검정색 만장에 쓰였던 만사다

 

평등 없이 정의 없고,

정의 없이 모럴 없다!

 

오래된 미래를 거부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안한 위대한 사상가

평등하고 자유로운 개인이 즐겁게 일하고 쉬고 나누는

푸르른 세상을 꿈꾸었던 희망의 아나키스트

 

이 책은 이 한마디가 내 마음을 동요시켰다. 그건 내가 좋아한 톨스토이가 손으로 쓴 것을 크로포트킨은 몸으로 살았다”(로맹 롤랑)는 말이다. 톨스토이는 회심 후 새로운 인생과 삶을 만들어 간 존재이다. 그가 추구한 가치관은 어쩌면 현시대에 맞지 않는 이상적 세계관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어쩌면 톨스토이가 추구하는 무정부적이며 비폭력적인 세상을 꿈꾸고 살고 있다. 톨스토이는 작가이자 기독교 사상가로서의 삶을 살면서 권력·억압·강제를 거부하고 사랑·평화·자유를 받아들이는 사회를 추구한 인물이다. 그가 쓴 책 가운데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라는 책은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아나키즘이 집약된 책이라고 한다. 독자는 그의 소설과 함께 2007년도에 출판된 '인생의 길'이라는 책을 통해 더더욱 톨스토이에게 빠져들었다.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그를 일컬어 가장 위대한 소설가라고 평가했듯이 나는 톨스토이가 쓴 글과 함께 그가 추구한 사상과 삶을 동경한다. 물론 톨스토이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에 그를 비판적 입장에 보는 분도 있지만 그는 신의 사람이 되고자 고군분투한 인물이다.

 

 

그런 가운데 크로포트킨이란 인물을 접하는 기회를 가지며 그에 관한 평전을 읽게 되다니 독자로선 반가울 따름이다. 정말 폴 애브리치니가 말한대로 크로포트킨은 신 없이도 성인이 되는 과업을 달성한 존재인가? 또한 그는 "지배자 없음"을 뜻하는 아나키즘의 세상을 만들고자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나의 목적이다.

 

 

그에 관한 수식어가 상당히 많다. 영어판 위키피디아에서 보면 아나키스트, 사회주의자, 혁명가, 경제학자, 사회학자, 역사가, 정치학자, 지리학자, 아나르코 코뮤니즘을 옹호한 철학자, 행동가, 에세이트, 조사가, 작가라고 한다. 번역가 박홍규는 여기에 더 보태어 생물학자나 지질학자, 또는 과학자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그의 저서 중에서 가장 유명한 상호협력은 진화의 원리에는 생존경쟁만이 아니라 상호협력이라는 측명도 있다고 주장한 생물학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과학자 아나키스트라는 것이다.

 

그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으로 끊임없이 통합적이고 연계적인 사유를 하면서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사회를 추구한 창조의 인간이었다.

 

 

아나키즘이란 부당한 권력이나 권위를 거부하고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자는 것으로서 스스로 창조하는 정신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창조력을 자신의 것이 아니라 민중의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소수의 지배계급과는 거리를 두고 인민의 한 사람으로 살아 갔다. 젊어서 한때 장교로 복무했지만 역시 인민의 일원으로 살았고, 제대 후에는 죽을 때까지 어떤 권력의 자리에도 오르지 않으며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의 출생을 보면 러시아 귀족 가문의 자제로 태어났다. 즉 이런 상태라면 예정된 출세의 길을 가며 기득권적인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는 대신 아나키스트이자 혁명가이자 과학자로서 일생을 바치며 재산과 지위를 버리고 평생을 아나키즘 운동에 헌신하며 살아 갔다. 그래서인지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위해 열정을 불사른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그는 영웅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채호(1880!1936)는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이고 혁명가이며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이며 소설가이다. 그는 크로포트킨을 매우 존경했을 뿐 아니라 그의 사상과 행동을 따라 살아갔다. 한 자료에 보면 신채호는 1936년 사망하면서 서적 몇 권을 감옥에 남겼는데, 그 중에는 러시아 아나키즘의 선구자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이 쓴 '세계 대사상 전집'이 있었다.

 

 

그렇다. 크로포트킨은 신체와 지성 전체가 마치 알레르기에 반응하듯 모든 권력에 반대하고, 언제 어디서든 상호협력하는 사상으로 똘똘뭉친 자이다. 어린시절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그러니 서로 공평하게 나누고 도우며 살자"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 그는 평생 한순간도 잊지 않고 이를 실천하며 살았다.

 

 

세상은 여전히 권력히 존재하며 민주주의 시대이지만 과연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하며 의문을 가질 정도로 아직도 약자는 짓밟히고 아파하고 있다. 현 시대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얼굴로 국민들 위에서 여전히 약자의 모습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의 귀는 닫혔으며, 그의 눈은 국민이 아닌 그가 생각하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다. 오로지 이것을 위해서 그는 지금 국민을 짓밟고 있다. 사실 그의 정치적 행태를 보면서 아나키즘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삶의 형태가 아닌가 싶지만 아시다시피 아무리 지배자 없는 세상을 주장해도 지배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여전히 어떤 형태로 존재한다.

 

 

그러기에 그러한 권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에 아나키즘은 여전히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대에서 환경미화원이 사망했는데 사망 원인 중에 한 가지를 보니 청소 업무와는 무관한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는 시험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개관 연도, 현재 학생수 등 객관식 문제를 주며 누가 몇 점을 맞았는지 공개하며 수치심을 주었다고 하는데 서울대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이다.

 

 

한 자료를 또한 보았는데 서울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입학의 90%는 부모의 경제력이라고 한다. 또한,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역시, "상위 1%만이 더 좋은 대학과 직업을 구하며, 학생의 고득점은 가족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시험이란 사실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현실에서는 불평등한 사회의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것" 라고 말을 하였다. 즉 현시대는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이다. 북유럽에서의 행복의 비결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대학교에서도 서열화 문화를 만들게 되고 사회 생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게 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기만의 권력으로 다른 사람을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 지식으로, 얼굴로, 옷차림으로, 생활수준으로, 지역으로, 인종적으로 사람을 차별하며 그들 위에 서고자 한다. 어쩌면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는데 어쩌면 완전한 경쟁 없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은 이상으로서만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호 협력하며 서로 돕고 나누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상대와 같은 눈높이로 그 영혼을 바라보며 어떤 형태로든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단호히 거부하며 내려놓으려 해야 한다. 그건 바로 '사랑'에 기반한 능동적 실천이다.

 

모든 권력에 반대하고, 언제 어디서든 상호협력하라고 외친 크로포트킨의 외침은 우리 사회를 좀 더 행복한 사회로 만들어 나가게 할 것이다. 끝으로 틀스토이의 글이 좋아 남겨본다.

 

참사랑-톨스토이

 

모든 사람을

한결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

보다 큰 행복은 단 한 사람이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그저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개의 경우와 같이

자신의 향락을

사랑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그와의 관계를 끊을 만한

각오가 되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라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은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누구도 지배자일 수 없고 서로 도와야 한다.

 

모든 권력에 반대하고, 언제 어디서든 상호협력하라!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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