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 책은 독재자에게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한비자』의 핵심 사상은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리더는 무엇보다 법과 원칙으로 엄격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의된다고 하는데 그만큼 무섭기도 하면서 또한 몹시 궁금하기도 하다. 바라기는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통솔하거나 이용하려는 것으로 사용하지 말고, 한비자가 가르친 결정적 순간의 선택과 결단의 경영 노하우를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데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경영자와 각 기업의 직장인들간에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윈윈하는 책으로 이 책이 우리 곁에 머물기를 원한다.
본 책은 관련 주제를 총 19장으로 나누어 권력의 핵심을 잡기 위해 필요한 법(法)·술(術)·세(勢)의 세부 사항을 자세히 풀어놓고 있다. 또한 각각의 주제에 맞는 <한비자>의 원문을 해석한 글과 함께 원문을 실어 두었고, 이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 맞는 예시와 설명을 소제목 아래 매우 정갈하게 글을 싣고 있다.
개인적으로 경영자의 위치에 있어 이 책이 주는 글을 따라 가다 보며 무엇이 나에게 부족한 것인지, 왜 그때 그것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한비자는 이 책을 통해 말하기를 "군주의 능력만으로 나라가 영화를 누릴 수 없으며 마찬가지로 신하의 능력만으로 나라가 부강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리더가 부하들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적재적소에 이용할 안목과 배짱이 있어야 하듯, 부하들 역시 혜안이 있다면 그 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리더를 설득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부하가 지도자의 역린(逆鱗; 노여움)을 건드리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면 그는 성공의 문에 지금 들어온 것이다.
이 책은 사실 19장 전체가 하나라도 불필요한 이야기가 없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비자는 인간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한비자의 글과 그것을 현실속에 적용하며 풀어낸 글은 마치 이솝우화처럼 달콤하게 느껴지며 읽는 재미가 난다.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남는 글 하나를 보자. 08. 본심을 꿰뚫어 본다 - 「세난(說難)」편에 나오는 글이다.
제목: 사람의 마음처럼 불안정한 것은 없다.
옛날, 미지하는 위나라 임금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위나라 법으로는 허가 없이 제 마음대로 군주의 수레를 탄 자는 다리를 자르는 형벌을 주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자하의 모친이 병이 나자 그 사실을 알게 된 어떤 자가 밤에 미자하에게 귀뜀해 주었고, 미자하는 왕명을 사칭하여 임금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임금은 그 사실을 듣자 형벌을 내리기는커녕 "효성이 지극하구나. 아픈 어머니를 위해 다리가 잘리는 형도 무서워하지 않다니"하며 크게 칭찬을 했다. 또 어느 날 과수원에서 임금을 모시고 놀고 있을 때 복숭아를 따먹오 보니 달았다. 그래서 반을 잘라 임금에게 주었다. 왕은 말하기를 "그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극진하구나. 그 단맛을 모두 탐하지 않고 짐에게 먹어 보라고 한 것을 보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자하의 용모가 시들고 군주의 총애도 흐려지게 되자, 이번에는 죄인 취급을 하며 군주는 "이놈은 왕명을 사칭하여 마음대로 내 수레를 타고 나가고, 또 언제는 먹다 남은 복숭아 같은 것을 임금에게 먹이곤 했다"고 꾸짖었다고 한다. 여기서 보면 미자하의 행동은 처음부터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전에는 현명하다고 평가된 것이라도 나중에는 죄인 취급을 받게 된 이유는 군주의 사랑이 식음으로 인해 그의 마음이 변한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제 풀어쓴 저자의 얘기를 들어 보자. '군자는 하루에 일곱 번 표변한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군주의 모습에 대해 어떤 이는 흥분을 할 것으로 보는데 그러나 이런 일은 현실에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데 어떤 벤처기업 창업자의 끈질긴 요청으로 그 회사의 2인자로 취임한 엘리트 비즈니스맨이 있다. 그러나 이 신임 임원은 채 1년도 되지 않아 쫓겨나게 되었다. 이유가 뭔가? 그때까지는 밀월을 즐기듯 사이좋게 일을 하였으나 임원이 되어 회사를 꾸려 나가면서 이 사람이 하는 모습을 지그시 살펴보니 창업자는 '이 친구가 점점 내 뜻을 어기거나 무시하게 되었다'고 느끼게된 것이다. 허니문은 이렇게 끝나 버렸다. 그런데 말이다. 이 경영자에게서 볼 수 있듯이 이런 경우는 독불장군형 사장에게 흔히 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아래 직원은 일인자에 의해 캐스팅되었다는 사실에 자만하면서 자신의 직분을 망각하였다. 결코 드문 일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한비자는 사람의 마음처럼 변가기 쉬운 것은 없다는 말을 새겨듣고 자신의 자리가 확실히 정착될 때까지 상대를 자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무리 능숙한 일처리로 갈채를 받더라도 정작 자신에게느 상의도 없이 업무를 척척 처리해 버리면 울컥 화가 치미는 것이다. '한 마디라도 해 줘야 맞는 거 아니야?' 하는 섭섭한 마음이 몇 번이고 지속되면 서로 간에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에는 대립으로 이어지고, 해임의 결과과 따르게 된다. 『한비자』는 이렇게 리더와 상사의 판단 기준을 터득하게 하여 사회생활을 탁월하게 하도록 한다.
리더에 대해 본심을 드러내지 말라는 조언과 철저하게 부하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라는 조언 또한 경영자에게 놀라운 혜안을 주고 있다. 즉 리더는 권력의 핵심만 잡고 있으면 된다. 부하에게 맡겨도 될 일까지 직접 하려고 하면 피곤해지며, 부하의 잠재력 또한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경영자는 경영자의 위치에 서 있으면 되고 실무는 오히려 그들이 더 전문가이기에 정주영 회장처럼 잘 맡기는 능력이 리더에게 필요하다.
읽으면서 참 좋다! 라는 말을 하며 읽고 있다. 진작에 이런 부분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인간 경영을 더 잘하며 조직을 유용하게 관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 고전이라면 삼국지 밖에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처세술에 능하며 리더십에 강자인 한비자를 꼭 읽기를 바란다. 사람을 보는 눈만 아니라 조직을 보는 눈도 훨씬 지혜로워질 것이다. 이 땅의 모든 경영자, 그리고 직장인들이여 이 책을 통해 인생의 경영 노하우를 배우지 않을 것인가? 실망하지 않는 책임을 보증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