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에 물들다 - 세상 서쪽 끝으로의 여행
박영진 지음 / 일파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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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잡지를 정기구독 하며 본적 있다. 실사에 가까운 사진과 거기에 따른 기사를 보면 흥미로운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 매번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을 접하며 이런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잘 만들어진 여행책을 만났다. 포르투갈의 아름다움을 다 담았다고 볼 정도로 이 책은 단연 포르투갈을 동경하게 만든다.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지만 인문학적인 요소도 있어 책을 고풍스럽게 한다. 적재적소의 사진과 필요한 여행 정보와 도시에 깃든 역사와 숨은 이야기들이 매우 잘 어우러지게 구성되어 독자에게 건네 준다.

 

포르투갈에 물들다는 리스본을 시작으로 하여 벨렝지구, 신트라, 포르투, 코임브라 등 포르투갈의 유명한 관광지뿐만 아니라, 아베이루, 오비두스, 나자레, 파티마, 벨몬테 같은 소도시,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마데이라 섬, 베나길, 세르타, 순례길, 코임브라 등 포르투갈 곳곳의 명소들을 작품처럼 소개하고 있다.

 

책 표지에 '세상 서쪽 끝으로의 여행'이라는 카피가 있는데 서쪽으로 향하고픈 충동을 일으키는 책이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 고스란히 여행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 코스가 결코 식상하거나 지루하지 않는 여행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여행 에세이를 여러 권 읽어본 자로서 이 책은 단연 으뜸이며 독자의 눈을 즐겁게할 뿐 아니라 포르투칼의 역사, 문화, 예술을 맛보게 하는 이중적 혜택을 주고 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여행 에세이(헤세가 사랑한 순간들)가 있다. 헤세의 글에서는 문학적인 요소가 훨씬 풍겨 글로서 느껴지는 여행자의 마음을 보았다면 이 책은 눈으로 실제 현장에 있는 것처럼 EBS 세계테마 여행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계속되는 독자의 칭찬은 그만큼 이 책이 주는 맛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충분히 흡족하며, 코로나 시대에 이분의 여행기가 대리 만족을 줄 뿐 아니라 삶의 낭만을 불러와 준다고 과감히 말하겠다.

 

 

 

이 책은 여행을 하고픈 마음에 고른 책이다. 현재 우리는 제약된 세상에서 눈으로만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국내의 여행도 마음 놓고 가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책을 읽지 않는 다면 삶의 적막함을 어느 것으로 메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은 말한다.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다시 정신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이 책에 자연스럽게 손길이 갔다. 저자가 내 딛는 발걸음이 마치 독자가 거기에 있듯 그런 생동감을 주는 글쓰기와 사진이 기록되어 있어 책 읽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저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미술관인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을 따라가 보았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드로 다 빈치, 보티첼리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회화가 전시 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바로 미술관의 야외 테라스 카페였다. 피렌체 구시가지의 빛 바랜 건물들 사이에서 커피를 마시며 보는 전경은 거장 화가들의 그림 보다 어쩌면 저자의 뇌 기억 저장소인 '해마'를 더 자극했으리라 생각된다. 나 또한 거기에 갔다면 전시된 그림 보다 살아 있는 전경에 매혹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그림인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에 대해 설명해 나가며 자신의 감상 포인트를 기록했는데 특히 나체의 여인이 성인을 유혹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때 안토니우스는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마치 쾌락의 이면을 아는 듯한 표정으로 여전히 성경을 든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고 말해 준다. 여기서 저자는 보쉬의 그림이 성직자들을 비꼬는 내용이 많아 성당을 장식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장식된 이유가 이것이 아닌가 말해 준다. "성직자들이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는 자신들을 비꼬는 듯한 화가의 의도가 의심스러웠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이 세상에 비춰지는 실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죄의식이 생겨나고, 세상의 쾌락들이 사실을 얼마나 기괴하고 흉측한 모습인지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이 그림의 메시지가 하늘이 주는 음성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는 것으로 평가한다.

 

저자의 독특한 점은 상당한 식견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여행하기 보다 여행에서 자신을 만나는 지점을 찾고 있는 것이 보인다.

 

또 다시 그는 다른 장소로 옮기며 여행을 해나가는데 눈에 들어온 여행지는 바로 '헤갈레이라 별장'이었다. 브라질에서 사탕수수와 보석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카르발류 몬테이루'가 당시 활동하돈 최고의 건축가와 조각가들을 고용해서 기존의 별장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재건축한 것이다. 공사는 1904년에 시작하요 1910년에 마쳤는데 당시 주민들은 이 별장을 '백만장자 몬테이루의 집'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부유한 사람이었다. 특이점은 '연못 입구'라고 적힌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은 특이하게도 단테의 신곡지옥을 닮았다. 맨 아래의 곳으로 들어가면 그 지옥(공간)은 동굴로 이어졌고 빠져나오는 길에는 천국의 입구라 표현될 정도의 정원을 보게 된다. !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정말 매혹적인 장소이다. 저자는 자신이 태어나면 건축가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하는데 이 건축물을 보며 그는 더 흥분해마지 않는다. 그의 심정을 들어보자!

 

지금 내 심정이 그렇다. 단테의 신곡을 자신의 집 마당에 그대로 실현해 놓은 헤갈레이라 별장은 한국에서 온 여행자의 가슴에 마치 선물처럼 남았다. p111

 

조금은 천천히 걸으며 인생을 바라보는 포르투갈의 시간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책 소개에서 언급되듯이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는 리스본을 기반으로 활동을 한 작가인 페르난도 페소아와 함께 여행한 기분에 사로 잡힌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얘기와 일상들, 유명한 관광지만 아니라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명소까지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서쪽 끝에 있는 세상을 우리들에게 친숙하게 알려주며 동경하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굳이 말한다면 이 책의 저자와 편집부, 디자이너에게 축복을 선사해 주고 싶다. 제목처럼 나는 "포르투갈에 물들어 버렸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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