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자를 만날 시간 - 숨 고르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석한남 지음 / 가디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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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부드러움이 높고 강함 보다 위대하다.

 

어렵고, 이해 안 가는 해설은 더는 그만!

노자가 말하듯 물 흐르듯이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노자읽기.

 

노자에 대한 상당한 좋은 책을 만났다. 읽는 순간 저자가 노자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말을 하며 자신의 필력을 써내려 가고 있다. 저자는 어릴 적부터 한문을 좋아했을 뿐 아니라 IMF 구제 금융을 통해 위기(명퇴)를 절감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인 한문 공부를 즐기면서 노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는 고문헌 연구가이다. 그리고 독학으로 한문과 고서화를 공부하여 약 3만 자 정도의 고문 문장을 외우고 있으며 초서로 쓰인 옛 편지 천여 편을 탈초(脫草번역(飜譯)했고, 사서(四書)와 노장(老莊)에 능한 분이다. 그래서 머리글을 보면 "저는 이 책의 한문 풀이만큼은 오류가 없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고 말하였다.

 

 

저자에 대한 프로필을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 책이 생각보다 노자가 가진 생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 노자 사상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도덕경에는 각 장에 제목이 달려 도움을 주는 것도 있었지만 그러다 보면 제목에 맞추어 본문을 읽게 되고 한 가지 관점으로 보게 되어 노자의 생각이 좁아지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제목을 달지 않음으로 독자가 직접 의미를 불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노자 주석의 주류는 단연 하상공(河上公)과 왕필(王弼)이라는 사람의 것이 최고다. 왕필은 조조의 둘쨰 아들인 위문제 조비의 재위 기간에 태어났는데 안타깝게도 서기 249, 사마의가 쿠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을 때 쫓겨나서 그해 가을, 24세의 나이에 병으로 죽었다. 그는 10살 때부터 노자를 좋아해 18세에 주석을 썻으며, 24세에는 주역 주석서를 완성한 불세출의 천재이다. 심지어 그 젊은 나이에 노자의 사상이 주역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밝혀내기까지 했다. 저자 또한 '왕필본'을 통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즉 하상공본을 제외하고 왕필본을 포함한 해설서 대부분은 구태여 각장의 제목을 붙이지 않는데 그것은 하상공본의 소제목을 통해서 오히려 왜 이 제목을 붙였는지 한참을 고민하게 어지럽게 한다는 것이다.

 

 

제목이 원래 없다면 노자가 바라는 바는 그것을 읽는 독자에 따라 달리 해석되고 이해되도록 하여 각자의 깊이에 따라 도덕경을 바라보게 한 것으로 본다.

 

 

도덕경은 도()와 덕() 관한 노자의 독특한 주장이 담겨 있는 책이다. BC 3세기경 제후들의 맹목적인 패권 다툼으로 백성들이 전쟁과 노역, 세금 등에 시달리고 있을 때 노자는 백성들의 행복을 위해 제후들이 실천해야 할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를 제시하며 인간다운 삶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분의 말처럼 공자가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적인 여러 규범(예와 인)으로 세상을 다스리려 한 반면, 노자는 모든 것을 자연의 이치에 따라 무위자연의 태도로 다스릴 것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통치자들에게만 주어지는 책이 아닌 하루하루의 삶을 고단하게 살아가면서 삶이 주는 의미와 지표가 무엇인지 깊이 찾는 자들에게 삶의 '놓음'을 알려주는 형언할 수 없는 깊고 깊은 위로가 담긴 지혜서이다.

 

 

그렇다. 노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우주의 큰 도를 배우는 것이며 그래서 우주의 큰 도에 우리의 작은 문제를 비춰보아 삶의 여여如如를 가르쳐주고 있는 책이다. 특히 노자가 가르치는 바는 말로 가르치고 설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화두처럼 말을 꺼내어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고 우리 스스로 바른 진리를 찾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때 중국 후한의 유학자 중장통(179-220)<낙지론>에 따라 읽으면 된다.

 

安神閨房 思老氏之玄虛

(안신규방 사노씨지현허)


안방에서 정신을 평안히 하고

노자의 현허(심오한 비움)을 생각한다.

 

한 마디로 저자는 노자의 책을 읽을 때 편안 마음으로 읽기를 추천한다. 책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바가 있는데 책 소개에서 언급되듯이 '어렵고 이해 안 가는 해설이 아닌 물 흐르듯이쉽게, 그리고 정확하게 노자읽기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많은 노자 해석서들이 너무 어렵고 복잡한 풀이와 정확하지 않은 한문 해설과 부족한 배경 설명으로 해설에 많은 오점이 있었다. 그래서 좋은 문장 몇개 말고는 그냥 읽다가 넘기는 수준인데 이 책은 그런 안타까움에 있는 분들을 위해 저자가 상당히 노력을 하였다. 특히 한자 음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풀이했으며, 그 배경을 알아야만 이해 가능한 부분에는 풍부하고 자세한 배경 설명을 실어 노자를 이해하도록 했다.

 

 

물론 저자는 여러 판본을 참고해 비교한 노력의 흔적이 보이며 저자가 곁들인 얘기들은 노자의 사상을 더욱 깊이 있게 하여 읽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마주하게 될 것으로 본다. 아쉬운 점이라면 책 표지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전적인 풍미를 주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나오면 젊은 층에 더 다가가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한 문장

 

사람마다 문장이 주는 의미가 다른데 독자인 나에게 특별히 마음에 다가오는 강한 문장은 이러하다. 물론 도덕경 3장의 노자가 주는 가르침 또한 뛰어나다. 그러나 요이금 때 한 노인의 시가 일단 마음을 두드려주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日出而作日入而息 일출이작일입이식

 

耕田而食鑿井而飮 경전이식착정이음

 

何有於我哉 제력하유어아재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쉬네.

농사지어서 먹고 우물 파서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노자의 무위지치가 바로 이러하다. 노자는 이런 세상을 꿈꾸었다.

 

도덕경 3장의 원본을 그러면 보자.

 

 

不尙賢 불상현, 使民不爭 사민부쟁

 

不貴難得之貨 불귀난득지화, 使民不爲盜 사민불위도

 

不見可欲 불견가욕, 使民心不亂 사민심불란

 

뛰어난 인재를 치켜세우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을 다투지 않게 하고,

 

얻기 힘든 재물을 귀하에 여기지 않아서 백서들이 도둑질하지 않도록 하며,

 

탐낼 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음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혼란스러워지지 않게 하라.

 

 

是以聖人之治 시인성인지치, 虛其心 허기심

 

實其腹 실기복, 弱其志 약기지, 强其骨 강기골

 

使民無知無欲 사민무지무욕, 使夫智者不敢爲也 사부지지불감위야

 

爲無爲則無不治 위무위칙무불치

 

그러므로 성인의 다스림은 마음은 비우게 하고, 배는 든든하게 하며 의지는 유연하게 하고, 몸은 강건하게 한다. 백성들로 하여금 삿된 지식과 욕망을 버리게 하고, 영리하다는 자들이 헛된 행위를 함부로 못 하게 한다. 무위의 원칙으로 행하니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p39

 

爲學日益, 爲道日損(위학일익, 위도일손)

 

학문은 하루하루 쌓아 가는 것이며 도는 날로 덜어내는 일이다.

 

損之又損 以至於無爲(손지우손 이지어무위)

 

덜어내고 또 덜아내면 무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無爲而無不爲무위이무불위

 

무위에 이르게 되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 (도덕경 48)

 

 

知者不言 言者不知 지자불언 언자부지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 도덕경 56)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시작하고, 천하의 큰 일도 반드시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도덕경 63)

 

 

我有三寶, 持而保之 아유삼보 지이보지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爲天下先 일왈자 이왈검 삼왈불감위천하선

 

[...]

 

夫慈以戰則勝 以守則固 부자이전즉승 이수즉고

 

나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이를 지니고 보존한다.

 

첫때는 자애로움이고, 둘떄는 검약이며, 셋째는 감히 천하 사람들의 앞에 나서지 않으려는 것이다.

 

무릇 자애로움으로 싸우면 이기게 되고, 자애로움으로 지키면 공고해진다. (도덕경 67)

 

 

善爲士者 不武 선위사자 불무

 

善戰者 不怒 선전자 불노

 

善勝敵者 不與 선승적자 불여

 

善用人者 爲之下 선용인자 위지하

 

훌륭한 장수는 무력을 쓰지 않고,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화를 내지 않으며

 

적과 싸워 이기는 사람은 맞서 싸우려 들지 않고,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은 스스로를 낮춘다.

 

(도덕경 68)

 

 

信言不美 美言不信 신언불미 미언불신

 

善者不辨 辯者不善 신자불변 변자불신

 

知者不博 博者不知 지자불박 박자부지

 

[...]

 

天地道 利而不害 천지도 리이불해

 

聖人之道 爲而不爭 성인지도 위이부생

 

 

미더운 말은 아름답지 않으며, 아름다운 말은 미덥지 않다.

 

선한 사람은 말재주가 없고, 말주변이 없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은 박식하지 못하고, 박식한 사람은 지혜롭지 못하다.

 

[...]

 

하늘의 도는 만물을 이롭게만 할 뿐 해치지 않고,

 

성인의 도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다투지 않는다." (도덕경 81)

 

노자에 대해 어느 분이 말하기를 '노자는 사상이나 철학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찾는 지침서다.'라고 하듯 인간이 참되게 살고자 하며 마음을 초연하게 살고자 하며 순박하게 살고자 하면 누구든 노자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노자를 통해 랄프 왈도 에머슨이 보이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보인다면 이 책이 주는 묘미가 무엇임을 알 것이다.

 

 

우리 시대의 최고 고전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독자의 눈에 맞추어 풀어주는 저자의 솜씨가 대단하니 이 책 한 권을 놓고, 휴가를 준비하면 어떨까?

 

순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이 책을 펼쳐라!

 

노자는 이미 당신을 만날 준비가 되어있다.

 

 

행복을 바라는 노자의 지혜는

 

2,6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유효하다.

 

 

_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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