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찾아 삼만 리 TV애니메이션 원화로 읽는 더모던 감성 클래식 7
에드몬도 데 아미치스 지음, 박혜원 옮김 / 더모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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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용기 잃지 말고. 어디로 가든 넌 혼자가 아니란다.”

그럼요, 전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엄마만 찾을 수 있다면요!

끝없는 이 길이 아무리 힘들어도 당당하게 걸어갈 거예요.”

 

엄마 찾아 삼만 리는 어릴 적 추억 속에 남아 있는 만화 영화 가운데 하나이다. 이때 인상 깊었던 만화들이 있었다. 톰소여의 모험, 플란다스의 개, 미래소년 코난, 빨강머리 앤, 마징가 Z 이다. 물론 요술공주 밍키도 내 추억 속에 있다. 그러나 서정적이며 무언가를 동경하게 만드며 감수성을 짙게 만드는 만화는 단연 엄마 찾아 삼만 리와 함께 좀 전에 열거 했던(요술 공주 밍키 말고) 만화들이다.

 

엄마 찾아 삼만 리라는 책을 받아 보면서 마치 추억 짙은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주인공 마르코가 느꼈던 그 감정과 힘겨움을 고스란히 받아 나만의 머릿속 영화관으로 달려가서 함께 흐느끼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엄마를 찾아 삼만 리나 되는 먼 길을 갔지만 그곳엔 엄마가 없었다. 가슴 깊이 보고 싶었던 엄마는 왜 이렇게 자꾸만 한 걸음 내딛으면 또 한 걸음 멀어지는지 그 어린 마르코의 가슴은 자꾸만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미 수십년도 더 된 만화는 그저 어렴품이 남아 있었기에 이 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는 시간을 가졌다. 13세의 제네바 소년이라고 하는데 나의 기억으로는 더 어린 소년으로 보였다. 많아봐야 11세 정도로 봤는데 책을 보아도 여전히 13세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무튼 13세의 그 아이가 소식이 끊긴 엄마를 찾아 홀로 27일나 걸리는 대서양을 건너고 남미의 평원 팜파스(인디어로 평평하고 넓은 땅이란 뜻)를 걷고, 또 다른 지역으로 가는 여정은 결코 용감함이 아니라면 해내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그리움이 더 컸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주인공이 이탈리아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이탈리아만의 끈끈한 동포 의식을 보게 된다. 함께 대서양을 건너며 친구가 되었던 할아버지를 우연찮게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보게 되었는데 이때 마르코에겐 더 이상의 돈이라곤 없었다. 그래서 마르코는 할아버지에게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요구했으나 할아버지는 다른 방법으로 주인공의 주머니를 채워준다. 이 장면이 참으로 감격스럽게 다가 온다. 아르헨티나에는 바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많았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이탈리아 별'이라고 적힌 여인숙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아이의 사정을 들은 동포들은 하나 같이 이 아이를 그냥 놔둘 수 없다며, 모두가 입을 모아 외치며 탁자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동포! 이리 와라, 꼬마야! 우린 모두 이탈리아 이미 온 사람들이야! 장하다! 혼자서 오다니! 배짱 좀 보게! 한 모금 마셔라, 동포! 우리가 어머니한테 보내줄 테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하며

 

어떤 사람은 마르코의 볼을 꼬집었고, 또 어떤 사람은 찰싹 소리가 나도록 어깨를 두드렸다. 가방을 받아주는 사람도 있었다. [...] 롬바르디아 할아버지가 모자를 돌리자 10분도 되지 않아서 42리가 모였다. 누군가 마르코에게 포도주잔을 건네주면서 이렇게 소리쳤다. "마시자! 네 어머니의 건강을 위하여!" [...] 마르코는 기쁨의 눈물이 터져 목이 멨다. p66-70

 

감격스러운 장면이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며 이러한 것을 원했다고 한다. 그건 "이역만리에서 절망에 빠진 마르코를 합심해서 도와주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처럼, 지역주의를 벗어나 하나의 이탈리아인이 되자는 교훈을 강조한다." 그렇다. 이 책이 쓰여지던 당시 이탈리아반도는 '캄파닐리스모(하나의 공동체로 느끼는 경향)가 강력한 데다가 외세(프랑스, 어스트리아, 스페인)의 지배가 수백 년을 이어져 왔기에, 외세로부터의 독립과 이탈리아반도 전체의 통일이라는 두 가지 힘든 과제가 있었다고 한다. 오랜 노력 끝에 정치적 통일은 이뤄냈지만 마음으로 하나되는 것은 아직 멀었는데 이에 작가는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 들려주려고 이러한 내용의 작품을 싣고 있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이탈리아의 모든 가정에서 성서처럼 구비해 두고 볼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 155개국에서 번역되어 읽히고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대표문학 컬렉션에도 올라왔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추구해야 할 사랑, 친절, 선의, 포용, 용기 등 아름다운 '마음'들이 이 책 안에 녹아져 있음을 보게 된다. 가련함과 용기를 가진 마르코에게서 삶의 희망 또한 얻게 되며 따뜻한 감성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너무 좋았다.

 

책은 정말 만화를 보는 것처럼 삽화가 많이 넣어져 있다. 양장본으로 아주 잘 만들어 졌으며 소장용으로 너무 좋다. 손자가 태어나면 이 책을 읽혀주리라 다짐한다. 겉 표지 보다 속표지가 더 좋은데 특히 속표지 커버 뒷장에서 마르코가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장면을 보여 준다.

 

엄마와 13살 어린아이가 만나 행복해 하는 모습은 어떤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 하나를 통해 희망과 사랑, 가족애를 생각해 본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그 장면이 천국이라 생각된다.

 

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끝자락의 항구도시 제노바에서 시작하여 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산중의 고산도시 투쿠만까지, 홀로 2달여 동안 떠나게 되는 그 파란만장한 여행이 왜 이렇게 짠하고 당찬 소년인지 애틋한 감정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마르코 내 아들아."

"용기를 잃지 마라. 넌 성스러운 여정을 시작하는 거란다. 하느님이 너를 도우실 게다." p25

 

가엾은 마르코! 소년은 마음이 강인했고, 이 여행에서 어떤 역경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증기선 안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가방 하나만 전 재산으로 짊어진 제 처지에 돌연 두려움이 밀려왔다.(아르헨티나행 증기선에서) p26

 

"가거라. 용기 잃지 말고. 어디로 가든 고향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넌 혼자가 아니란다.!" p49

 

밤이 되자 선원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마르코는 어린 시절 자장가를 불러 주던 엄마의 노랫소리들이 떠올랐다. 마지막 날 밤에는 그 노래를 듣다가 흑흑 울음이 터져나왔다. 선원이 노래를 멈추더니 소리쳤다.

 

"힘내라. 용기를 가져, 얘야! 맙소사! 제노바 사람이 집을 떠나왔다고 울다니! 제나바인은 명예롭고 당당하게 세계를 누빈단다!" p56

 

"그래. 맞아 몇 년이고 전 세계를 돌고 맨발로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야 할지라도, 엄마를 찾을 때까지 계속 갈거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찾다가 엄마 발치에 쓰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한 번만 더 엄마를 만날 수 있다면! 용기를 내자!" p57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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