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돈 까밀로와 뻬뽀네 1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다비데 바르치 그림, 김정훈 외 옮김 / 서교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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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명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라는 형식을 취한 소설이다. 그래픽 노블이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을 말하는데 때론 예전 만화방에서의 추억을 되살려 이런 책을 읽고 싶어져 관심을 갖게 된다. 마침 돈 까밀로와 뻬뽀네라는 처음 듣는 이탈리아식의 이름을 보며 관심이 가졌다. 무엇보다 출판사 리뷰와 더불어 책 표지에 소개되는 수상 이력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하는 분들의 영향이 컸다 하겠다. 그 추천자는 염수정 추기경, 이해인 수녀, 신달자 시인이다.

이 책은 시리즈로 출간된 지 60년이며, 작가 사후 40년이 지났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매년 1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가는 책이라고 한다. 특히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의 독자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열광했으며, 출판사는 밤을 새워 인쇄기를 돌렸다고 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전 세계 150개국에서 7,000만 명 이상의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은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대표작인 <돈 까밀로: 일명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시리즈를 각색한 코믹만화이다)

이와 더불어 이 책의 원작은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금서로 지정된 도서였으며 비밀리에 유통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고 광고를 하고 있으니 이 책은 안 읽고는 못 배기는 책으로 보였다. 책 소개에도 나오듯이 이 책은 한국 드라마 《열혈사제》 모티브작이 되었다. 그리고 영국 왕립독서상과 함께 전미도서진흥상, 라이프치히 서적상 등등의 수상을 하였다고 하니 독자로서 매우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전 세계에서 호평 받은 만화!

이 소설에 담긴 주제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 작은 마을이 배경이 되며 주인공으로는 돈 까밀로 신부와 공산당 읍장 뻬뽀네이다. 이 둘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매 쳅터마다 흥미를 더해주면서 이야기는 엮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조연격으로 나오는 존재가 있는데 바로 십자가에 달린 예수이다. 돈 까밀로는 이 예수와의 대화를 통해 조언을 받고 행동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포복절도할 정도로 재미나며 한 번씩 멈춰 생각을 하게 된다.(물론 포복절도의 의미는 이탈리아식의 의미이다)

​그런데 이 만화를 읽기 전에 주의할 점은 한국인의 정서상 어쩌면 밋밋한 웃음을 지으며, 조금의 실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독자인 나 또한 매우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저자가 웃음 포인트를 살려내려고 하는 부분인거 같은데 포복절도하게 웃기 보다는 이런 부분에서 웃는거 구나 하며 이탈리아식의 해학을 이해해 보고자 하였다.

암튼 이 책은 읽기 전에 꼭 책 뒤쪽으로 달려가서 '작품 해설'과 함께 '옮기이 후기'를 보고 읽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코믹만화가 아닌 우리 인간에 대한 얘기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40-1950년 무렵 이탈리아 북부 시대의 상황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한 세기 전의 이탈리아 통일운동과 계몽운동, 사회주의와 파시즘, 공산주의 혁명과 그에 맞선 그리스도교 민주당의 대응, 그리고 무엇보다 2천년 역사를 간직하고 이 땅을 중심으로 성장한 유럽의 그리스도교 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이념과 믿음으로 끝없이 대립하며 나아간다. 때론 주먹을 날리며,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서로 죽일 듯이 달려들어 상대방을 압박하고 곤경에 빠트리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 두 사람의 속마음은 행동과 다르게 서로를 생각해 주는 마음이 서려있다. 말없이 상대방에게 필요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서로의 안위를 생각해 주는 부분을 보면 인간이 가진 서로 다른 이념과 믿음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 이 두 사람은 이념과 믿음을 달리하지만,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이 어우러진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공통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두 사람의 관계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하는데 즉 정치적, 지역적, 이념적, 종교적 차이로 서로 갈리고 무조건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모습이 어쩌면 이 만화 주인공 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서로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에는 서로의 처지를 동정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인간미와 인간애를 여기서 분명 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며칠 후, 교구청(주교): 돈 까밀로, 자네 제정신인가? ... 당분간 경치 좋은 산골 마을에 가서 편히 쉬다가 오는 게 어떤가? 후임으로 젊은 신부가 오게 될 걸세.. 어때 그렇게 하겠나?

돈 까밀로 신부: 교님, 솔직히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교님이 원하신다면 그리 해야지요.

주교: 잘 생각했네. 원하지 않는 일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걸 보니 자네 수행이 더 깊어진 것 같군.

▲-▶ 이 부분에서 왠지 모르게 글귀가 나에게 부딪혔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겪게 될 때, 특히 부당한 일을 당하게 될 때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수긍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상사를 향해서는 부당함을 강하게 어필하기도 하고, 회사를 향해서는 증오, 혐오의 마음도 갖게 된다. 특히 종교적인 곳에서 섬기는 사람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음을 나 또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신변에 조그만한 변화가 있을 때 그것을 수긍하며 받아들였으면 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위치가 좁아짐을 매우 불쾌해하고 열등감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앙이란 "원하지 않는 일도 순순히 받아 들이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것이 될 때 그 신앙의 깊이가 더 깊어져 신의 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 가게 되는 것이다. 이왕 이 책이 신앙에 대한 부분이기도 하니 성경의 말씀을 가져와 본다.

잠언 3:6절이다. 새번역으로 본다. "네가 하는 모든 일에서 주님을 인정하여라. 그러면 주님께서 네가 가는 길을 곧게 하실 것이다."

신(하나님, 하느님)께 삶을 전적으로 맡기고 산다는 것이 믿음 생활이다. 돈 까밀리로 신부는 한편으로는 과격한 부분도 있고, 성직자로서 매우 거칠고 인간적인 면모(화도 내고 심술도 부리고)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에게 입혀진 옷은 역시 로만 칼라가 있는 사제복이다. 그는 신부로서의 삶을 버리지 않으려고 하였다.

이 책은 엄격하고 딱딱하고 지루하고 경직되어 있다고 믿기 쉬운 종교와 하느님에 대한 선입견을 단번에 바꾸어 주는 통쾌함으로 큰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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