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나 개인의 상식을 위한 교양 도서로 보게 된 책이다.

최소한의 경제 지식을 알고 싶어서 이 정도는 꼭 알아야 하는 경제 법칙에 대한 책을 보게 되었다. 어쩌면 까다롭게 느껴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경제 뉴스나 경제 용어를 보면 그냥 소귀에 경 읽기처럼 느껴지고 피부에 와닿게 느껴지지 않아 그냥 멀리서만 지켜보는 정도였다. 뉴스가 끝난 후에 주식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데 '코스피 상승세 지속' 이라는 말이 나오면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코스피, 코스닥이라는 비슷한 용어가 나오는데 이게 뭘 말하는 것인지 검색 조차 안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다. 주식을 해서 돈 벌려고 한 적도 없고, 세계 경제가 어떻게 굴러 가는지에 대해서도 별반 나에게 관심없는 안드로메다와 같은 저 멀리에 존재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래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경제 법칙과 지식은 알고는 있어야 겠다는 마음이 불쑥 일어나면서 이 책은 나에게 손에 잡히게 되었다.

 

일단 가볍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 부분을 먼저 읽어 보았다.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는 것은 공짜일까?' 이 부분을 경제 용어로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물론 우리는 이미 유튜버가 광고 이익을 통해서 경제적 이득을 보는 줄을 알고 있다. 자세한 내막을 보려고 살펴봤다. 우리는 무료로 보지만 사실 '광고 시청'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본다. 즉 경제학 용어 중에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명언은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 술집들의 마케팅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술집에서는 일정량 이상 술을 마시면 손님들에게 점심을 공짜로 준 것이다. 그러나 술값에 이미 점심 값이 포함된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대가가 따른다. 그 이유는 희소성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욕구에 비해 존재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를 선택하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은 '명시적 비용''암묵적 비용'의 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예를 든다면 이러하다. 맛집의 음식을 먹기 위해 실제 지출하는 비용은 명시적 비용이다. 그러나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여 돈을 벌 수 있다면 이 부분은 암묵적 비용이 되는 것이다.

 

출산률에 대해 그런 적용도 가능하다. 가구당 월평균 자녀 양육비가 1명인 경우 85만원, 2명인 경우 153만원, 3명인 경우 175만원 소요된다. 이를 산출해서 20년을 계산한다면 1자녀만 하더라도 2억원이다. 명시적 비용(출산 비용, 보육비, 교육비 등)만 생각해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여성이 자녀를 키우기 위해 포기한 수입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암묵적 비용이다.

 

이것을 계산해 볼 때 즉 명시적 비용과 암시적 비용을 합한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에 한국은 결국 출산률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몇 장 읽었을 뿐인데 이런 부분을 경제 용어로 정리하니 뭔가 경제에 대해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다.

 

재미난 부분이 또 하나 나와서 읽어봤다. 음식 쓰레기 종량제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 영국에 있었던 '창문세'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일단 흥미롭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멀쩡한 건물에 창문이 없는 곳이 있는데 그 이유가 뭘까하니 바로 세금 때문인 것이다. 1696년 영국의 왕 윌리엄 3세는 잦은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창문세'라는 세금을 국민들에게 걷기로 했다. 유리가 비싼 당시 유리창이 있던 건물은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그 창문의 개수에 따라 세금을 매긴 것이다. 그러니 창문세의 실시로 사람들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창문을 합판으로 가리거나 아예 만들지 않은 것이다. 지각생들을 위한 벌금을 통해 지각생들이 지각비를 아끼기 위해 일찍 나서게 되듯 인간은 '합리적 계산'을 하며 계산하는 존재이다.

 

이처럼 강제나 명령 없이 적절한 보상이나 벌금 등으로 특정 행동을 더 많이 하게 하거나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경제적 유인'이라 부른다. 쓰레기 종량제는 그러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사람들은 실제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들어오는 경제적 용어 가운데 '베블런 효과'에 눈이 갔다.

베블린 효과란 '명품백의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많이 팔리는 현상'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에는 샤넬 가방이 있다. 2007년만 해도 300만 원대였으나 2017년에는 700만원을 넘어섰다. 재미있는 사례를 말해본다면 오랫동안 팔라지 않던 모피 코트의 가격표에 직원이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더니 금세 팔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격을 내리게 되면 누구나 살 수 있는 제품이 되기에 과시적 소비 대상자를 위해서 해당 상품의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명품 브랜드가 많이 팔리는 이유가 있다면 읽으면 씁쓸해 진다. 즉 한국인들은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타인에게 과시하고픈 심리,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경쟁심이 한국인의 명품 소비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베블런 효과는 명품 시장만 아니라 아동용품이나 식품 시장에도 종종 나타났는데 바로 '유모차계의 벤츠'라고 불리는 유럽의 한 유모차 브랜드가 무려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리며 유명 브랜드 책가방 역시 수십만원에서 백만 원대를 넘어 팔렸다. 욕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베블런 효과는 사람들의 소비에 얽힌 진실을 알려 준다.

구매자들은 항상 비용과 편익만을 염두에 두고 합리적 소비를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때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신을 돋보이게 할 만한 소비를 한다."

p59

 

이 책은 경제학 또는 경제법칙에 대해 알려주면서 따분할 정도로 어려운 용어나 논리를 사용하지 않고 일상 속에 있는 예를 통해 경제 키워드부터 꼭 알아야 할 경제 법칙까지 다양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 부분이 책을 술술 넘어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 예란 이러한데 '가성비'는 어떻게 유행어가 되었을까? 경기가 나쁘면 립스틱을 많이 산다고?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맥주에도 비밀이 있다고? 미국 사람들이 차 대신 커피를 많이 마시는 까닭은 무엇일까? 애플, 아이폰 공급으로 수요를 만들어 내게 돈 이유 등등 눈에 익숙한 일상을 가져와 경제학을 가르쳐 준다.

 

조금 더 읽다보면 어려운 용어와 함께 미국-중국 간 무역 분쟁이나 OPEC의 석유 생산량 결정이 국내 기업과 근로자들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정부가 시장에 어떻게 개입하면서 국가 경제의 두 마리 토끼인, 물가와 실업을 어떻게 잡아가는 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관심 또는 골치아픈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읽어보면 저자는 매우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설명해 주고 있다.

 

마지막 부분인 미성년 금수저들에 대해 다루면서 빈부 격차의 미래에 대해,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짚어주고 있는데 이대로 지속된다면 미래가 더 암울하게 다가 올 수 있으니 국가적 정책이 빨리 요구된다는 말에 경제를 하는 주체인으로서 이제는 이 사회의 경제적 단면을 그냥 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런 최소한의 경제학에 대해 학교에서 필수로 다루어 준다면 유대인처럼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국가로서 설 수 있다고 보며 이 책에 대한 서평을 마친다.

 

이 책의 한 문장

 

경제적 불평등 현상을 연구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갈수록 전 세계에서 빈부 격차가 심해질 것이라 예언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