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두 가지가 이 책을 손에 잡게 하였다.
책 선택의 기준은 때때로 다르지만 영화도 실화를 좋아하고, 책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좋아한다. 물론 인문학적인 요소가 가득한 책이 훨씬 더 좋지만 그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글쓰기 또한 매우 좋다. 최근에 읽은 한정기 작가의 "깡깡이"라는 소설 또한 내게 잊혀지지 않는 책 중에 하나다. 그리고 조지 오웰의 산문선 중에 「코끼리를 쏘다」의 글은 읽으면서 너무 재미나게 읽어서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게 되듯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책을 읽고 싶어졌다.
소설은 무언가를 동경하게 만들고 많은 그림 언어(상상)을 만들어 내어서 좋다. 작가의 주관에 의해 써진 글이지만 독자가 가진 사고로 작가의 주관 세계에 끼여들기에 어쩌면 작가의 책이기 전에 독자만의 책이기도 하다.
이 책 소설의 표지는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멋진 휴양지에서 한 여인이 여행을 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얘기인가' 하며 별뜻 없이 그저 펼쳐보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일본이 수마트라섬을 침공하여 80명의 네덜란드 여인과 아이들을 포로로 잡고 그 후 2년 반 동안 섬의 곳곳으로 계속 이동하게 한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소설이였다. 즉 이 책은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세계적인 암세포인가? 그들은 공공의 적처럼 존재하고 있음을 이 책에서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아무튼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말레이 정글에서 거친 호주 아웃백에 이르기까지 진취적인 진 패짓이라는 한 여인의 삶의 궤적이 펼쳐진다. 특별히 말레이에 정착해 살고 있는 젊은 영국 여성 진 패짓은 침략한 일본인에게 체포되어 수십 명의 다른 여성과 아이들과 함께 잔인한 죽음의 행진을 하게 되는데... 이후 전쟁이 끝나고 영국으로 돌아온 진은 예상치 못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고(외할아버지인 제임스 맥파든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말레이 마을 사람들에게 보답하려고 유산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가 전쟁 당시에 정착했던 한 마을에 여자들을 위한 우물을 지어 주기로 결심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녀가 현지로 건너가 우물 공사를 진행하던 중 인부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것은 그녀가 호주로 가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상당한 재정적 유산을 투자하여 소규모의 경제적 번영을 창출하는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따분한 얘기로 장식하지 않고 한 여인의 삶 속에서 운명처럼 피어나는 로맨스를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주고 있다. 그 두 사람의 이름은 "조 하먼 중사'와 '진 패짓'이라는 여인이다. 전쟁이 가져다 준 참혹함 속에서도 그 두 사람은 서로가 마음을 두고 있었으며, 또한 찾고 있었다. 아래의 내용은 두 남녀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