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게리 토마스의 일상영성 1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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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4년에 출간한 《뿌리 깊은 영성은 흔들리지 않는다》를 완전히 고쳐 쓴 전면개정증보판이다. 한국어판으로는 2004년에 출간 되었다. 양장본으로 나는 이 책을 처음 대하였다. 참으로 내 서재 한켠에 뿌리 깊게 꽂혀 있었다. 읽으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줄친 흔적도 많았다.

그렇기에 이 책은 친숙하다. 그런데 왜 또 굳이 이 책을 선택했느냐일 것이다. 그건 이 책이 정말 완전히 고쳐썼기 때문이며 저자의 나이가 원숙함을 이를 때 다시 이 책을 다듬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 저자와 나의 나이가 동일하게 쉰을 목전에 둔 나이다. 놀라울 따름이다. 그 이유는 고전에 대한 깊은 조예만 아니라 영성에 대한 깊은 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기에 당연히 20년 전에 이미 저자 나이가 쉰은 넘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책은 읽으면서 깊은 영성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완숙한 나이로 접어들었으니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 것이고 영성에 대한 식견이 분명 남다르게 접목되어 있다. 저자 말대로 "이 책에는 지난 20년 가까이 이 진리들을 묵상하고 적용해 온 내 삶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고 한다.

책의 형식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건 저자가 진리를 잘게 나누어 먹기 좋게 음미하도록 하였다.

48개의 간결한 글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핵심 사상을 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하여 주었다.

즉 게리 토마스는 장 칼뱅, 존 웨슬리, 존 오웬, 성 어거스틴, 토마스 아 켐피스 등등 1세기~20세기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28권의 기독교 고전의 핵심 논지를 완전히 녹여내어서 지금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무엇보다 책의 흐름이 좋게 편찬되었다. 첫 파트는 "영적 성장, 그 방법과 훈련"이라는 큰 제목을 가지고 영성을 키우기 위한 방법과 훈련들을 나열해 준다. 두번째 파트는 "죄와 유혹"이라는 큰 제목과 함께 영혼이 유혹과 죄에 맞서 어떻게 싸워나가야 하는 지를 알려주며 세번째 파트는 "절대 순복"이라는 타이틀 제목과 함께 '즐거운 순종'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불평을 그치고 감사의 무기를 들라고 한다. 네번째 파트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파트이기도 한데 "고요하고 겸손한 삶"이라는 제목 가운데 8개의 주제로 나열하며 영성의 열매가 무엇임을 알려 준다. 그 중에 고요함 속에 들어가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의 하나인 '수다', '혀'에 대해 '요한 클리마쿠스'가 한 말을 들어보자.

"수다는 허영심의 왕좌다. 수다는 거기 앉아 우쭐거리며 과시하기에 바쁘다. 수다는 무지의 증거, 험담의 관문, 희롱의 선도자, 거짓의 종, 후회의 화근, 낙심의 원인, 잠의 사자, 묵상의 소멸, 근신의 종말, 열정의 냉각, 기도의 무덤이다. 반면 지혜로운 침묵은 기도의 모태, 굴레의 해방, 열정의 수호자, 사고의 파수꾼이다." p204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도 하는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저자인 '토마스 아 켐피스'의 말을 하나 더 옮기고 싶어 적어 본다.

"내 아들아, 많은 경우에 너의 의무는 무지하게 있는 것이다. 너 자신을 완전히 죽은 사람으로 여기고, 온 세상이 너에 대해 십자가에 못 박힌 것으로 여기라. 너의 의무는 또한 많은 일에 귀를 닫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반대로 너의 평안에 속한 일들을 생각하라. 변론의 종이 되기 보다는 불쾌한 일에서 눈길을 돌려 모두의 의견을 그냥 두는 것이 더 유익하다." p209

다섯번째 파트의 제목은 "죽음, 고난, 영적 식탐"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는 죽음과 고난이라는 주제도 중요하지만 '영적 식탐'에 대한 글이 오늘날 시대에 더 필요한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한다.

영적 식탐이란 다른 말로 '영적 감정에 대한 욕심'을 말한다. 하나님은 신앙의 초기에 큰 기쁨과 함께 그분에게 홀딱 빠지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행복감은 언젠가는 끝난다.

프랑수아 페넬롱의 말이다. "이런 감각의 증언이 초신자들은 부축해 준다. 그것은 갓 태어난 가녀린 영혼들에게 주는 젖이다. 그들은 그 젖을 장기간 먹어야 한다. 너무 일찍 젖을 떼면 위험하다."

즉 믿는 자에게 하나님은 신앙에 대한 즐거움을 주신다. 중생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모두 감각의 세계에 살아었는데 그래서 하나님 또한 흔히 감각을 통해 우리를 그분께로 이끄신다. 그러나 때가 되면 그분은 감각의 부축을 거두시고 냉혹한 이유(離乳)기에 들어가신다. 이걸 필히 알아야 넘어지지 않는다. 영적 탐심은 이런 부작용을 낳는데 '초점의 상실' 즉 하나님을 즐거워하기보다 하나님을 예배할 때에 오는 열매(자신의 감정)를 더 즐거워 하게 된다. 어거스틴은 말하기를 "하나님께 하나님 아닌 다른 것을 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을 순전히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남편이 부자이기 때문에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는 순전하지 못하다. 남편을 사랑하는게 아니라 남편의 재물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만'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영적인 일을 말하고 싶은 약간 헛된 욕심이 생겨난다. 때론 가르침을 받기보다 가르치려 들기도 한다. 이어서 영적 탐심은 '안일', '분노'에 이르게 한다.

마지막 여섯번째 파트의 제목은 "영혼의 계절과 영혼의 수술"에 관한 것이다. 영혼에도 계절이 있고 영적 삶의 흐름이 있다. 그 흐름 속에 영혼에 대한 지도자를 통한 수술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 마지막으로 중요한 가르침이다. 가장 영향력 이는 세 명의 영적 선배들은 하나같이 이 문제에 대해 일치하게 말한다. 즉 '토마스 아 켐피스, 요한 클리마쿠스, 프란시스 드 살레'는 자신을 코치 할 스승을 두면서 일대일 관계를 통해 교정과 감화를 받고 도전받기를 원한다. 어거스틴의 탄생도 바로 스승인 암브로시우스를 통해 겸손히 영성 지도를 받았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주교가 될 수 있었는 것이다. 프란시스 드 살레의 조언을 들어보자.

"진지하게 경건을 향해 걸어가고 싶거든 당신을 안내하고 인도해 줄 만한 좋은 사람을 구하라. 이것이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이다." p415

"하나님께 헌신했으나 지도자 없이도 전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히 자신을 속이고 있다. 이집트를 탈출하는 사람들에게 모세가 있었고, 소돔을 탈출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사가 지도자가 되었다.... 우리의 썩어가는 환부를 고치려면 아주 숙련된 의사가 필요하다." -프란시스 드 살레 p415

영성에 대해서 나름 연구하며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영성에 대해 진지하게 찾는 구도자들에게 필요한 필독서로 추천하는 바이다. 영성을 쫒다보면 허상을 쫓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책 한 권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실수없이 잘 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무기와 조언을 얻게 된다. 더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내리려면 이 책에서 간간히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서 깊이 나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더 깊이 영성의 샘으로 들어가려면 기도와 고요, 겸손 속에서 기다라다보면 '제자가 준비되면 스승이 나타난다'는 말처럼 자신에게 스승이 다가 올 것이다. 그 스승의 책이 될 수 있고,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영성의 길은 살얼음판을 걷든 조심히, 주의해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중요한 것은 이 책이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곁에서 친구처럼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의 한 문장

"그리스도인의 삶의 씨름은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하나님을 늘 중심에 두려는 씨름이다. 주변적인 일들이 늘 밀치고 들어와 우리의 마음을 빼앗으려 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그분을 알려고 애쓰지 않으면 자칫 떨어져 나가기 쉽다. 성경에 보면 르호보암 왕이 악을 행한 것은 '그가 여호와를 구하는 마음을 굳게 하지 아니함' 때문이었다." 역대하 12:14" p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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