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현욱 옮김 / 밀리언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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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문장을 쓰고 싶어서 이 책을 골랐다.

글에도 맛이 있음을 알기에, 독후감을 쓰던, 서평이나 리뷰를 쓰던 맛있고 감칠나게 글을 쓰고 싶었다. 지은이 '나카무라 구니오'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통해 문장 쓰는 법의 많은 부분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밝혀낸 규칙에 따라 매력 넘치는 문장과 말의 특징을 자신의 문장에 적용하면서 저자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고 그 또한 유명 작가가 되었다.

"문장 쓰기가 너무 힘들었던 내가 완전히 문학의 매력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도 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에필로그

하루키 또한 고교 시절, 영어를 너무 못해서 좋아하는 작가의 영문 페이퍼백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으며, 이런 노력을 통해 하루키는 문장력을 확실하게 키웠을 뿐만 아니라 문학적 지식이나 소설을 쓸 때 필요한 노하우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은이 또한 '좋아하는 한 작가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배우게 되었고', 새로운 문장력 향상법에 관한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발견한 하루키 문장의 비밀을 적절한 인용과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가지고 당장 따라 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어 준다.

하루키 문장의 특징은 일상의 디테일에 있다. 세탁, 다림질, 요리, 청소 등 사생활에서도 단조로운 집안일도 다채롭고 특별한 이야기로 되살리는 문체의 힘이 나온다. 실제로 하루키는 주부로 생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때 부인이 출근하면 청소, 세탁, 장보기, 요리를 끝내고 부인을 기다렸다고 한다. 이 지루한 시간이 하루키에게는 책을 읽는 시간으로 나아갔고, 이떄의 경험이 작품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준이치로의 장편소설 <세설>을 1년 동안 세 번이나 읽을 정도로 시간이 많았음)

이런 지루한 일상은 상상을 급격하게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그 후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과의 대비를 더 강렬하게 만들어 준다. p62

하루키의 《1973년의 핀복》에서 주인공의 하루 일상과 수입에 대해 어떻게 글을 써내려 갔는지 직접 살펴보자. 더불어 '청소'에 대해 다루는 부분도 살펴보자.

"열 시에 출근해서 네 시에 퇴근했다. 토요일에는 셋이서 근처의 디스코텍에 가서 J&B를 마시면서 산타나를 흉내낸 밴드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었다. 수입도 나쁘지 않았다. 회사의 수입 가운데서 사무실 임대료와 야간의 경비, 여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의 급여, 세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십 등분해서 하나는 회사 자금으로 저금해두고, 다섯은 그가 갖고, 넷은 내가 가졌다. 원시적인 방법이긴 했지만, 책상 위애 현금을 늘어놓고서 나누는 일은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다." p62-63

“걸레를 6장이나 사용해서 아주 꼼꼼하게 왁스칠을 하고”,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대학 기숙사에 살면서도 “매일 바닥을 쓸고 3일에 한 번은 창문을 닦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이불을 햇빛에 말리는” 등과 같이 일상생활의 상징성을 통해 작품의 리얼리티를 연출한다.

저자는 하루키적인 문장 쓰는 법을 구체적으로 발견한 사람이다. '혹은'이라는 것을 자주 사용하는것을 보면서 하루키적인 접속사임을 캐치한다. 그리고 하루키적인 문장 쓰는 법을 '아이우에오'로 간결하게 정리하여 이대로 사용하게 되면 문장실력이 월등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해준다.

1. 앗!(일단은 제목으로 놀라게 만든다)

2. 이이(좋아)! (첫머리에서 감탄하게 만든다)

3. 웅!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여 납득하게 만든다)

4. 에~! (예상치 못한 전개로 더 놀라게 만든다)

5. 오~! (마지막은 여운을 남긴 채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테마'가 아니라 '규칙'을 가지고 쓰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하루키의 작품에서는 항상 갑자기 무언가가 사라진다.

"고양이가 사라지고, 아내가 사라지고, 애인이 사라지고, 색이 사라진다 그렇게 마법처럼 여러 거지 차례차례 사라지는 것이 하루키식 '양식'의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하루키는 '동물' 또는 '동물원'을 잘 등장시킨다. 그는 동물의 '숨겨진 깊은 의미'를 끄집어 내는데 달인이다. 특히 기묘한 새가 종종 등장하는데 그 중에 많이 나오는 새는 까마귀, 독수리 등이다. 새라는 동물이 가진 '시간, 공간, 장수, 번영, 영혼'이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이야기 속에 녹여낸다. 그리하여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는 묘미를 준다.

이 책은 이렇게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배우는 ‘맛있는 문장’ 쓰는 47가지 규칙들을 발견하면서 "쓰기"를 배워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한 줄도 쓰기 힘들었던 사람이 완전히 글쓰기에 사로잡히어 문체의 힘을 가진 작가"가 되는 길에 올라갈 수 있개 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제공한 33가지 하루키 작법의 독특한 문장 짓기의 비법들을 두루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며, 이어서 나오는 14권의 하루키 대표 소설의 문체의 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며 글맛의 신선함을 누리게 될 것이라 본다.

그렇다. 이 세상에는 뒤늦게 꽃을 피우는 작가가 많다고 에필로그에 적고 있다. 우리가 잘아는 괴테는 파우스트를 26세에 시작하지만 완성한 것은 무려 82세였다고 한다. 구로다 나쓰코는 75세 때 '아쿠타가와상(일본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40세에, 또한 42세에 시작하여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 하루키를 읽고 작가가 된 저자를 통해 우리 또한 부지런한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이 책은 그런 용기를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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