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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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라는 책은 공자의 이름과 더불어 익히 낯익은 책이다. 공자왈 맹자왈을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공자는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와 있다. 그에 관한 책도 헤아릴 수 없다. 번역이 재번역, 재해석 되면서 논어의 깊은 뜻을 알리려는 수고를 그치지 않아 독자로서는 매우 행복하다.

고전 번역은 재해석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고전을 번역하는 시점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재해석이 없다면 고전 번역은 지식인들의 반복적 행위에 머물 것이라고 최근 논어의 책에보면 실려있다. 그러기에 어떤 안목으로, 어떤 관점으로 번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본 책은 해석의 혁신을 위해서 "오늘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논어가 만들어졌던 공자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의거하여 한자 원어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공자 사상의 원칙과 기본을 결합"시킨 해석을 원칙삼아 책이 집필되었다.

머리말에도 이부분을 다루지만 논어의 첫장인 '학이(學而)'에 보면 기존 해석에 공자의 사상과 부합되지 않는 번역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소준섭 번역자에 의해 공자 사상에 부합된 해석이 이루어졌고 공자 뜻에 반하지 않는 해석을 볼 수 있어 논어 읽기가 한층 재미나고 즐거워진다. 공자의 말 자체도 좋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저자의 '해설'이 매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저자 '소준섭'에 대해서 알고가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저자의 약력을 적어 본다.

그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상하이 푸단復旦대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대우교수로 강의하였고, 현재 국회도서관 중국 담당 조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살력자다. 또한 한국 최고 수준의 중국 전문가인 저자는 학자로서 오랫동안 쌓아온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경영, 정치, 법, 역사, 인문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저서를 남겼으며, 다수의 한/중 매체에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글들을 기고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저자는 신뢰할만한 해석 능력을 가진자로서 한문을 모르더라도 그의 해설을 통해 얼마든지 공자의 지식을 습득하며 교훈을 받을 수 있다. 정교한 해석만 아니라 원문의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주를 풍부하게 달아주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책이란게 읽으면 재미도 있고 지루하지 않아야 되는데 이 책은 쉽게 볼 수 없었던 공자의 제자들의 초상화와 인물 설명을 추가하여 읽는 재미와 지식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부록으로 『논어』에 대한 자세한 해제와 공자 연보를 담아 논어의 가치와 공자의 삶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논어는 매우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고, 또한 좋은 문구가 많아 어디든지 펼쳐서 읽으면 되기에 이 안에 들어있는 좋은 문장은 직접 읽으면서 각자가 그 문장을 되새기면 될 것이다.

공자 사상에 입각한 해석

논어의 첫 문장인 '학이시습지'는 지금까지 "배우고 때로 익히니"라고 해석되었다. 이 해석은 유학을 사회적 실천에서 분리시키고 이론의 추상성에만 가두는 틀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습習'이라는 한자의 본래 뜻은 '어린 세가 날기를 연습하다'로서 '실천하다'로 해석되어야 한다. 실제 공자는 논어 자로 편에서 '언지필가행야(말을 하게 되면 반드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지행합일, 즉 실천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習을 실천으로 해석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석이다.

또한 논어 학이 편의 '무우불여기지'는 이제까지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교류하지 말라"고 해석되었다. 하지만 대교육자인 공자의 교육 원칙에 철저히 위배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땅히 "자기와 길이 같지 않은 사람과 교류하지 말라"고 해석되는 것이 옳은 번역이요 해석이다. 또 한 가지 논어 태백편의 '민가사유지, 불가사지지'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백성은 도리를 따르게 할 수 있어도 그 원리를 알게 할 수는 없다."였는데 이 해석은 공자의 우민사상을 입증하는 증거로 활용되어 아쉬웠다. 왜냐면 민본 사상을 근본으로 삼는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와 전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른 해석은 "백성들을 교화하고 이끌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로 보야할 것이다.

이렇게 소준섭 번역자의 해석은 우리들에게 공자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하며, 인간삶의 근본 이치를 제대로 보게 한다.

이 책의 한 문장

子曰: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 자왈: 오미견호덕여호색자야

공자가 말했다. "나는 이제껏 덕을 좋아하기를 여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자한(子罕) 9.18 중에서

子曰: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자왈: 가여공학 미가여적도 가여적도 미가여립 가여립 미가여권

공자가 말했다. "함께 학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도 함께 도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함께 도를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도 함께 도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함께 도를 견지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듸 함께 이 세상사에 임기응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한(子罕) 9.3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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