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소은성 지음 / 웨일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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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글을 읽고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행복한 줄 몰랐다. 이것을 안지는 20여년 전이다.

아니 어쩌면 학생 때 여름방학에 방에 누워 '거꾸로 도는 시계'의 책을 읽고서는 책이 주는 행복과 책을 통한 새로운 세계를 여는 포문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독서 명언 중에 두 개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집은 책으로, 정원은 꽃으로 가득 채워라. - 앤드류 랑그

생애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더욱이 여러 권의 책을 가진 사람은 행복을 다한 사람이다.

- Henri Millon Montherlant

책을 읽으면서 어느덧 글쓰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 책은 나에게 다가왔다.

제목이 내 마음을 일단 뺏어버렸다. "마음을 썼다. 내가 좋아졌다" 어떻게 제목을 이렇게도 잘 뽑았는가?

마음에 있는 것을 글로써 유려하게 써내려가는 직업을 가진 자들은 가장 행복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헤르만 헤세가 좋아졌고, 미우라 아야코가 좋아졌으며, 톨스토이는 물론 셰익스피어의 글을 읽으면서 '글맛'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많은 책들을 읽어 갔으며 또한 특정한 책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서적을 두루섭렵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저자의 프롤로그를 보며 이 책을 손에 들고픈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에는 책 속으로 숨어든다. 어느 밤에 록산 게이의 <헝거>를 읽었다. 쉬지도 못했고 잘 수도 없었다. 그렇게 성난 파도에 밀려서 어디로 가게 되는 느낌은 독서의 기쁨 중 하나다. (...) 한동안은 어딜 가든 그 책을 지니고 다녔다. 어떤 책은 모험을 이끈다. 사람이 더 멀리 가게 한다. 먼 길을 떠날 때 지도를 한 장 챙겨넣듯, 내게는 이 책이 그러했다. (...) 세상에는 집과 학교, 사회에서 가르치는 규범 속에서 도무지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없고,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나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 떠나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따라 이 책을 통해 작가를 볼 뿐 아니라 나를 보고 싶어졌다. 문제집 출판사에 잘 있다가 돌연 퇴사하면서 서울 근교의 시골에서 닭과 고양이와 유기농 채소를 기르던 여성이 어느 날 또 돌연하여 남프랑스로 이주하면서 온라인으로 여성 전용 글쓰기 수업인 소글워크숍을 대뜸 시작한 여성이 궁금해졌다. 작가인 그녀는무엇을 쓰고 싶었고, 나는 무엇을 보아먄 하는지 그 사실을 직면하면서 좀 더 글쓰기에 대한 폭을 넓혀 가려고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그녀가 말한 이 대목이 확 마음에 또 들어온다.

“사람은 사는 만큼 쓴다. 자신의 몸과 마음과 일상과 자신의 역사를 통해서만 글은 태어난다.”

작가는 글쓰기의 핵심을 파악한 사람임을 이 한 마디를 통해 알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여행을 통한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거 같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헤르만 헤세도 여행을 통한 에세이의 책을 내었는데 소소하게 재미있었다. '사는 만큼 책을 쓴다'는 말에는 그저 사는 것이 아닌 삶의 발자국을 면밀히 살피며, 삶을 고스란히 흘러보내지 않고 글로서 담아 내며 사색을 즐긴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작가는 날것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라고 말한다. 마치 '사노 요코만'이 글을 쓰듯 '눈치 보지 않는 글쓰기'로 타인과 자신, 모두에게 당당하게 쓰는 것이 옳음을 얘기해 준다.

저자가 이 단락을 맺는 글 끝에는 사노 요코만 덕분인가 이런 심한 말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욕먹는게 두렵다면?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착한 글을 쓰고 싶다면?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논란 없는 글을 쓰는 것은 반칙'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사노 요코(1938.6.28~2010.11.5)

이걸 쓰면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게 아닐까?

걱정 붙들어 매쇼, 사노 요코는 그걸로 밥 벌어먹고 삽니다. p27

저자는 또 하나의 글쓰기 스킬을 던져주며 글쓰기가 무엇임을 알게 해주었다. 그건 이러하다.

"어떤 예술적 기교보다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있다. 정직함이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가면을 벗어야 한다. 누가 여전히 미우면 '아이고 미워 죽겠네!'라고 쓰자. 그러면 글이 펄펄 살아 뛰어다닌다. 살아 있는 글은 독자를 건드린다.

(...)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거짓말하지 말자. 철든 척, 다 아는 척, 성인인 척하지 말자.

적어도 글을 쓸 만큼은 다른 사람인 척하지 말자. 글에는 인간이 담겨야 하고,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p248

저자의 글 안에는 글쓰는 이의 고민들을 몸소 겪으면서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들을 잘 찾아서 매우 솔직하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 다른 글쓰기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책 한권만으로도 글쓰기 스킬(skill)은 충분히 담아내는 책이라고 본다. 이처럼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어디서 헤매는지,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며, 완벽하게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서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또 하나의 명문장을 작가의 말을 빌어 써 본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단 하나의 목표는 '온 마음을 다하는 글쓰기'일 뿐이다. 내면을 외부로 표현할 때의 그 슬프고 실망스럽고 두렵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마음은, 그 취약성은 글쓰기와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p117

이 책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언어로 옮길 때 생기는 일에 대해 '쓰기의 비밀'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다. 작가가 말처럼 글은 "써보면 알게 되는 거" 같다. 즉 자기 감정의 정체와 그걸 다스리는 힘을 말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 하나를 말하고 마무리 해본다. 작가는 글쓰기 방법을 제시하면서 직접 글을 써보도록 쳅터가 끝나는 시점마다 미션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쓰고 싶다면 이 과정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만해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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