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메이트북스 클래식 10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현우.이현준 편역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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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인물 중에 후기 스토아 철학을 주도한 세 명의 철학자가 있다. 그 이름들은 이러하다.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들 모두는 톨스토이의 글만 아니라 기타 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에 심오하게 자리잡고 있다. 세네카는 귀족이며, 에픽테토스는 다리에 장애가 있는 노예이다. 그런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제국을 20년 넘게 다스렸던 16대 황제이다. 그는 로마제국의 중흥 시대를 이끌었던 5현제의 마지막 황제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된 사실은 스토아의 철인이며 노예였던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 영향을 받아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로마에 있을 때나 게르만족을 치기 위해 진영에 나가 있을 때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그 내용을 그리스어로 꾸준히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명상록>이다.

이와같은 그의 모습은 아버지 보다 할아버지를 통해서 큰 영향력을 받게 되었다. 그는 121년 로마에서 귀족인 안니우스 베루스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3살때 일찍 아버지를 여위게 되는데 그래서 시의 장관이자 집정관을 세 차례나 역임한 할아버지에게 입양되어 당대 최고의 학자들에게서 수사학, 철학, 법학, 미술 등을 배우게 된다. 그 가운데 바로 스토아 철학자 루스티쿠스와 에픽테토스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는 재위 기간의 대부분을 화려한 제국의 수도 로마가 아닌 변방의 전쟁터에서 머물며, 군사들과 고락을 함께했다고 하니 이것만 봐도 그는 특별한 황제이다. 플라톤은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에 몰두하지 않는 이상 세상의 어지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로부터 5백년이 지난 후 플라톤의 철인정치를 실현한 인물이 등장했는데 바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재위 161~180)이다.

21세기에 다시 읽는 『명상록』

이 책은 1,800년 전에 지어진 책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필요한 책으로 존재하고 있다. 책 읽는데 관심을 가진자라면 서재에 '명상록' 한 권쯤은 꽂혀 있을 거라고 하는데, 아직 나에게는 없지만 그가 쓴 책은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또는 인터넷을 통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기존에 명상록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명상록이라고 하여 이 책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이 책을 편역한 두 사람(이현우, 이현준)을 통해 산만하게 흩어진 내용을 6개의 주요 테마로 재분류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77개의 칼럼으로 완전히 재정립함으로서 이 책은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고대 철학자의 혜안을 통해 우리 삶을 비춰보면 매우 현실적이며 삶을 분명하게 직관하게 하여 어디에 목적을 두고,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야 될 지를 보게 되리라 확신한다.

6개의 주요 테마

첫 번째 테마에서 보게 되는 것은 인간 본성에 관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는 누구인지 다시금 되돌아 보도록 하고 있다.

많은 말이라든지, 포도나무라든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해 창조되었다. 이것은 전혀 의아스러운 말이 아니다. 심지어는 태양조차도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하늘에 있는 그 밖의 다른 존재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단순히 세상을 즐기기 위해서? p19

두 번째 테마는 언젠가는 죽음을 마주해야만 하는 인간에 대해 다룬다. 어쩌면 잔혹하게 들릴진지 모르지만 우리가 매일 얼굴을 보고 있는 그 자녀가 내일이면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실제 틀린 말이 아닌데도 우리는 이것을 보고 매우 불길하게, 좋지 않게 여긴다. 아무리 오래 산다할지라도 결국 우리가 잃는 것은 '현재'라는 그의 말이 새삼 되새겨지며 삶을 깊이 관조하게 된다.

에픽테토스가 말하기를, "당신이 자녀와 입맞춤을 하는 순간에도 마음속으로 '어쩌면 너는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라"라고 했다. 사람들이 너무 불길한 말씀이라고 투덜거리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전혀 불길한 말이 아니다. 단지 자연의 한 행위를 묘사했을 뿐이다. 이것이 불길하다면 잘 익은 옥수수를 수확한다는 것도 불길한 일이 아니겠는가!" p37

당신이 3천년 ,혹은 3만 년을 산다고 할지라도 사람은 누구든지 그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 이외에는 어떤 것도 잃지 않으며, 또한 그가 소유한 것도 오직 상실해가고 있는 현재의 삶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언제나 두 가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만물은 태초부터 반복되는 형태를 가지고 주기를 거듭해왔다. 그래서 이 동일한 광경을 당신이 백 년, 이백 년, 아니 영원히 관조한다 할지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둘째 오래 살다 죽은 사람이나 아주 일찍 요절한 사람이나, 그들이 잃게 되는 것은 정확하게 같다. 두 사람 다 오직 공통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현재'라는 것만을 잃을 뿐, 그가 소유할 수 없는 그 밖의 것은 잃을 수도 없다. p41

어제는 한 방울의 정액이었던 것이, 내일에는 한 줌의 재로 변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의 덧없는 세월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하며 살라. 저 잘 익은 올리브 열매 하나가 자신의 생명을 낳아준 나무에 감사하고 자신을 길러준 대지를 축복하면서 땅에 떨어지듯이, 평안히 당신의 여생을 마치도록 하라. p51

세번째 테마에서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도록 해주는 충고가 있다.

헤르만 헤세의 이 말처럼 즉 "우리 내면에는 언제든지 들어가서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고요한 성소가 있다" 라는 말이 보여주듯 우리 내면에 진정한 바닷가가 있고, 깊은 안식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바닷가에 가야만 내 마음에 힐링이 될 때가 있으니 자연을 거니는 삶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리...!

사람들은 때로 시골이나 바닷가, 혹은 깊은 산중에 묻혀 살기를 바란다. 당신 역시 이런 꿈을 꿀 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공상은 부질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언제든지 원하기만 하면 자기 자신의 내면의 세계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자신의 영혼 속보다 더 조용하고 평온한 은신처는 없다. 자신의 내면에 이러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필요할 때마다 명상을 통해 즉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p64

네 번째 테마는 인간 내면의 정신을 고양시킬 것을 강조하는 경구와 칼럼이 나온다.

견딜 수 없는 일들이 사람에게 일어나는 법은 결코 없다. 마찬가지로 소나 포도나무나 돌들에게도 각각 그 자신의 본성에 걸맞는 일들만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물은 자신에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들만 경험하게 되는데, 어찌하여 당신은 불평하는가? 우주의 본성은 결코 당신이 견딜 수 없는 일들을 일으키지 않는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당신이 이겨낼 수 있는 것이드니, 아니면 그럴 수 없는 것이든지 둘 중 하나이다. 만약 당신이 견뎌 낼 수 읶는 능력의 범위 안에 있는 일이라면 불평하지 말라고 당신의 이성이 그것을 감당해 나가도록 참아라. 그러나 혹 당신이 이겨낼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에 반감을 나타내지 마라. 비록 그 일이 당신을 정복했다 할지라도 그것 역시 언젠가는 소멸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p85

망약 당신이 외적인 일들도 인해 고통을 받는다면, 당신이 느끼는 고통은 그 일 자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 일을 받아들이는 당신의 관념 때문에 생겨난다. 하지만 당신은 언제든지 그러한 고통을 퇴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99

다섯 번째 테마는 화해와 용서에 관한 얘기다.

사람들이 당신에게 비난을 퍼붓고 악의를 드러낸다든지, 당신을 모욕할 때면 그들의 영혼에 다가가 그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를 꿰뚫어보라. 그러면 당신이 그들에게서 인정받기 위해 수고하고 애쓸 필요가 전혀 없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110

자신에게 '내 탓이로'라는 생각을 불어넣고, 그러한 감정을 유지하도록 하라. 상처받았다는 느낌을 부인하면 상처 그 자체도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p121

여섯 번째 테마는 정의와 공공의 이익, 선한 의지로 정진하기를 조언해 준다. 역시나 그는 마지막 테마에서도 진정한 조언으로 우리 인생에 해답을 제시해준다. 어떤 대상을 두고 그가 선한 삶을 살았는지, 성인인지 아닌지에 대해 필요없는 논담으로 시간과 삶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선한 삶을 살면 된다. 내가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고, 선행을 함에 있어서도 어떤 보상이나 평판도 바라지 않고 살아가면 족하다.

어떤 사람이 착한 사람인가에 대해 논쟁하는 데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하라. 당신에게 선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스스로 시험해보라. 선한 삶이란 우주로부터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에 만족하면서 바른 행동과 자비로운 길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p131-132

이 책은 진정 불멸의 고전으로서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해야 할 인간의 벗이요 최고의 『명상록』이다. 6개의 테마 안에는 무수한 삶의 메세지가 있다. 각자마다 마음에 다가오는 울림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냥 넘어간 글귀가 내 마음을 망치로 때릴 때가 올 것이다. 황제로서 참으로 멋진 삶을 살아갔을 뿐 아니라 최고의 '명상록'을 남긴 그의 삶을 동경하면서 오늘도 내게 준 '삶의 선물'을 충실하게 선하게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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